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거리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에게 ‘개’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어떤 사내가 디오게네스에게 그렇게 된 까닭을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내게 뭔가를 주는 자에게는 꼬리를 치지만,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자에게는 짖어대고, 못된 자에게는 물려고 덤벼들기 때문이지,” 그 사내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개인가?“ ”나는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지만 그 사람들 누구하고도 함께 사냥하러 가지 않는 개네.“ 디오게네스가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개다, ’개다” 라고 외쳐댔다. 그러나 디오게네스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개는 오히려 너희들이지, 사람 주위에 버티고 서서 사람이 밥 먹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니,“ 어느 연회장에서 사람들이 마치 개에게 하듯이 디오게네스에게 고기 뼈다귀를 던져주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벌떡 일어나 그 자리를 뜨면서 개처럼 그들에게 소변을 내갈겼다. 어떤 사람이 디오게네스에게 물었다. ”어떤 술이 가장 맛이 있는가?“ ”실컷 마실 수 있는 술이지,“ 또 어떤 사람이 물었다. ”식사를 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은 언제인가?“ ”부자는 원 하는 때, 가난한 자는 먹을 수 있을 때가 가장 적당한 때지“
디오게네스는 오래 살았다. 90세가 가까울 무렵에, 낙지를 개들에게 나누어 주다가 개들에게 물려 죽었다고도 하고, 스스로 숨을 멈추고 죽어갔다는 말도 있다. 어느 날 그의 친구들과 제자들이 그에게로 찾아가자 아직도 옷을 몸에 감고 누워 있어서 늦잠을 자는가 하고 옷을 벗겨보니 죽어 있었다. 가족들의 상의하에 이스트모스로 통하는 문 옆에 묻으면서 그 위에 돌기둥을 세운 뒤에 그의 별명에 걸맞게 대리석으로 된 개를 장식했다. 디오게네스의 고향인 시노페섬에서는 기념비를 세워서 그를 칭송했다.
”때 지나면 구리도 녹이 슨다. 때 지나도 썩지 않는 그대의 명예, 그대만이 지는 꽃의 덧없는 아이들에게 나는 새의 가벼운 생명을 가르쳐 준다.“
‘애완견’이라는 이름으로 개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상한 사회이면서도 조금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와 같은 사람을 ‘개’라고 비하하는 이 시대에 ‘개’라는 별명을 듣고 살았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았던 디오게네스가 저승에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다면 빙그레 미소짓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