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전원일기”
2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우리들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오고 있는 것 같다. 대외활동이 줄어들고
‘방콕’생활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우연히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아주 오래된 옛날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정답고 아련한 추억에 젖어 계속 보게 된 연속극은 20여년이 훨씬 지난 ‘전원일기’ 이었다. 1980년 10월부터 22년 동안 방영된 이 드라마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갈채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던 연속극 이었다.
‘양촌리’ 라는 한적한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주간 연속극 이었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농가생활의 의미를 찾게 하고, 농촌지역 사람들에게는 ‘생각하는 농민’, 긍지와 보람을 찾는 방법, 참다운 농심(農心)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할머니를 모시고 4대가 한집안에 사는 김 회장(최불암역) 댁과 객지를 전전하다가 귀농해 부지런히 일하는 일용이 네를 중심으로 이웃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서정 드라마였다. 1980-1990년대 우리 농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인문학적 보고서이자, 온 국민들이 울고 웃던 추억의 휴먼 드라마였다.
농촌이라는 배경과 소재를 통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들에게 농촌 실정과 그리움을 드라마로 그려 낸 작품이다. 가족과 이웃들이 애환을 함께 하며 마을마다 고여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했던 연속극이다. 농촌 고향을 떠난 도시민들의 삶에 위안을 주기도 했었다. 전원일기는 늘 우리에게 농촌의 소박하고 유대감 넘치며, 아름답고 평화롭던 고향 모습을 그립 게 했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못 입고, 못 먹고 살면서도 자식들만은 가르쳐야 한다며 도시로 유학을 보냈다. 그래서 지금의 도시민들 대부분은 너나 할 것 없이 농촌이 고향이고, 농부의 아들이자 딸이고, 손자이고 손녀다.
2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왜 다시 연속극 ‘전원일기’ 일까?
22년 동안 계속되던 인기 드라마가 종영될 무렵부터 우리 농촌 환경은 크게 바뀌고 있었다. 농촌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농촌 주택과 공간, 가족 구성, 농민들의 의식구조와 이웃 간의 관계도 옛날 같지가 않았다. 파도처럼 지구촌을 휩쓸고 지나간 자유무역협정(FTA) 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은 숨이 막히고 설 곳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
아기 울음소리 그친 시골 동네에 노인 혼자 쓰러져가는 옛집 지키며, 명절 때나 올까 말까한 자식들을 기다리고, 어른 기침소리만 듣고도 조심스러워 하던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 요즈음 농촌이다. 정상적인 가정이 무너지고 이웃 간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이기적으로 변하는 세태 속에서 인간답게 살던 ‘양촌리’ 사람들이 그리워 전원일기를 찾는지도 모른다.
농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낮은 사양 산업 이미지로 보고 있다. 먹거리 생산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농업에 종사하기는 꺼려하는 현실이다. 농사일은 품이 많이 들고 참으로 고된 작업이다.
농사란 철 따라 농민이 땀흘려가며 써가는 대하소설 같은 것이다. 철이 되면 씨 뿌리고, 돌보고, 거두는 일이 자연의 순환이라면, 못자리를 시작으로 벼 베고 방아 찧어 쌀독 그득히 채우며 흐뭇해하는 농부의 표정이 한해 농사의 마무리일 것이다.
또다시 정치 계절이 다가 오니 농촌과 농업을 살리겠다고 정치인들은 나대기 시작한다. 농촌을 살린다고 하는 말은 사람도 없는 곳에 길을 내고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농업의 가치를 경제적 논리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크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지금의 경제적 계산 보다는 국가의 백년대계에 두어야 한다. 농작물은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낸다. 논물은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고 지하수원이 되기도 한다. 농업은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해 생태계를 유지해 준다. 농촌마을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 보전하며 도시인들의 휴식처 기능도 한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244조원 이라고 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시장에서 거래될 수는 없어도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요소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지 않고는 우리 농업의 미래가 암울할 뿐이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시작된 ‘농업가치 헌법반영’ 토론회가 계속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 농업은 인간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기초산업이며, 농촌은 우리가 태어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첫댓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지 않고는 우리 농업의 미래가 암울할 뿐이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시작된 ‘농업가치 헌법반영’ 토론회가 계속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 농업은 인간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기초산업이며, 농촌은 우리가 태어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아기 울음소리 그친 시골 동네에 노인 혼자 쓰러져가는 옛집 지키며, 명절 때나 올까 말까한 자식들을 기다리고, 어른 기침소리만 듣고도 조심스러워 하던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 요즈음 농촌이다. 정상적인 가정이 무너지고 이웃 간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이기적으로 변하는 세태 속에서 인간답게 살던 ‘양촌리’ 사람들이 그리워 전원일기를 찾는지도 모른다.
우리집도 메일 전원일기만 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