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2. 22.(음11월 동짓달 10일) 금요일.
오늘은 '동지(冬至)'
*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 '작은 설', '아세(亞歲)'라고도 한다.
* 까치설은 음섣달 그믐 아침(2024. 2. 9.).
바깥날씨 기온은 종일토록 영하권이니 햇볕은 났어도 무척이나 춥다.
- 서울 최고온도 영하 7도, 최저온도 영하 15도.
이렇게 추운 날인데도 아내는 바깥으로 나가서 시장 마트에서 '팥죽'을 사왔다.
점심 밥상에 올려놓은 팥죽을 먹었다.
멀건한 팥죽에서 새알새미(새알심이 표준어)가 흐물거린다.
팥죽이 무척이나 달착지근했다. 설탕가루를 살짝 뿌렸다는 증거일 게다.
단맛을 좋아하는 나.
그러나 인공조미료를 넣어서 만든 단맛은 별로이다.
자연 그대로의 맛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동짓날에 팥죽을 먹었으니 다음날인 내일부터는 밤의 길이가 조금씩 줄어들고, 대신에 낮의 길이가 조금씩 늘어난다.
그간 연간 밤이 가장 길었다. 하지만 맹추위는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 초순이 가장 추운 계절이다.
내 어린시절과 청소년기인 1950~ 60년대, 청년시절인 70년대 초까지 나는 충남 보령군 웅천면 구룡리 화망마을인 산골 아래에서 살았다.
추운 겨울철에 맞이하는 동지 전날에는 어머니와 누나는 팥죽을 쒔다.
사내 머스마인 나도 일을 거둘었다.
돌로 만든 커다란 절구통에 퉁퉁 불린 생쌀을 넣고는 무거운 나무-절굿대로 쿵쿵 내리 짓찧어서 쌀가루를 내면, 어머니는 채로 쌀가루를 걸러냈고, 쌀가루에 물을 부어서 질퍽하게 한 뒤에는 오물조물 짓눌러서, 조금씩 떼어서 두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동굴동굴 굴려서 새알새미를 만들고... 무쇠솥단지 안에 팥과 새알새미를 넣어서, 나뭇주걱으로 천천히 휘젖어서 팥죽을 끓였다.
식기, 바가지 안에 퍼담은 팥죽을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었던가?
팥죽을 담은 단지를 뒤켠 장독대 위에 올려놓으면 팥죽이 살짝 얼기도 했다. 차가운 맛이 나는 팥죽.
어머니는 팥죽을 조금씩 덜어서 집안 구석구석과 싸릿문, 바깥 길목에도 조금씩 뿌렸다.
'귀신 동티나지 말라'*고.
전래되는 미풍양속, 민속이었다.
백과사전으로 검색한다.
* 동티나다 :
'예로부터 하늘을 천신(天神)이라 하고 땅을 지신(地神)이라 하여 신성시했다. 특히 땅을 터전으로 삼는 농민들에게 지신은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지신이란 대지에 깃들어 있는 힘이나 신성을 의인화한 것이다. 지신은 마을공동체의 수호신임과 동시에 집안의 평안을 지켜주는 가신(家神) 역할을 했다. 그래서 마을마다 집집마다 신성시되는 땅이나 돌, 나무가 있어 그것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건드리면 그것에 깃든 지신이 화를 내어 재앙을 내린다고 여긴 것이다. ‘동티’란 건드려서는 안 될 땅을 파거나 돌을 다치거나 나무를 베었을 때 지신이 성을 내어 받게 된다는 재앙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만히 놔두면 좋았을 일을 쓸데없이 건드려서 잘못되다’라는 뜻이다.'
팥죽 사진과 '동티나다'의 설명문은 인터넷으로 검색했음.
용서해 주실 게다.
2.
<한국국보문학카페> '등단 시인방'에는 무봉 김도성 시인의 글이 올랐다.
'겨울이 주는 기억'
' ....
1972년 여자중학교 담임 시절
공납금 분실 사건이 발생했다
자수를 권했지만 헛수고였다
주머니 털고 빌려서 돈 봉투를
종례 시간에 분실 학생에게 주며
다행히 봉투를 내 책상에 갖다 놓아
누군인지 모르나 고맙다고
거짓말을 했다
3년 후 그 학교를 떠나 수원에서
살게 되었다
2005년 성탄절 전날 60대 할머니가
찾아와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100만 원 봉투를 내놓았다
공납금 7만 원 원금 받고 돌려주었다
선생님 돈 받지 않으면 저는 못 갑니다
내일 성탄절이니 그 돈으로 너의 이웃
독거노인 찾아 쌀을 사드리라 했다
.....'
내가 댓글 달고는 퍼서 '세상사는 이야기방'에 올려서 내 글감으로 삼는다.
내 댓글 :
위 사례는 마치 꾸며낸 이야기처럼 많은 감동을 줍니다.
현실에 없을 듯한 이야기이군요.
그 사건 이후 수십 년 뒤에서야 나타나 잘못을 빌었던 할머니. 당시에는 중학교 여학생이었고...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시네요.
줄거리 내용도 좋고, 뒷이야기도 감동적이어서 엄지 척! 합니다.
글 또 기다립니다.
이런 글이 진정한 '문학-글'이겠지요.
정말로 빼어난 글이다.
'삶이 있는 글'이다.
6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등)으로 쓴 시이기에 제3자인 독자도 많은 사실을 알며, 느끼며, 감동을 받는다.
즉 위 시는 짧게 썼어도 제3자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도록 6하원칙으로 글을 썼다.
나는 이처럼 '살아있는 글', '진정한 삶이 있는 문학 글'을 좋아한다.
당시에는 교사였던 작가가 먼 훗날 구태여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 시를 읽는 독자는 여러 상황을 미뤄 짐작하면서, 감동을 받는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을 터.
나도 위 시의 요지처럼 '베풀며, 기다리며, 용서하고 싶다'라고 배운다.
뒤늦게라도 용서를 빌면서, 일평생 지녔던 죄의식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다.
내게 주어진 남은 일생, 앞으로는 정말로 가볍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다가 어느날 훌쩍 떠나고 싶다.
남은 빚이 없도록, 아니 최소한도로 줄여서....
나는 섣달 스무사흘에 태어났기에 지금은 집나이 일흔여섯 살.
이 세상을 떠날 날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올 봄철부터 몸이 무척이나 약해졌는지 무척이나 힘이 들게 살아간다.
한겨울철인 오늘도 은근히 지쳐서 방안에 누워서 눈 붙이고는 낮잠을 잤다.
날씨가 고르면 바깥으로 나가 도시-바람이라도 쐬었으면 좋으련만...
핸드폰에는 날씨가 사나우니 노인네들은 바깥 나들이를 자제하시라는 문자 멧세지가 연거푸, 날마다 뜬다.
나같이 늙은이들은 추운 겨울철에 나들이를 자제해야만 덜 다치고, 덜 위험할 게다.
위 시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남한테 덕을 베풀며, 용서하자'라는 마음씀씀이를 배운다.
실천하면 더욱 좋을 터.
3.
인터넷 뉴스이다.
'충남 예산경찰서에 따르면 2023. 12. 오전 9시11분께 예산군 예산읍 한 도롯가에서 5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도로를 지나가던 마을 주민이 눈 속에 파묻힌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간경화 등 지병을 앓았던 A씨는 전날 음주 후 귀가 도중 쓰러졌다가 장시간 방치돼 동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타깝다.
평소에도 아픈 사람이 술을 마시고는 ... 얼마나 살 떨리며, 추웠을까?
술을 즐겨해서, 과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교통사고 가운데 음주운전 사고가 너무나도 많고, 또 치명적이다.
이런 뉴스는 세상을 더욱 춥게 만든다.
2023. 12. 22. 금요일.
나중에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