만사올통? 하하하, 남동생의 처-‘올케’를 통하면 만사(萬事)가 통(通)하리라.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어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박근혜를 공격하면서 쓴 표현, “‘만사올통’이라는 말을 아느냐. (MB 정권에서는) 만사가 형통(兄通)하다가 이제 만사가 올케에게 (청탁)하면 다 통한다는 말”이라며 “36세의 젊은 변호사가 26명을 거느린 대규모 로펌의 대표로 있고, 비리로 영업정지 된 삼화저축은행의 법률고문이었으며,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홍콩으로 출국했다.”
‘만사올통’이라는 말은 기발한 표현이다. 그런데, ‘올케에게 청탁하면 다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걸 보니 토론회를 앞두고 김문수 캠프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을만한 박근혜 타격용으로 머리 짜내어 조어(造語)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다음 말들은 상당히 혹하게 눈과 귀를 붙잡아 두고 있다. 박근혜의 동생 박지만의 처(妻)인 변호사 서향희가 대규모 로펌 대표? MB 정권 내내 박근혜라는 ‘미래 권력’의 후광을 받는 올케가 아니었다면 그게 가능할까?
삼화저축은행의 회장은 박지만과 1958년생으로 나이가 같은 ‘절친’이었고, 박지만의 부인이 삼화저축은행의 법률고문을 지냈다는 사실, 이것도 의심할 이유가 충분해 보이는 것 아닐까? 왜 삼화저축은행이 변호사 서향희를 법률고문으로 끌고 갔을까? 상식적으로 볼 때!
억지라고 발끈 할 것이다. 그러나 의심해 볼 수는 있는 것!
박근혜는 박지만과 삼화저축은행 간의 문제가 부상하자 “동생이 아니라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해 큰 손실을 본적이 있다. 자기가 ‘끝’이라면 다 끝이야? 뭐가 저렇게 오만해?
박근혜는 그걸로 크게 여론재판 받았던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이번에도 말만 바꿨을 뿐 거의 똑같이 접근했다. 김문수가 공격하자 이내 억장이 무너진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법적으로 잘못된 비리가 있다고 한다면 벌써 문제가 됐을 것이고, 알아보니 검찰에서 문제가 된 게 없다고 하더라”며 “지금 검찰에 가서 무슨 잘못이 있으니 검사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맞섰다.
검찰이 ‘미래권력’의 동생 부부를 건드린다? 대한민국 검찰이? 이런 의문도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가?
박근혜는 왜 이런 공격과 의문이 이어지는지에 대해 이해하려면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배 고픈’ 것보다 ‘배 아픈’ 걸 더 고통스러워하며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잘 나가는 쪽보다 잘 못나가는 사람을 더 동정하는 것. 검찰에서 문제가 없다더라는 박근혜의 항변보다는 올케로 다 통한다는 김문수의 ‘만사올통’에 귀를 더 쫑긋쫑긋 세우는 것-다시 말해 박근혜는 이번에 김문수로부터 고약한 공격을 받았고,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검찰’까지 거론하며 해명한다해도 별로 먹혀들지 않을 것!
이대로 굴러가면 박지만·서향희 부부 문제는 ‘만사올통’ 어쩌니 세간의 구설 대상에 급속도로 오르며 민심에 확 불을 지르게 될 엄청난 악재가 되고야 말 것! 박근혜는 동생 부부의 문제를 가족의 눈에서가 아니라 이런 복잡 미묘한 ‘국민의 감성’ 쪽에서 이해하고 말해야 한다.
박근혜는 유독 동생 부부 문제에 대해서만은 ‘유일한 남동생’을 둔 애틋한 가족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그토록 공공성(公共性)에 대해 칼날 같이 냉철한 박근혜가 동생 부부 문제에 대해서만!
이건 불행의 씨앗을 지금 키우고 있는 것!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에서부터 노태우의 사돈→김영삼의 아들 현철→김대중의 홍삼 형제→노무현의 형 건평→MB의 행 이상득!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는 박지만·서향희 부부 문제에 대해 ‘누나’가 아니라 ‘권력자’의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냉혹한 권력자! 왜? 이러다간 정권을 내다줄지도 모르니까! 간단한 이유! 어떻게 해야 하나?
동생 부부가 세간의 시야(視野)로부터 완전히 사라지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걸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 이미 파리 떼 처럼 달라붙은 부나방들을 쫓아내고, 앞으로 더 달라붙지 못하다록 하려면, 서로가 불행해지고 나라가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동생 부부는 세상에 없는 듯이 살도록 ‘압박’하고 ‘강요’해야 한다.
이것보다 더 바람직한 해법은 박지만 부부가 먼저 세간의 시야로부터 완전히 퇴장하는 것! 대선을 앞두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지금도 조용히 살고 있다고? 천만의 말씀. 이것말고도 들려오고, 돌아다니는 말들이 너무 많다. 누나가 권력자인 동안엔 적막강산 속의 수도자처럼 살아야 한다. 누나가 권력자인 동안 대한민국이 아닌 저 먼 나라에서 조용히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게 최고 권력자를 누나로 둔 동생의 숙명(宿命)이고, 도리(道理) 아닌가! 친인척 문제, 아! 너무도 지긋지긋하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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