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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인. 이 이야기의 시작
" 푸하 - "
인은 세면대 가득 받아 놓은 물에 얼굴을 푹 담그고는 숨이 차오를 때쯤 다시 고개를 들어 푸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세면대 위에 걸려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곰곰히 보다가
" 진짜 이쁘네, 나. "
하고는 제 자신도 이런 말을 한게 남사스러운지 푸시시 하는 웃음을 내 보였다. 하지만 방금 제가 한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고는 부정할 수 없는게, 잠을 잘 자고 난 아침이면 유난히도 입술이 빨갛고 피부는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아빠는 잠을 잘 자고 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하고는 나름 과학적인 대답을 해주셨지만 그런것 치고는 입술이 너무나도 빨갛다. 이건 뭐 앵두 입술이 아니라 앵두에 글로시한 립글로즈를 발라놓은 정도이니.인은 앞니로 제 입술을 한 번 앙- 물어본다.
" 에라이- 이러니까 생활부장 쌤이 화장했다고 뭐라고 하지 "
인은 저번에 생활 태도 점검 시간에 입술에 틴트같은 것을 발랐다고 운동장 10바퀴 뛰고 오라는 생활부장 쌤에 말에 뜨거운 여름날 운동장을 10바퀴 뛰고 쓰러졌던 기억이 나서 다시금 억울해졌다. 최근에 피부도 유난히 하얘지고 조금씩 나던 여드름과 여드름 흉터까지 없어져서 그야말로 뽀얀 피부가 되었다지만 비비를 바른 얼굴과는 다른느낌이여서 피부에 화장했다고 오해 받는 일은 없었는데 입술은 꼭 틴트를 바른 것 같아서 문제가 되었다.
그래도 여자인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씨익 웃고는 미처 얼굴을 닦지 않아 여전히 젖은 얼굴로 부엌으로 향했다.
" 인아 자, 아침먹어 "
인이 아버지인 현욱이 스토브 위에서 구워지고 있던 무언가를 가져와 식탁위에 올렸다. 그러자 인은 오늘도 달걀후라이네 정말 맛있겠다- 하고는 장난 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현욱을 쳐다봤다. 그에 현욱은 어색한 웃음으로 인을 보며 공기 안에 밥을 퍼 인의 앞에 두었다.
" 녀석, 아빠 무안하게. 내일은 햄 구워 줄테니까 그만 보고 밥먹어라 "
" 풉. 장난이예요 아빠 나도 아빠가 달걀후라이랑 햄 굽는 거 밖에 할 줄 모르는 거 알거든요.
아침 해주는 것만 해도 어디예요 "
" 크흠.. 3분 요리도 할 줄 아는데? "
" 그게 뭐예요 푸하하하- "
멋쩍은 얼굴로 썰렁한 농담을 하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렇게 웃길 수 없는지 입 안의 내용물까지 내보이며 웃는 인을 보며 마주 웃어주다 인이 눈치 챌 수 없는 씁쓸한 표정을 살짝 지은 현욱이 인아-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 네? "
" 오늘 니 생일이니까 어디 가지 말고 곧장 집에 와 "
" 에? 저번에 제 생일 지났잖아요 "
" 오늘이 니 음력 생일이잖니 "
" 그런거까지 기억하고 계세요? 아빠도 참 알았어요 "
기뻐보이는 얼굴로 일찍올게요 - 하고는 빠른 속도로 밥을 먹고 가방과 옷을 주섬주섬 챙겨 문 밖으로 나가는 인을 보던 현욱은 이미 인이 나가고 없는 현관을 계속 지긋이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목을 보았다. 그리고 소매 단추를 풀러 셔츠를 걷어 언뜻보기에도 심한 흉터가 남아있는 부근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 이번이 열 아홉번째 생일. 잘못하면 내 목숨도 위험하겠지.
그래도 괜찮아 . 무섭지 않아. 할 수 있어 류현욱. "
현욱은 곧 무언가의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듯 자신에게 스스로 되내이고 있었다.
* * *
아파트에서 5분 거리인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인은 현욱이 자신의 음력생일 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기분이 좋을 때면 나오는 그녀 특유의 버릇인 운동화 앞코로 바닥을 콩콩 찧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아버지가 저의 음력생일을 챙겨줬던 것 같다. 그런 그녀를 계속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저기요- 하고 인을 불렀다. 그러나 저를 부르는 지도 모를만큼 딴 생각에 잠겨있던 인은 마침 도착하는 버스에 올라타버렸다.
"아, 저기요- "
엉겹결에 인을 따라 버스에 타버린 남학생이 다시 인의 팔을 잡아 세웠다. 그제야 인이 조금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 네? 저요? "
" 네. 혹시 번호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
인과 얼굴이 마주친 남학생이 부끄러운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에 제가 남자에게 수작당하는 줄도 모르는 인은 알려달라니 핸드폰에 제 번호를 찍어 알려주고 있었다.
" 이름이 ? "
하고 인의 오른쪽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을 확인한 남학생은 류인? 하고 물어보더니 뭔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 몇 차례나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놀란듯이 웃었다.
" 류인이라고 니가? 너 나 기억안나? 명인중학교 3학년 5반 김명수 "
" 김명수?....어디서 들어본거 같은데.. 아! 김명수! 우리반 반장. 기억났어! "
" 기억하네. 암튼 헐.. 너 진짜 이뻐졌다? 이름 안들었으면 진짜 몰랐을거야 성형했어 너 ? "
" 성형은 무슨! 그리고 이.. 이쁘기는 부끄럽게 왜 그래 너 "
" 성형 안 했는데 이렇게 달라지나? 와 대박 너 진짜 이뻐졌네. 내가 너 띄워주는게 아니라 여기 버스에 탄 녀석들이 다 너보고 힐끔 거리는거 안보여? 나도 아까 번호 딸... 아 암튼 . "
그의 직설적인 말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진짜 남자들이 자신을 힐끔대고 있는 것을 파악한 인은 얼굴을 붉혔다. 다들 왜이렇게 쳐다보는 거야. 어쩔 줄 몰라 작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고 애쓰고 있는 인이였다.
" 나.. 나 여기서 내려 잘가 김명수 "
하고는 버스에서 황급히 내려 괜히 학교로 뛰고 있다. 처음 느끼는 남들의 시선에 적응을 못한 탓이였다.계속해서 뛰던 인은 문득 피식 웃었다. 그렇게 내가 이쁜가. 여러모로 기분 좋은 일이 겹친다고 생각하고 또 앞코를 바닥에 찧고 있었다.
* * *
" 안돼 류인. 고3이 무슨 가족 행사야 자율 하고 가 "
정규수업과 보충이 끝나고 가족행사가 있다며 담임에게 자율을 빼달라는 인의 부탁은 단칼에 거절당했다.
" 아씨 쌤 오늘 제 생일이란 말이예요 "
" 무슨 생일. 저번에 생일이라고 빠진건 뭔데. 거짓말 할래? "
" 아 음력생일이요! "
" 쓸데없는 소리말고 교실로 돌아가 "
고3에게 자율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반 1등인데 좀 봐주지.인은 매정한 담임에게 한국 교육의 폐해와 담임선생님의 처사에 대해 투덜대었다. 물론 속으로. 그리고 교실로 다시 돌아가며 현욱에게 문자를 보냈다.
- 아빠 미안해 자율하고 빨리 뛰어갈게용
* * *
" 잘가 얘들아 "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없어 혼자 가게된 인이였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30분이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조금 꾸물댔더니 버스가 끊기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현욱에게 전화해야 할 것 같았다. 신호가 가고 몇 번만에 바로 현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빠
- 인아 어디야! 왜 이렇게 늦어
- 네? .. 아 .. 학교예요
- 인아 애들 다 갔지?
-네.. 저밖에 없는 것 같아요
- 거기서 기다려 어디 가지 말고 아빠가 데릴러 갈게 알았지?
- 네 아빠
전화를 끊고 교문앞에 앉아 있는 인이였다. 근데 왠지 아까 아빠의 목소리가 화가 난 것도 같고 조급한 것 같기도 했다. 제가 너무 늦어서 화가 나신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휴- 마른 한숨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자 보름달이 떠있었다. 만월. 인은 갑자기 심장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근- 두근 - . 심장 고동이 귓속을 울리는 느낌이였다. 인은 제 손으로 심장부근을 쥐었다. 숨이 가빠왔다.
" 인아! "
심장을 쥐고 어쩔 줄 몰라하는 인의 모습을 발견한 현욱은 얼굴을 굳히며 재빨리 뛰어와 인을 차에 태웠다. 그리고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앉은 인은 계속해서 아빠 - 괴로워요 하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에 현욱은 무언가 비장한 얼굴을 하며 곧 도착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인을 안아 내리고는 말했다.
" 인아 조금만 참아 괜찮아질거다 "
현욱에 말에도 정신을 잃은 듯 인은 대답이 없었다. 다만 그녀의 손톱이 현욱의 어깨를 파고들고 있었다. 곧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욱은 인을 소파에 내려놓은뒤 베란다의 문과 집안에 있는 온 창문을 잠갔다. 현관문의 보조 잠금잠치를 잠그는 도중 현욱의 등 뒤에서 인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졌다. 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 인아.. 여깄다. "
현욱은 몸을 돌려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인은 괴로운 듯 계속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고 눈동자은 형용할 수 없는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담담하게 그의 팔목을 인의 앞에 갔다 대었다. 그러자 인이 순식간에 그의 팔뚝으로 달려들어 허겁지겁 그의 팔을 물어 뜯었다.
" 크.. 크억.. 하 "
현욱은 괴로운 듯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러나 인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듯 계속해서 그의 팔뚝을 물고 무언가를 목으로 계속 넘기고 있었다. 현욱은 아찔한 느낌에 정신이 희미해져갔다. 몸 속의 생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 그래 자신의 딸은 자신의 피를 마시고 있었다. 매년 음력 생일이면 피를 갈구하는 딸. 이것이 인의 음력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 인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신에게서 원하는 피의 양이 많아져갔고 작년에는 과다 출혈로 정신을 잃어 응급실에 실려갔었다. 그리고 오늘은 - 자신의 몸이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정신이 점..점....
" 채앵- "
현욱이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그때 갑자기 베란다의 윈도우가 부서지며 무언가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현욱이 겨우 눈커풀을 올리며 앞을 보자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장신의 흰색머리 남자가 뚜벅뚜벅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누.. 윽 ... 누구 "
" 이 녀석이 지 아버지를 죽일 심산이네 "
백발의 알 수 없는 남자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는 현욱을 물고 있는 인에게 다가가 오른손으로 목 뒤를 세게 내려쳤다. 그러자 인이 정신을 잃고 현욱에게서 나가떨어졌다.
" 큭... 뭐.. 뭐하는 짓.. "
"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야 죽고 싶어? 19년 째 생일에 월족이 성년이 된다는 거 알고도 이러는 건가? "
백발남자는 현욱에게 화를 내고서는 현욱의 목 뒤를 쳐 현욱마저 쓰러지게 하고는 인에게 다가 인의 두 팔목에 수갑과 비슷한 족쇄를 채우고는 소파에 벌렁 누웠다.
" 그나저나 저 녀석은 내가 어떻게 이 15층 아파트를 밖에서 뛰어들어 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은가보네. "
하고 씨익 웃었다.
판타지 로맨스예요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꾸벅)
전 댓글 많으면 잘씁니다
없어도 쓰고요 하하하;
첫댓글 와- 재밌어요^^ 제가.로맨스 판타질 조아하는데 쿨럭-, 너무 로맨스 위주는 안조아하구요. 뭔가 극작이면서 그런 ㅋㅋㅋㅋ 여튼 빨리 완결까지 보고싶어요! 작가님 퐈이링!
감사합니다^^ 열심히쓰겠습니다
즐감하고 가요
즐겁게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네잘봤습니다^^
다만조금아쉬운점이있다면이소설에서판타지적?으로바뀌는부분이약간어색하게흘러간듯해요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