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둣가의 개
이기와
개 안에서도 생각이 꽃처럼 피고
꽃처럼 지는 걸까
죽음을 이끌고 정박한 한 척의 바람이
부들거리며 파도 위에 시들어 누울 때
개는, 개라는 평범한 목숨은
아직, 끝을 주체할 수 없어
섬기던 주인의 냄새를 정성껏 핥고 있다
기다림은 복종과 같아서
차도에 버려진 개는 차도에서
장터에 버려진 개는 장터에서
야밤에 버려진 개는 어둠에서
극진히,
모든 불길한 질문을 비우고
굶주려 깡마른 자리에서 주인을 부른다
보름이 되고 그믐이 닥친 날에도
버려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진지한 개꿈들
짓무른 눈알들이 굴러 떨어져
부두에 촘촘히 박혀도
눈알은 주인을 두고 먼저 돌아서지 않는다
기억의 옛집으로 향한 개구멍이 닫혀
의지할,
꼬리를 흔들 이유를 잃어도
개의 눈에 밟히는 가련한 여운의 인간이 있다
—《시산맥》2013년 가을호
--------------
이기와 / 1968년 서울 출생. 1997년 〈문화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그녀들 비탈에 서다』.
카페 게시글
좋은 시 읽기
시
부둣가의 개 / 이기와
강인한
추천 0
조회 435
13.11.06 06:0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