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2. 20. 수요일.
요즘 서울의 날씨는 계속 영하권이다.
오늘도 최고온도 영하 5도, 최저온도 영하 9도.
내일 12월 21일은 최고온도 영하7도, 최저온도 영하 15도 예상하고
모레인 12월 22일(동짓날)에는 최고온도 영하 6도, 최저온도 영하 15도 예상한다.
춥다고 아파트 실내에서만 머물 수가 없기에 오후에는 속내의를 껴입고, 외투를 입고, 털모자를 깊숙히 눌러써서 귀를 덮었고, 입 마스크를 하고, 손에는 가죽장갑을 낀 뒤에서야 아파트 바깥으로 나갔다.
아파트 단지 안 도로는 살얼음이 얼었다.
다행히도 청소부들이 빗자루로 눈을 쓸었기에 도로 위에는 잔설이 별로 없었다.
살얼음이 얼었기에 자칫하여 넘어지면 크게 다칠까 싶어서 나는 양팔을 좌우로 벌린 채 천천히 걸어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 쉼터로 나갔다.
서호 쉼터 운동기구에는 노인 몇 사람이 고작이며, 돌벤치 위에 걸터앉은 노인네는 전혀 없었다. 평소에는 돌벤치 위에 걸터앉아서 바둑 장기를 두는 영감들이 무척이나 많았고, 구경꾼은 더 많았는데도 오늘은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석촌호수 안의 물은 잔잔하게 찰랑거렸어도 살어름 빙판길은 없었다.
산책로가 깔끔하게 청소되었다.
청소부 7 ~ 8명이 빗자루로 눈을 쓸고, 당그레로 눈덩어리를 밀어서 치웠기에.
또한 한 노인의 어깨에는 무거운 엔진기계를 메고 있었고, 이 기계로 센 바람을 일으켜 눈을 쓸어내기도 했을 터.
할머니 청소부도 눈에 보였다.
이들 덕분에 산책로는 눈이 말끔히 치워졌기에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키 큰 가로수가 많은 산책로에는 그늘이 져서 살어름이 더욱 두꺼웠고, 가로수가 적은 곳은 햇볕에 물기가 말라 가셔서 걷기에 아주 적합했다.
그런데도 나는 혹시나 실수하여 미끄러질까 싶어서 양팔을 좌우로 쭉 뻗은 채로, 등을 더욱 낮게 굽혀서 천천히 걸어야 했다.
어기적거리는 꼬라지일 게다.
가뜩이나 등허리가 굽어져서 걷기 힘들어 하는 내가 자칫 잘못하여 빙판 위에 넘어지는 날에는 크게 다칠 우려에 겁을 먹었다.
장갑 낀 손이 하도 시려워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때로는 장갑 낀 손으로 허벅지 살을 두들기면서 손가락 운동도 해야했다.
수족냉증이 있는 나한테는 손가락이 꽁꽁 얼어서 아프기도 했고, 화도 치밀었다. 발도 시렵고.
겨울철이면 유난히도 추위를 더 타며, 특히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저리고 아프기도 하였다.
석촌호수 수변 바깥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가 어떤 노인네를 보았다.
허름한 차림새의 영감이 작은 밀차/손수레를 밀면서 걷고 있었다.
밀차 위에는 커다란 가방이며, 옷보따리가 얹혀 있었다.
평소에는 공원 숲 아래 산책로 벤취 위에 걸터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노숙자이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꼼지락거려서 추위를 조금이라도 덜어내야 할 게다.
작은 밀차를 밀면서 산책로를 느리적거리며 걷는 노숙자가 정말로 불쌍하게 보였다.
얼마나 추울까?
끼니 밥은 제대로 먹었을까?
세수는 했을까?
석촌호수 산책로 위에는 화장실이 몇 군데나 있지만 한겨울철에는, 화장실에서는 따뜻한 수돗물이라도 나올까?
어디서 몸을 닦고(목욕), 더렵혀진 옷을 세탁하지?
추위를 무척이나 많이 타는 나는 그 노숙자의 처치가 무척이나 안타깝다.
얼마나 춥고, 배가 고프랴 싶다.
2.
나는 집으로 돌아온 뒤 인터넷으로 '노숙자, 쪽방촌, 판자촌' 등의 용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걸쳐서 판자촌,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숫자는 38만 가구.
0.5평 ~1평에 불과한, 아주 작은 쪽방 한 칸의 월세는 20 ~ 30만원 쯤이란다.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는 겨우 잠자리만 있을 터.
* 화장실, 목욕시설은 없어서 공동변소에서 대소변을 처리할 터.
이런 시설에 들어가지도 못해서 서울특별시의 부자동네로 알려진 곳 가운데 한 곳인 송파구 잠실에 있는 노숙자들.
석촌호수 산책로 벤치에는 2 ~ 3명의 노숙자가 늘 있었다.
특히나 오늘처럼 추운 한겨울에 노숙자 노인네가 쉬지도 못한 채 작은 밀차에 살림살이 도구를 얹어서... 산책로를 따라서 걸어서 추위를 이겨내는 처지가 무척이나 안됐다. 정말로 한심하고, 비참한 꼬라지였다.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드는 쪽방촌, 원룸 등은 대도시 안에서는 더욱 많을 게다.
서울역 뒷편 동자동, 용산구 용산역, 영등포구 영등포동, 종로구, 중구, 온수역, 수원역, 성남 모란역 등... 전국의 대도시 역사 안에도 숱하게 많을 게다.
시골태생인 나.
초등학교 시절인 1960년 봄에 대전으로 전학갔고, 대전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대학 다녔고, 공직자가 되어서 서울에서 30년 넘게 일하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학교에 전혀 다니지 못한 무학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열심히 노동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나는 어린시절부터 굶주림을 모른 채 성장했고, 학교에 다녔고, 군대에서 제대했고, 직장을 가져서 월급생활자로 생활하다가 정년퇴직했다.
지금은 쥐꼬리보다 조금 더 긴 연금으로 생활하기에 나는 절대적인 배고픔과 맹추위를 모르면서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배 고프다고 해서 남한테 '밥 좀 주세요'라고 동냥한 적도 없다.
잠자리가 없어서 맨땅, 역전의 화장실 안 등에서 잔 적도 없다.
돈이 없다고 해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강도짓을 한 적도 없다.
술도 전혀 하지 못하고, 담배도 전혀 피우지 않고, 마약도 전혀 모르고, 화투와 노름도 모르고, 사교 댄스/춤도 모르고, 사치도 하지도 않는다.
범죄도 저지르지 않는다. 즉 남을 속이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거나를 하지 않고, 남을 고의적으로 괴롭히지 않은 채 지금껏 그럭저럭 살아오고 있다.
이처럼 나는 일생을 정말로 재미없게 산다.
그냥 평범하게, 욕심도 내지 않고도 산다.
....
추운 겨울철이 얼른 지나갔으면 싶다.
가난한 사람한테는 추운 겨울은 정말로 혹독한 고문이 될 게다.
노숙자들은 고생을 많이 해서 일반사람보다도 평균수명이 4년 정도나 짧다고 한다.
국가와 정부 그리고 사회단체에서 이들 노숙자한테 더 많은 배려와 혜택이 있는 그런 행정을 더 펼쳤으면 한다.
용어 검색 중 ....
.. 노숙자, 부량자, 부량인, 양아치, 행려병자, 고시원, 고시텔, 쪽방, 노숙자 쉼터, 찜질방, 막장 양아치, 거렁뱅이, 거지, 왕초노숙자, 종이상자, 골판지, 홈리스(home less), 혼밥, 혼술, 혼행(혼자 여행), 무연고 사망자, 독거사, 고독사, 무료 급식소,
....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동대문역, 익선동 쪽방촌
구로구 가리봉동 쪽방촌
남대문 5가,
* 서울지역 쪽방이 있는 282개동
달동네, 비닐하우스촌,
송파구 화훼마을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경기도 과천시 꿀벌마을
...
줄줄이 이어진다.
* 쪽방촌 : 면적 1평이 남짓한 방들이 모여 있는 곳.
기초생활보장 제도, 돌봄 공동체, 쪽방 상담소, 취약계층, 서울 노숙자 쉼터, 자유의 집,
* 성남 모란역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032- 751- 1970
성남 노숙자 봉사 : 김하종 신부 '안나의 집'
...
인터넷 뉴스에서 조금 발췌한다.
".... 2001년도부터 매해 동짓날(12.22.), 서울역 광장에서는 ‘홈리스추모제’가 열립니다.
12월 4일, 47개 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2023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2023 홈리스 추모행동’을 선포하였습니다. ....'
나중에 보탠다.
쉬자...
3.
'.... 전국의 연탄 사용 가구는 7만 4천여 가구로 2년 전 조사 때보다 10% 가까이 줄었지만, 서울, 대구, 충북, 제주 등 4개 지역에선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루에 연탄 6장 태우지만 추운 날에는 연탄 8장을 태워야 한단다.
연탄 구입가격도 많이 들어갈 터.
가난한 서민들은 아직도 연탄을 땐다. 연탄 한 장 구입가격은 900원을 넘을 게다. 여기에 운반비를 포함하면 연탄 한 장 가격도 제법 비쌀 게다.
'2023 전국 연탄사용가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약 7만 5천여 가구.
연탄 한 장은 10시간 이상 꾸준히 타기 때문에 최소 2장이면 작은 방 하나를 하루 종일 데울 수 있다.'
4.
이렇게 추운 겨울철에... 그 많은 종교의 신(神 영혼)들은 뭐하고 있냐?
'추위야. 물러나거라' 말하면서 팔뚝으로 후이 내젖으면 추위가 금방 물러나야 할 게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혹시라도 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싶다.
만약에 죽는 사람이 있다면 초상 치루고 장사지내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까?
내 경험이다.
내 어머니는 아흔일곱 살이 된 지 며칠 뒤인 2015. 2. 25. 밤 11시 15분에 지방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아들이 혼자인 나는 영구차를 불러서 그참 지방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갔다.
다음날인 2월 24일이 시작되었고... 종일토록 문상객을 받고
사흘째 되는 2월 25일 아침에는 고향마을로 운구했다.
서낭댕이 당산나무 근처에서 노제를 지낸 뒤부터는 상여꾼들이 상여를 매고 앞산으로 올라갔다.
1982년 6월 10일에 돌아가신 아버지 무덤 한 자락을 파서 어머니의 시신을 매장하는 날은 아침부터 눈발이 비치고,
얼마나 추웠던가.
남자 상제는 나 혼자.
나는 아버지 산소 옆에 피운 장작불도 쐬지 못한 채 벌벌 떨면서 매장작업을 끝까지 지켜봐야 했다.
신(神)이 있다면 그날 신(神)들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귀싸대기를 마구 후려갈겼을 게다.
눈이 내리는 산에서 매장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너무나도 추워서 벌벌 떨면서, 화가 치밀고, 독기가 올랐기에 ....
내일은 2023. 12. 21.
무척이나 추운 날이라고 일기예보를 한다.
전국에 걸쳐서 .... 죽거나 돌아가시는 사람이 없었으면 싶다.
아마도 그럴 게다.
많은 신(神)과 귀신/영혼들이 힘써서 추운 날에 죽는 사람이 없도록 신적(神的)인 어떤 조치를 취할 게다.
............. ............
이처럼 실재의 삶이 있는 문학-글을 썼으면 싶다.
'실천문학'이라고 해야 할 터.
2023. 12. 20.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