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만에 다시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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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밖으로 나왔다.
아, 이렇게 말하면 내가 방구석 폐인 같겠지만 정확히는 일이 없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직장에서 예상치 못한 실적으로 인해 휴가를 받고나서 좋아하고, 또 휴일을 맘껏 즐겼지만 슬슬 4일 정도 지나가니 쉰다는 핑계로 밖에 나오질 않았기에 동네 구경 겸 근처 공원으로 산보를 나온 것이다. 이 근처 공원은 실력 있는 구제업자가 구제를 했다지만 그래도 실장석들을 완전히 막기에는 무리였는지 서서히 다시 증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놈들이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거나 기물을 망가트리거나 하는 게 아닌 이상 난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 난 일종의 무관심파다.
산보를 나와 공원으로 들어서자 미약하게나마 풍겨나오는 운치 냄새가 나를 반긴다. 끄응... 그래 뭐, 이정돈 참자. 공용 화장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잖아.
그러면서 공원을 몇 바퀴 빙글빙글 돌다가 좀 귀찮아져서 그대로 벤치에 털썩 앉아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검색하고 있었다. 난 역시 몸 움직이는 건 영 안 맞는 단 말씀이야...
그렇게 한 20분 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가 눈이 뻐근해 폰을 끄고 기지개를 켰다. 의외로 이렇게 바글바글한 곳에서 탁아가 없다니, 의외로 탁아라든지 투분 같은게 없어서 더 집중하고 본 모양이다. 그렇게 눈을 깜빡거리고 나서 눈이 좀 풀리자 앞을 바라봤는데, 그곳에는 어설프게 깨끗한 친자 두마리가 서있었다.
왜 어설프냐고? 그야 보통 세탁은 실장석이라면 두건, 옷, 팬티 3개를 빨아야할텐데, 이놈들은, 한놈은 두건은 깨끗한데 옷이 더럽고, 한 놈은 옷은 깨끗한데 팬티와 두건이 더럽다. 운치도 묻어있고. 아무튼 더럽다.
참 찝찝한 기분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도 그럴게 내가 아무리 이놈들에게 무관심하다지만 눈앞에서 더러운 놈들을 보면 그런 생각은 달아난다. 더군다나 이놈들 세탁은 하는데 정작 씻지는 않는지 구린내 + 누린내가 합쳐진 실장석 특유의 냄새. 실장취가 진하게 난다. 그런 악취를 내뿜는 어설프게 깨끗(?)한 놈들이 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해봐라. 정말 싫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앞에서 한 팔엔 편의점 검은 봉투를, 한 손엔 자의 손을 잡고 날 보던 친실장이...
[데픗-]
비웃었다.
어?
뭐야 이거?
이 새끼가...?
갑작스레 기분이 나빠져 째려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어이! 오마에! 닝겐!]
"뭐? 너 지금 나 부른 거냐?"
날 다짜고짜 반말로 불렀다. 아니, 이 놈들이 날 뭐로 생각하고 뭐라 부르던 관심 따위는 없다. 허나, 눈앞에서,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이놈들은 날 반말로 불렀다. 이놈들이 아무리 맷집이 세서 성인 남성의 전력 킥을 3~4방 버틸 수 있다고 해도 단지 그 뿐. 그래봐야 한심할 정도의 근력과 치악력으론 사람에겐 상처도 못 입힌다. 자실장은 더 약해서 기껏 전력킥 1방 정도나 버틸 뿐 그 이상은 절대무리다. 심지어 오마에라는 호칭으로. 자가 그랬다면 버릇 없다고 넘어간다면 모를까 알거 다 아는 친이라는 놈이 이런다면 이 자식은.... 분충 중의 상분충이란 뜻이다. 학습이 없는 실장석들이라해도 구제가 아직 한참 지나갔다고 할 정도로 예전에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쩐지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
[뭘 그렇게 멍청하게 웃는 데스?]
"큭... 아니, 여기서 니놈들 같은 놈들을 보는 건 처음이라서."
[데풋- 칭찬도 과한 데스]
"칭찬은 아닌데. 여하튼 난 왜 불렀냐."
이유나 들어보자고.
[데? 아아 갑자기 말이 샌 데스웃.]
[테칫, 그런 테치 마마. 저런 똥닌겐이랑 왜 말을 섞는 테치? 그러면 안되는 테치.]
[데스우, 미안한 데스 와타시의 자. 하지만 모자란 닝겐과는 얘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었던 데스.]
"모자라다고? 지금 나보고 한 말이냐?"
이거 갑자기 열받네...?
[데스? 데푸풋! 그런 데스! 아까부터 봤지만 오마에는 와타시보다 아래인데스. 존댓말을 하라는 데스.]
[와타치에게도 존댓말을 하라는 테치! 똥닌겐!]
"갑자기 뭔 개소리야, 니들 지금 나 열 받게 하려고 그러는 거냐?"
[데에? 그게 무슨 소리인 데스. 와타시들은 그저 사실만 말한 데스.]
[그런 테치! 그런 테치!]
[아까 오마에를 아까부터 봤다고 하지 않았던 데스? 와타시가 본 오마에는 우리들의 땅(공원)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고 벤치에 않아 네모 씨만 보고 있던 데스. 데픗- 정말 한심한 닝겐인 데스.]
"도대체 그게 날 니들 밑으로 본다고 할 정도로 모욕감을 느끼게 할만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답답한 닝겐인 테치! 오마에는 지금 이 시간에 일을! 살아가기 위한 먹이도 구하지 않은 테치! 집도 구하지 않은 테치! 그러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던 테치! 이래도 오마에가 와타시보다 밑이라는 이유가 없다는 테치? 와타치는 어리지만 마마를 도울 정도로 훨씬 훌륭한 테치!]
[데프프프, 역시 장녀는 똑똑하고 훌륭한 데스. 집에 가면 콘페이토를 주겠는 데스.]
[텟츙~ 마마 사랑하는 텟츙~]
[자 그런 데스 오마에. 와타시의 똑똑한 자가 이렇게 설명도 해준 데스. 이제야 우리의 말을 알아 듣고 인정하겠는 테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자 정곡을 찔려서 할 말이 없어보였는지 득의양양하게 가슴을 펴는 친자. 더불어 이 소란에 관심을 가진 들실장들이 하나 둘 우리 주변에 모여든다.
[뭐, 와타시들도 악마는 아닌 데스. 이렇게 놀려먹은 댓가로 이걸 좀 주겠는 데스.]
라며 봉투를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꺼내든다. 뭔가 했는데 상온에 오래 놔둬 상해 냄새나는 돈까스 한 장이다. 내겐 정말 구역질 나는 음식이지만 이놈들에겐 특식이나 마찬가지인지 부러운 데스-... 거리며 침을 뚝뚝 흘린다.
[자, 착한 와타시가 힘들게 구한 스테이크를 좀 하사해주겠는 데스. 어서 이리와 무릎 꿇고 공손하게 두 손을 내미는 데스. 그러면 못 나눠 줄 것도 없는 데스. 데프프프픗...]
[테치~ 마마는 역시 너무나 상냥한 테치~]
라며 썩은 내 풍기는 돈까스 조각을 한 손에 들고 힐쭉이며 날 바라보는 친자. 거참, 이래서 학대파가 생기는 가 싶었다.
생각은 뒤로 했다. 그도 그럴게 이건 정말...
"풋......."
[데? 오마에 뭐라한 데스? 어서 와서 이거나 받고 감사하다며 빌고 꺼지는 데스.]
이후 자실장이 맞장구 치기도 전에 내 웃음소리가 공원을 메웠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정신 사납게 웃으며 배를 움켜쥐고 끅끅 대는 남자를 보고 실장석들은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 닌겐이 미친 데스? 저 스테이크를 준다니 너무 좋아서 미쳐버린 데스? 라며 주변에서 수군댔지만 난 그저 웃기기만 했을 뿐이다.
주변에서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기세등등해진 친실장이 나에게 말한다.
[데프프픗, 그렇게 좋아서 그런 데스? 하긴 오마에는 이런 귀중한 것을 먹을 정도는 아닌 데스. 아쉽겠지만 그냥 가는 데스.]
"아... 진짜... 고맙다야 너 덕분에 실컷 웃었네."
[데에?]
이 닝겐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스테이크도 안 받고, 집도 없고 음식도 구하러 가지 않는 이 쓸모 없는 노예가?
"그래, 진짜 실컷 웃었다야. 내가 음식을 왜 구하러 다녀, 그 쓰레기를!"
[뭐인 테치? 지금 못 먹는다고 화풀이...]
"아, 진짜 웃기네, 그런 쓰레기를 우리가 대체 왜 먹냐?"
[ㅌ....테에...?]
"거기다가 너가 멍청한 덕에 더 웃었다. 애당초 난 여기 살려고 온 게 아니야, 그냥 산책 나온 거지. 여기있다고 다 여기 사는 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다 스테이크? 그 냄새나고 상한 돈까스가 말이냐? 진짜 스테이크는 이런 거야 이런 거."
자신이 애써서 구한 최고급(실장 기준) 식량이 모욕당하자 화를 내려던 실장의 눈 앞에 떡하니 스테이크 사진을 보여주었다. 친실장이 구한 돈까스 따위가 범접할 수 없는 그러한 맛있어보이는 비주얼. 몰론 진짜 스테이크는 아니고 그냥 내가 어제 먹은 인스턴트 스테이크지만 적어도 비주얼은 상당히 괜찮아 실장석 따위들을 속이기엔 충분하였다. 이를 본 친실장은 데에.... 거리며 봉투 안을 힐끗 보고 내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 침울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자실장 역시 그러하였다. 더불어 주변의 실장석들 역시 그러하였다.
"더군다나 난 말이지, 앞으로 3일은 이렇게 빈둥대도 앞으로 3일 삼시세끼 내내 스테이크를 먹어도 지장이 없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엑...]
"그런데 니들은? 그 통풍도 잘 안되고 더운 골판지 집에서. 모기에 시달리는 그런 쓰레기 같은 집에서, 낑낑대며 애를 쓰며 기껏 가장 좋은 게 저런 다 상해버린 돈까스 1장으로 스테이크라며 행복해하며 쓰레기를 먹는 그런 쓰레기 같은 삷이나 살면서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거 가지고 아주 누가 잘 났네 자랑스럽게 떠벌리는게 아주ㅋㅋㅋㅋㅋㅋㅋ 웃기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게 니가 바라는 거였다면 내가 뭐라 할 이유는 없지만 말이지. 난 이만 간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재밌었어. 종종 다시 올테니 오늘처럼 웃겨 달라고?"
그렇게 남자는 웃으면서 밥이나 먹는다며 공원을 떠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남자가 떠난 뒤, 자신이 세레브한 음식을 구했다고 좋아하던 친자도, 주변에서 닌겐을 놀리던 친을 보러 구경 온 실장석도, 저 실장석이 남자에게 죽으면 재빨리 음식을 가지고 갈 예정이였던 실장석도, 그 목적이 일치가 안되는 무리들의 사이에 싸늘한 분위기만이 감돈다.
곧이어 피눈물을 흘리던 자실장이 청량한 소리를 낸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청량한 소리의 수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후, 그곳에 살아있는 실장은 없었다.
그리고 남자는 주변에 피해를 입지 않은 구제를 실행했다는 이유로 '모범 학대상' 을 받아 학대계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정작 본인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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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실장석 비웃으려고 쓴건데 뭔가 끝이 만족스러운 듯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
첫댓글 주제도 모르고 까불다가 털리는 거 좋네요.
원래 까불다 줘털려야 실장석은 제맛!
까불다 죽는게 재밋는레훙
사실 제일 밑바닥인 주제에 허세 부리는 게 참 좋은 데스!
왜 쳐웃나 했는데 ㅋㅋㅋㅋ
그걸 이해하고 파킨할 지능이면 주인공을 비웃지도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