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이처럼 사소한 것들)
1. 태아 안에서는 엄마한테서 영양분을 얼마나 많이 쥐어짤지를 놓고 모계 유전자와 부계 유전다가 다툰다. 부계 유전자가 모계 유전자의 뜻을 거슬러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한다. 모계 유전자는 현재 태아의 생존에도 신경 쓰지만 앞으로 낳게 될 다른 태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모체를 끝까지 쥐어짜 더는 자식을 못 낳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손해다. 이와 달리 부계 유전자의 관심사는 엄마보다 태아다. 이 여성한테서 태어날 다른 아이 역시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계 유전자는 엄마를 압박하는 유전자들로 선발되며 태반에 자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영역에서만 발현된다. 이런 유전자가 만든 호르몬은 엄마의 혈액 속 영양분 농도를 높이고, 엄마의 행동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까지 변화를 일으켜 출산 뒤에 아이를 더 살뜰히 보살피게 한다.
2. 인간에서든 유인원에서든 모체에서 얼마나 많은 영양분을 가져올지를 결정하는 쪽은 엄마가 아니라 태반이다. 태아로 통제권이 넘어가면 태아에게 영양분을 더 많이 공급하려는 부계 유전자의 작용에 휘둘리기 쉽다. 이런 호르몬들이 마구 작용하면 임신부가 임신 합병증을 앓거나 심한 경우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3.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신은 임신부의 암 발병률도 높인다. 특히 태반 조직이 자궁 안에서 계속 증식할 때 생기는 악성 탈락막종은 상상 임신한 여성이나 유산한 지 얼마 안 된 여성에게 나타난다. 악성 탈락막종은 그대로 놔두면 순식간에 목숨을 위협받는다. 태반에서 임신부의 자궁에 침투하는 영양막은 그 특성이 전이암 세포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빠르게 증식하면서 세포 조직에 침투하고 입력된 자멸 지시를 무시한다.
4. 갓난아이는 걸핏하면 밤에 눈을 떠 엄마(또는 아빠)에게 젖을 달라고 보챈다. 엄마가 아이에게 자주 젖을 물리면 앞서 언급한 수유 무월경이 일어나 산모가 잠깐 생식 능력을 잃기도 해서 꼬박꼬박 젖을 물리는 여성은 임신할 확률이 낮다. 덕분에 엄마의 자원을 상대로 어린 형제자매와 경쟁할 일 없이 더 오래 젖을 먹을 수 있다. 밤에 자주 깨는 아이는 대체로 동생 없이 엄마에게 더 오랫동안 꾸준히 보살핌을 받는다. 그러니 갓난아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과 경쟁하느라 툭하면 밤에 깨 젖을 빤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가설이 맞다면 엄마의 희생을 대가로 태아에게 자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밤에 아이를 자주 깨우는 유전자도 부계 유전자로 봐야 한다. 태아의 부계 유전자는 모계 유전자에 비해 앞으로 엄마가 낳을 아이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5. 한배에 낳는 아이 수를 늘리기보다 아이를 낳는 간격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 사촌인 침팬지는 새끼가 여섯 살 무렵에야 어미와 떨어진다. 하지만 현대의 수렵, 채집 사회에서 조력자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여성은 갓난아이가 젖을 떼자마자 다음 아이를 밸 수 있어 3년마다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 사회의 여성은 협력 번식을 통해 매우 튼튼한 아이를 비교적 많이 낳아 질과 양의 충돌을 해결한 것이다.
6. 서구의 육아 방식은 오늘날 본보기로 삼아야 할 척도로 자주 사용되며 어떤 육아 방식이 바람직한지, 그런 육아 방식을 충실히 따르지 않으면 아이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육아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개념인 '애착 이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주된 보호자는 대체로 엄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아이에게 둔감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엄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는 아이의 발달 과정을 방해하며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애착 불안을 일으킨다.
결국 애착 이론이 암시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아이가 세상에 스스럼없이 반응하고 잘 적응해 성인기에 유용한 관계를 형성할 줄 아는 생산적인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키워야 할 사람은 '엄마'다. 따라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두 '엄마' 탓이다. 이 이론의 문제점은 여러 문화를 넘나들어 살펴보고 역사와 진화 과정을 아무리 폭넓게 둘러봐도 부모 중 한 사람은 육아를, 다른 사람은 생계를 도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핵가족이 매우 드문 형태라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보호자라는 개념은 학문적으로 뒷받침된 규범이 아니라 근대 서구에서 생겨난 문화 사상이다.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와 집에서 자란 아이의 발달 정도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가 엄마 혼자 돌본 아이보다 대체로 감정 장애나 행동 장애를 덜 겪었다. 이런 연구들은 육아를 다양한 보호자와 다양한 관계를 아우른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길, 사회성과 협동성을 자랑하는 인간의 기나긴 진화 역사를 더 잘 반영하는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권장한다는 의미다.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일부분을 발췌함.
임출육 관련 부분은 저게 다야!
이 외에도 인간 이외의 종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협력 사례를 설명하는데 흥미롭고 재밌음.
어디 가서 아는 척 하기 좋고
번역과학도서치고는 용어나 서술이
읽기 편한 편인 듯해서 추천해! (전형적인 문과인..)
첫댓글 오 진짜 흥미로워
우와흥미옵다고마워
밀리에 있다!
도서관에 있네 빌려봐야겠다 고마워 재밌다
헉 너무재밌다 읽어봐야지 고마워여시
원본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발췌본만 봤을 때 “부”계라는건 정말 악독하구나:..;!
좋은책 추천 고마워!!!! 바로 샀다 읽어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