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조선의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을 개발한다.
조선과 일본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 한국이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도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된다는 '정체성론'(停滯性論), 한국이 역사를 스스로 전개하지 못하고 주변 외세의 간섭에 의해 좌우되어왔다는 '타율성론'(他律性論), 일본의 야마토 왜가 한반도 남부 지역에 임나일본부를 두고 직접 지배하였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 등이 그것이다.
조선총독부는 이런 논리에 입각하여 한국사를 왜곡, 조작했다.
심하게 말하면 한국 민족은 식민 지배를 받을수밖에 없는 민족이라는 점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이 역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식민사관'의 문제. 식민사관의 문제가 무엇인지 전문가의 기고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식민사학을 연구하다 보면 '대한민국은 과연 독립국가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과연 해방되었는가를 묻게 된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1948년 8월 15일 이 땅에 과연 주권을 지닌 정부가 수립되었는가도 묻게 된다.
식민사학을 깊게 연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 닿는 질문이다.
식민사관이란 한마디로 조선총독부 사관이니 일본들에게는 주인의 사관일지 몰라도 한국인들에게는 노예사관이다. 그
런데 광복 70주년이 되는 현재까지도 이런 노예사관이 득세하고 있고, 이를 국가기관들까지 나서서 옹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사군의 위치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파의 역사왜곡에 맞서는 이론을 연구하라고 설립한 국가기관이 동북아역사재단이다.
2006년에 설립되었지만 2004년에 설립된 고구려연구재단까지 합치면 10년이 넘었다.
그간 들어간 예산만 3천여억 원 남짓이 될 것이다.
그 많은 예산을 쓰고서도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책 한 권 제대로 낸 것이 없다.
거꾸로 동북공정을 옹호하는 책들은 여러 권 냈다.
재단은 2007년부터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 10억 원을 상납하면서 이른바 '고대한국(Early korea) 프로젝트'라는 것을 시행했다.
한국고대사를 6권의 영문 서적으로 간행하는 것인데, "서구학계에 한국학계의 한국고대사의 연구성과를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2013년 12월에 발간한 《The Han Commanderies in Early Korean History(한국 고대사 속의 한사군)》과 2010년에 발간한 《The Samhan period in Korean History(한국역사 속의 삼한시기)》는 조선총독부나 아베 내각, 또는 중국 군무원 산하 기관에서 간행했다고 하면 걸맞을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식이라면 한국고대사의 첫 장면은 당연히 '고조선'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위 책은 고조선은 지워버리고 중국 한(漢)나라의 식민지라는 한사군으로 대체했다.
더 큰 문제는 한사군의 위치를 시종 북한 강역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기전 108년에 세워진 한사군의 위치를 찾으려면 한사군 설치 당시 생존했던 사마천의 《사기》나 한나라의 역사서인 《한서(漢書)》를 비롯해서 《후한서(後漢書)》· 《삼국지》· 《진서(晋書)》처럼 한사군에 대해 쓰고 있는 고대 사서들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런 중국 고대 역사서들은 한사군의 위치를 일관되게 지금의 북경 부근 하북성 일대로 표기하고 있다. 한반도 내로 표기한 중국 사료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대한민국 국민세금으로 간행한 위 책들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한사군을 한반도 북부로 비정하고 있다. 중국 동북공정의 주장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유사시 중국이 북한 강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킨 후 북한은 원래 중국의 역사 강역이었다고 주장해도 반박할 논리가 없게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 관련 국가기관이 그렇게 서술했지 않느냐고 말하면 뭐라고 반박하겠는가?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책에서 낙랑(樂浪)을 우리식 발음대로 낙랑(LakLang)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러랑(Lelang)이라고 표기한 것을 비롯해서 모든 지명을 중국 발음으로 표기했다.
북한 지역은 중국의 역사 강역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총독부 산하 식민사학자들끼리의 견해가 다른 부분까지 그대로 서술했다.
진번군에 대해서 쓰다 소키치(津田左右吉)의 '북부설(평안북도)'과 이마니시 류(今西龍)의 '남부설(황해도)'을 각각 표기해놓은 것이다.
자신들이 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의 후신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
《The Samhan period in Korean His-tory(한국역사 속의 삼한시기)》는 조선총독부에서 발명한 이른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을 추종하는 내용이다.
서기 3세기에도 한반도 남부에는 백제와 신라가 아니라 삼한(三韓 : 마한 · 진한 · 변한)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고대 백제와 신라가 강력한 고대국가였다는 《삼국사기》 기록을 인정하면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가 존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총독부는 《삼국사기》를 가짜로 몰았는데, 이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이다.
총독부 사관을 맹종하는 이런 책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버젓이 간행되는 현실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과연 해방되었는가?'라는 의문이 자연히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숱한 난관을 각오해야 한다.
거꾸로 말해서 식민사학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세금으로 이런 매국 · 매사(賣國賣史)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하는 것은 든든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의 매국·매사 행위에 분노한 시민들은 2014년 3월 19일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공동의장이고, 필자를 비롯해서 최재석, 윤내현 교수 등 그간 식민사관을 비판해왔던 여러 학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운동본부에서는 창립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4월 22일 감사원에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재단이 설립취지에 반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속적으로 해치는 행위를 감사해 달라는 청구였다. 무려 9개월 만인 2015년 1월 22일 나온 감사결과는 식민사학자들의 든든한 뒷배 중의 하나가 감사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감사원은 '감사배경'에 대해서 "2006년 설립 이후 중국 동북공정의 핵심논리가 잘못되었다는 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13년에는 한강 이북이 중국의 식민지였다는 주제의 영문 책자(The Han Commanderies in Early Korean History_를 발간하는 등 재단의 설립취지와 배치되는 활동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공익감사 청구를 제기함에 따라 감사원에서 이번 감사를 하였다"라고 썼다.
그래놓고는 바로 그 다음 항목인 '감사중점'에서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식민사관과 동북공정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감사청구에 대해서는 역사학계 등에서 논의할 사항이고 감사대상으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 감사중점에서 제외하였다"고 단정 지었다.
이러니 감사원 공문의 표어인 '바른감사, 바른나라'가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이다.
9개월의 장구한 기간 동안 감사원은 단 한 번도 국민운동본부 측 학자들의 견해를 청취하려는 시늉도 한 적이 없었다.
국민운동본부는 감사원이 시일을 질질 끄는 것을 보고 이런 결론을 우려해서 '공익 청구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책감사이지 사소한 예산감사가 아니다'라는 공문을 두 번이나 보냈다.
그러나 감사원은 자신들의 소속이 중국인지, 한국인지 알지 못한다는 듯이, 또는 국민운동본부에서 보낸 각종 공문과 서적은 읽지도 않았다는 듯이 식민사관의 수호신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반해서 사용된 것을 감사해 달라는 청구가 감사원에게는 그리도 과한 요구였는가? 매국노를 옹호하는 자체가 매국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동북아역사재단이 대놓고 매국·매사 행위를 자행하는 이유가 감사원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국민운동본부 또한 감사원의 이런 행태를 뻔히 예상했기에 '공익청구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책감사이지 사소한 예산감사가 아니다'라는 공문을 두 번씩이나 보내지 않았겠는가?
동북아역사재단과 감사원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정부 소속인지 총독부 소속인지도 구분 못하는 기관이라고 밖에 달리 무엇이라 표현하겠는가?
프랑스, 나치 찬양하면 형사 처벌
동북아역사재단의 현직 이사 한 사람은 가야가 고대 일본의 식민지인 임나였다고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경상도 일부와 전라남도 전부, 충청도 및 전라북도 일부까지 임나 지역이었다는 10여 장의 지도까지 실었다.
심지어 야마토 왜에서 온 '호즈미노오미 오시야마가 영산강 유역까지 직접 지배했다(192~193쪽)'고 서술했다.
그래서 최재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자서전 《역경의 행운》에서 그의 논문에 대해서 "한 마디로 고대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라고 비판했고, 필자 역시 《우리 안의 식민사관(만권당, 2014)》에서 이 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 강연회에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모 법대 교수를 초청해 독도 관련 강연을 했는데, 강연을 들은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보니 독도는 일본 것이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말했다.
프랑스는 나치 지배를 찬양하면 형사처벌을 받지만 그러나 이 나라는 야마토 왜에서 온 왜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쓰고, 국민 세금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독도는 일본 것인양 말해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광복 70주년'은 낯 뜨거운 용어일수밖에 없다.
한 번 정직하게 반문해보자.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고, 이제는 식민지배 체제를 청산했다고, 대한민국은 완전한 독립국가라고, 독립운동하다 죽어간 지하의 고혼(孤魂)들에게 부끄럼 없이 고유(告由)할 수 있겠는가?
첫댓글 에고ᆞᆢ유관순 할머니 벌떡일어나시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