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동물 용의 해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우리는 보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갔을까? 이 믿을 수 없는 질문에 답을 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얘기일 것이다. 우리는 기적을 바라지는 않지만 꿈은 꿀 수 있는 거 아닐까? 이 엉뚱한 상상으로 인해 우리는 꿈을 가질 수 있고 또 그 허황한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미래를 만나게 되는 거다.
나는 골동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사동이나 황학동에 가면 쓸만한 골동품이 없나 하고 유심히 찾아다니기도 한다. 쓸만한 작품을 하나 고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것을 만든 장인의 손길이 존경스럽고 그 작품의 내면세계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용이 가장 많이 새겨져 있는 골동품은 도자기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은은한 고려청자에는 용이 많이 그려져 있다. 그렇게 용을 선호하게 된 것에는 분명히 큰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상상의 동물이지만 꿈을 꾸면 길몽이기도 하고 태몽으로도 아주 좋은 꿈이다.
지난해 10월 초에는 진주 남강에서 유등 행사가 있어서 구경을 간 적이 있다. 강에는 갖가지 동물들의 등이 띄워져 있었는데 강변에 용 두 마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었는데 가끔 입을 벌리고 불을 뿜어낼 때면 그 위용이 대단해 보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려고 몰려들었고 아이들도 용이 입에서 불을 뿜을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용이란 아이들의 우상이 아닐까 하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올해는 용의 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용의 기운을 받아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잘해 나갔으면 한다.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우리는 그 진리를 해마다 겪고 있다. 뒤돌아보면 후회스러움으로 가득한 지난날을 어쩌지 못하고 놓아주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내리는 결단이다. 나에게도 작년에는 많은 계획은 있었지만 한 해를 보내고 보니 모든 게 뜻대로 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변경을 해야 하고 포기도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용은 순우리말로 미르라고 하는데 신화나 설화 등에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이무기가 도를 닦아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된다는 설도 있고 뱀이 500년을 살면 비늘이 돋고 여기에다가 500년을 더 살면 용이 된다는 설도 있다. 상상의 동물을 우상화하려면 무슨 말을 못 할까마는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동물 중에 가장 권위가 있는 동물이 되었다. 그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용이 되고 싶어 한다. 우두머리의 자리를 꿰차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용두사미 꼴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되고 마는 그런 상황 말이다. 말이 앞서기보다는 행동이 먼저 따라야만 한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는 사자성어이다. 새해 계획은 치밀하게 세우고 선택해서 가장 중요한 일을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마치 용의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에 눈동자를 찍어 넣어서 그림을 완성하듯이 말이다.
갑진년 용의 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용 한 마리씩 자랐으면 좋겠다.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밤이면 용을 만나는 꿈을 꾸고 밤새 용을 타고 하늘을 날다가 잠을 설치기도 하고 아침이면 잠을 잤는지 안 잤는지 비몽사몽간에 깨기도 하고 밤새 꾼 꿈의 이야기를 찾아내느라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퍼즐을 맞추듯이 꿈을 맞추어 내고 좋은 꿈인지 안 좋은 꿈인지 해몽도 해보고 용꿈을 꾸고 로또 복권도 사서 일주일간 행운을 빌어 보는 즐거움도 누리어 보면 어떨까?
새해 아침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빌었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용의 기운을 듬뿍 받아서 일 년 내내 무탈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무엇보다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명성을 꽃피울 수 있는 인간성 회복에 힘쓰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