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세속화 극복의 길, 가정과 공동체에서 찾자”
입력일 2024-03-18 수정일 2024-03-21 발행일 2024-03-24 제 3385호 7면
첫복음화부서 위원과 만남 자리서 강조…저서 「삶: 역사를 통한 나의 이야기」 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5일 교황청에서 복음화부 첫복음화부서 위원들과 만나 현대 가톨릭교회의 위기 원인인 세속화를 극복하려면 가정과 공동체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 가톨릭교회의 위기 원인을 수십 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는 세속화 경향이라고 지적하고 세속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가정과 공동체에서 찾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3월 15일 교황청에서 정기총회를 진행하던 복음화부 첫복음화부서 위원들과 만나 “가톨릭교회는 신앙을 전수하기 위해서 가정과 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강화하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속화로 인해 신앙 전수 과정에 생긴 파열(Rupture)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제시하면서 “우리에게 놓인 커다란 현안은 이 파열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 길을 찾는 것으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정 구성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긴급한 필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발전시키는 일에는 가정과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의 의미 있는 체험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삶이 바뀌는 신앙 체험이 전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와 진실되고 실제적으로 만나지 않고서는 사람들은 항상 신앙을 삶의 증언이 아닌 하나의 이론으로 만들려는 유혹에 빠져든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최근 수십 년 이래 진실된 신앙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세속화를 꼽으며 “세속화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잃게 하는 것에서부터 신앙에 대한 무관심에 이르기까지 교회 안에 거대한 어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가 이제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효과적인 응답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때이고, 우리의 응답이 있을 때라야 젊은이들은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속화가 낳는 허위의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 없이도 자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며 “세속화에 물든 사람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독립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에게 행동의 자유를 부여한 존재는 하느님이기 때문에 사람이 하느님에게서 독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세속화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는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의학 발전을 포함해 환경 보호 수단 등에서 기술의 진보는 인류에게 다방면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기술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잠재하는 진리를 향한 갈망을 만족시킬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교황은 교황청 복음화부 위원들에게 “복음화를 위한 원천으로서 ‘자비의 영성’을 발전시켜 달라”고 호소하며 “자비로운 방식으로 선교할 때 사람들은 보다 쉽게 복음을 수용하고, 마음을 열어 회개할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교황청 복음화부 위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2025년 희년 준비를 위한 대화도 나눴다. 교황은 ‘희망의 순례자’(Pilgrims of Hope)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2025년 희년 준비 주관 부서로 복음화부를 지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9일 발간한 새 저서 「삶: 역사를 통한 나의 이야기」 표지.
한편, 교황은 3월 19일 전 세계에서 발간한 새 저서 「삶: 역사를 통한 나의 이야기」(Life: My Story Through History)에서 “나는 생이 다할 때까지 교황직을 수행할 것이며,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사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황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건강이 안 좋아진다면 사임할 수 있다”며 “교황직에서 물러난다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달리 나는 ‘전 로마 교구장’(Bishop of Rome emeritus)이라 불릴 것이고, 교황청이 아닌 로마 성모 대성당에서 생활하면서 고해 사제와 병자영성체를 해 주는 사제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