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 그리고 인간
서양 신화라고 하면 으레 그리스 신화를 떠올린다. 그리스 신화가 고대 그리스 인(유럽 인)의 사유 세계를 보여주므로 그리스 신화를 잠시 훑어보자.
그리스 신은 아주아주 인간적이다. 인간의 삶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인간이 가진 감정과 욕구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뿐아니라 훨씬 더 극적이다. 나는 인간사를 연극으로 꾸며 무대에 올린 것이 그리스 신화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무대에 올라서 연기를 할 때는 과장된 행동, 과장된 감정 표현을 한다. 신화란 바로 인간사를 무대 위에서 연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장하여 그대로 연출한 것이 그리스 신화이다.
우리는 신을 생각하면, 신은 저 높은 곳에서 홀로 존재하면서 인간의 삶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서 인간과 함께 분노하고, 슬퍼한다. 마음까지도 인간적이다. 인간을 미워하기도 하고, 불쌍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은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인간인 우리는 신의 눈치를 살피여 한다. 그 행위가 신탁이다.
신탁은 신의 뜻을 묻을 때의 신의 대답이다. 이것은 바로 ‘점복’이다.
중국인이 자연의 변화를 신의 뜻으로 생각한다. 자연의 움직임을 살피므로, 신의 뜻을 알아내어 인간사에 적용한다. 그리스 신화의 신탁이 비록 신의 의사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신의 의사를 읽어내는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결국에 고대 중국인과 고대 그리스인은 같은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점복과 신탁도 주체는 인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