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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측천]안녕, 해바라기
부제: 바보들의 행진, 그 이상의 카리스마
-1-
“후아...”
때는 봄을 가장한 여름의 햇살좋은 오후 두 시경.
그 때, 운명은 시작되었다.
**
내 이름은 유한울.
목단고등학교 3학년 4반이다.
지금은...나와의 약속을 펑크내버린 친구, 이얄리를 저주하며 한적한 공원을 걷는 중.
자박자박.
고개를 아래로 힐끗, 보니 신발끈이 풀린 내 컴버스운동화!
으으...묶기 귀찮아...아아...
일그러진 얼굴로 쭈그리고 앉아 신발끈을 묶는 내 앞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그 아이가 누군고 하고 고개를 들어올렸더니...
“권강연!”
훗, 우리나라에서 난다긴다하는 재벌들만 다닐 수 있다는 그 유명한 가온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나랑 동갑, 3학년 권강연. 약 3개월 전부터 사귄, 나만 바라보는 잘생긴 해바라기
권강연 바로 내 남자친구.
우리 강연이는...얼굴도 잘생기고 빽 좋고 돈 많고 매너 좋고 공부 잘하고 다정한,
그야말로 엄친아다, 엄친아.
만난 계기는... 내가 우연히 가온고 옆을 지나가고 있는데, 아주 우연히 담을 몰래 넘던
강연이와 마주쳤고, 한 눈에 반한 우리 둘은 사귀었다. 이제 벌써 3개월이 다되어간다.
이제 곧 백일이네, 그러고 보니.
“한울아, 여기서 뭐해?”
“하핫! 얄리 만...아, 아니 그냥 나왔어, 바람 좀 쐬고 싶어서. 근데 너를 만났네?”
“그래? 인연인가봐.”
라는 말과 함께 날리는 꽃미소!!
크으으... 세상에 저런 남친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한울아. 시간 있니?”
어머. 이거...설마 데이트 신청이니? 그런거니?
“있지! 있다마다? 넘친다, 넘쳐! 아주 난다미로 넘친다.”
“난다미로...?”
“아, 순우리말이야. 요즘 내가 순우리말 공부하잖니! 난다미로는, *그릇에 넘치듯 많이*라는 뜻이야.”
“음음. 유한울, 내 여자친구.”
뭐라는 거지?
그래, 강연아. 나, 네 여자친구라고.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왜...너, 혹시...설마... 바, 바람난거니?! 아니겠지? 아닐꺼야. 그럼! 아니고 말고!
근데,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강연이.
“큼큼! 내 여자친구는 유한울~♬ 다른 말로 얼짱~♬ 또 다른 말로는 똑똑이라고도 하지요오~♬”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강연이.
작사.작곡.노래.권강연...
강연아, 나, 감동받았어!
“강연아! 짱! 짜앙! 다시 한 번만 더어~.”
“하하, 그럴까? 내 여자친구는 유한울~♬ 다른 말로 얼짱~♬ 또 다른 말로는 똑똑이라고도 하지요오~♬”
그렇게 한적한 공원 한복판에서 너랑께 나랑께 노래 주고받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여, 짜범-”
짜, 짜범이 뭐지? 사람 이름인가?
이름 참...특이하네. 짜범이 뭐야, 짜범이.
그런데... 짜범이라 외치는 남자아이에 반응하는 강연이?!
뭐야. 네가 짜범이였던 거야?! 네 이름이 짜범이였어? 강연이가 아니라?!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나를 뒤로하고, 뒤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는 우리 강연...아니 짜범...아니 강연...
어쨋든 멋진 내 남자친구.
“아...하하! 안녕, ”
상당히 어색하게 웃는 내 남자친구 강연이.
“짜범아. 내가 너 짜범인 줄 진즉 알고 있었지만...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추억을 생성해
나가는 신성한 장소에서 고성방가를 하면... 기분 좋게 놀러나온 사람들 기분이 어떨 거같니, 너같으면?
더러울 것 같냐...아니면 깨끗할 거 같냐.”
너님이 누구신지는 모르겠다만,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제길.
목소리는 좋은데 싸가지가 없다.
이눔아, 목소리 바꿔라 바꿔! 우리 강연...아니 짜범...아 씨! 우리 남친 마구 놀리는 놈 따위에게
그런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는다구.
“야! 목소리는 드럽게 좋은 게 말투는 왜 저따구야?! 야, 이 미친 것아! 이건 고성방가가 아니라
사랑의 노래라구! 나와 강연이만의 “러브 미 텐더”라 이거야!”
...라고 말하진 못했다.
내가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강연이가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은색의 십자 귀걸이를 한 쪽 귀에만 달고는, 은색에 가까운 바닐라 블론드 머리를 한 이 남자아이는
척 보기에도 양아치일 것 같다.
근데...솔직히 잘생겼다.
강연이보다 배로.
어쨋든 그렇게 당당하게 소리치지 못하고 스을~쩍 눈을 위로 올려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 아이가 누군고...했더니 요즘 인기의 최고봉을 달리는 보이그룹 ‘은빛아이’의 리더 은호?!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열광하는 그 은빛아이의 은호?!
‘호’라는, 특이한 외자 이름을 가진 아이.
어렸을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해 온 은호는 성형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란을 대고 그린 듯
완벽한 턱선, 주먹만하니 동글동글한 눈, 긴 속눈썹, 새까만 머리카락(그러나 새 앨범으로 머리를 염색
했다고 한다_내 친구가), 길다리 긴 기럭지, 180이 넘는 훤칠한 키, 완벽한 패션감각...
게다가 춤까지 잘 춰서(유명한 엔터테인먼트에서 스카웃제의가 수백 번도 넘게 들어왔다 한다. 물론
거의 거절했지만. 그것도 아주 싸.가.지.없.게.)연예인이 되기에 딱 좋은 사람이었다고 해 아이돌이
되었다고들 하던데...
노래도 잘한다고 했다.
기타 연주도 수준급이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도 은호가 작곡했다는데...
공부도 전교 등수 안에서 놀아난다더라고.
난 겨우 반에서 상위권 유지하는데... 기껏해야 3,4등 정도.
도대체 이 남정넨 못하는게 뭐야?!(지가 떠올리고 지가 짜증나하는 바보 주인공)
그러고보니 은호의 주위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아니, 아주 꽁꽁 막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님! 어디계세요?”
를 외쳐야 할 것만 같았던 공원이 이제는
“바닥이 안 보여! 온통 신발이야!”
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수준이다.
“꺄아악~~ 호야(호의 애칭)오빠, 여기 좀 봐주세요!”
“오빠아~!!! 싸인 좀 해주세요!”
“잘생겼다 은호오~!!!”
“우윳빛깔 은호야!”
“얼굴이 CD만 해! 진짜 작다아...”
등등의 외침.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해라...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에게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기에.
속내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외양만큼은 어디 흠잡을 수 없는 은호에게 태클을 걸기란
왕뻣뻣의 원조인 내가 국민요정 손연재를 따라잡기보다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예쁘신데요?”
녀석의 눈이 반달모양으로 변했다.
솔직히, 여자보다 예뻤다.
강연이도 그런 은호의 모습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강연아. 네가 훨씬 잘생겼...잘...생겼...잘... ...미안하다 강연아! 내게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기에... 어흐흑! 양심 따위에 너를 버린 나를 용서치 마아~.....
아, 근데 진짜 놀랐다.
“아, 거참 드럽게 짹짹대네!”
라고 할 것같은 외모와는 달리, 저런 신사적인 멘트를 내뱉는 녀석에게 놀라웠다.
어쨋든 계속 몰려드는 사람을 피해 도망치는 나와 강연이...그리고 꼽사리로 은호.
*
허억...허억...
“아 씨. 드럽게 짹짹대는 년들. 아... 골이 울린다 골이 울려. 머리 빈 년들. 한창 공부해야 할 년들이
왜 지랄이야 지랄은? 하여튼 꼬옥~ 아이돌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들 보면 성적이 바닥이야 바닥.”
...역시 그건 밥벌이용 멘트였구나.
아. 녀석은 가온사립고등학교다.
3학년 12반...즉 맨 끝 반.
강연이 역시 가온사립고등학교 3학년 12반.
둘은 같은 반이다.
“야, 짜범. 여기 이 여편네는 누구냐?”
“아아... 내 여자친...”
“존나 메주 닮았네. 설마 니 여친은 아니겠지? 그래도 명색이 짜범인데 눈은 높겠지.”
강연이의 말을 끊어버리고 턱 끝으로 나를 가리키며 ‘메주’라는 충격적인 단어를 내뱉는...
이중인격자 은호새끼!!!!!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재벌 가온그룹을 뛰어넘는 재벌 2세 녀석이기에 나는 무어라 하지도 못했다.
그래도...메주가 뭐야, 메주가!
호박과 같은 등급인 메주!
“나, 강연이 여자친군데.”
“피식- 니가? 존나 안 어울려.”
“그래. 그냥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존.나. 안 어울려서 미치도록 미안하네 그려.”
나의 빈정상한 대꾸에 기분 나빠하기는 커녕 위협적으로 웃는 녀석.
잘생기긴...더럽게 잘생겼네 진짜.
“와. 골 때리는 기지배네, 이거.”
으으.
기분나빠.
정말...얄밉게 웃는 녀석.
그 때, 삐리리리-하고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누군고 했더니 은호다.
오오. 가장 최근에 나온 스마트폰을 들어 액정을 부드럽게 터치해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삼”
어휴...전화 받는 태도 하고는.
나의 한심한 눈길을 읽었는지 강연이가 속닥거렸다.
“하하. 가온그룹 후계자의 처남이자 지영그룹 후계자라서 그래. 네가 이해 해주라.”
네가 곤란한 것도 아닌데 이해는 무슨.
하지만 네 말이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해도 믿고, 네가 바람을 핀다 해도 이해해.
“.......”
말이 없는 반대편.
성격 급해보이는 녀석은 미끈한 눈썹을 위로 샥, 올리고는 전화기를 들지 않은 한쪽 손을
스키니진 주머니에 대충 꾸겨넣더니 말한다.
“새꺄. 너 누구야. 장난전화냐? 씨발. 너 어디야.”
“...이런 씨방새가! 얌마, 너야말로 지금 어디야! 앙?! 나 버리고 튀니까 존나 좋나보다, 씨발?
아이스크림 존나 퍼담아서 계산까지 끝냈더니 튀어? 새꺄, 너 이거 노리고 사달라 그런거지?!
씨발... 토핑 존나 많이 해서 비싸게 나왔단 말이다! 자그마치 6만 7천 3백 5십원이라고!
개쉐야. 너 어디냐. 딱 스무 대만 때려주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스무 대. 아니지, 너는 맷집이
좋으니까 서른 대. 그리고 뭐? 새꺄? 너 누구야?
장난전화냐아~~~?! 오냐. 네놈이 진정 목숨을 놓아버리고 싶은 게로구나!
고통 없이 깔끔하게 보내줄 터이니 어서 와 죽음을 마음 껏 만끽하거라!!!!!!!!”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말...에 가까운 욕설들.
이상한 것은 전혀 없었다.
단지 반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야리야리하고 청순가련형의 미소녀일 것같은 목소리라는 것만 빼고는.
무, 무서웠다.
무서울 것 없어보이는 은호도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뭐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가? 도대체 누구길래...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 은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주 조심스레)
“누...나...?”
떨리는 목소리.
미세하게가 아니라 티나게.
그런데...아이돌 가수 은호에게 누나라면...그녀밖에 없지 않은가.
나도 그녀를 보며 그녀처럼 돼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은데.
대한민국 모든 소녀들의 우상이자 꼬마여자아이들의 롤모델, ...은.비.
완전한 계란형의 소두.
깔끔하니 단정한 눈썹을 살짝 덮는 앞머리.
허리에서 찰랑거리는, 보기만 해도 촉촉해 만지면 습기가 느껴질 것만 같은 윤기나는 흑발.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크고 동글동글한 눈동자.
그리고 그 눈동자를 완전히 덮고도 남는 긴 속눈썹.
알맞게 진 쌍커풀.
165의 아담한 키에 비해 긴 다리.
호리호리한 몸매.
오똑한 콧날과 앙증맞은, 치면 앵두알처럼
톡, 톡 터뜨려질 것만 같은 진선홍색 입술.
부드럽고 매끈한, 잡티 하나없는 새하얀 피부.
그것이 바로 그녀, 은비의 외모였다.
대본에 빙의되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의 연기실력.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때로는 귀신같고 때로는 청순하고 때로는 잔인한, 가면처럼 새로운 이미지.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신비의 상자 판도라같은 소녀.
가창력의 끝장, 댄스계의 여신.
입담도 재치도 훌륭해 예능에서도 빛을 발하는 탁월한 방송능력.
뛰어난 운동신경.
선배에게 표현하는 깍듯한 예의.
그것이 바로 그녀, 은비의 연예계 모습이었다.
완벽한 두뇌.
학교와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도 일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그녀가 18살 때 개발한 [In The Wind]라는 향수는 세계사회
에서 모르면 간첩취급 받는 ‘지영그룹’의 세계화로 이끈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크나 큰
성과를 걷었다. 지영그룹에서 인수한 백화점들 역시 세계에서 난다긴다하는 기업. 그 기업 인수는
전부 비가 걷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은비의 회사경영 모습이었다.
못하는 것이 없는 그녀는 매너 만점(TV에서만큼은), 외모 만점, 학업성적 만점, 싸움 만점, 학교 생활
만점, 연기 만점, 댄스+노래 만점, 회사경영실력 만점인 은호의 누나였다.
쳇. 끼리 끼리 논다더니.
에잇!
나랑 우리 오빠도 꿇리지.......아아...찔린다, 찔려.
나하고 우리 오빠는... 겨우겨우 반 성적 상위권을 유지하며, 외모도 그다지...하하.
잘하는 건 싸움+욕설밖에 없고,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우리 남매와 일류남매 은호,은비 남매는
너무 차이가 났다.
“누, 누나...여, 여기... 여기가 어디냐면...”
잠시 귀에서 전화기를 떼고 강연이를 보며 말하는 은호.
“야 권짜범. 여기 어디냐?”
“아... 여기 압구정동 스노우마운틴 있는 건물 위 옥상.”
“그래그래 짜범아. 나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란다.”
그 말에 어이없어 하는...권강연이 아니라 나.
볼 때마다 재수가 털,털,털, 털리는 녀석.
흥! 너 말야, 밤길 조심하라구!
최소한 저승도 못하게 영혼마저도 가리가리 찢어버릴-아. 또 옛날 성격 나오겠다.
강연이 앞에서는 조심. 또 조심.
“누나야. 여기 압구정동 스노우마운틴 있는 건물 위 옥상. 스노우마운틴 알지?
왜 있잖아, 전에 한 번 누나랑 나랑 간 적 있었잖아. 빵가루 얇게 갈아져서 나오는...”
“안다 새끼야. 거기 발에 뿌리 박고 있어라. 없어지면...그 날로 니놈 대가리 뽑아서 투포환용으로
써버릴꺼야 새꺄.”
“누나. 제발 욕 좀...”
뚜욱-.
끊겼나보다.
호 자식은 똥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무섭게 야렸다.
꼬시다, 짜식!
아아...
어쨋든 호야는 썩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응시했고 나와
강연이는 최대한 뒤로 물러나 몰래 키득키득 웃어대었다.
“저어... 호야.”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강연이.
“왜 그래, 우리 짜범아.”
“우리 가도 될까?”
“.......”
어엉?
난 은비 보고 싶은데.
강연이나 호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연예계 쪽에 스폰서가 있는 것도 아닌데.
34평짜리 평범한 아파트에서 사는 내가 언제 비같은 애를 만나.
내가 아이돌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솔직히 인기 최상급 은호를 만난 것도 대박인데.
이참에 싸인이나 해달라 그럴까?
그걸로 친구 선물 대충 떼우게.
“야.”
아무 말 없이 나와 손을 꼬옥 맞잡은 강연이를 째려보듯 응시하던 호.
아무 말도 없길래 승낙의 표시인 줄로만 알고 나를 데리고 옥상을 내려가려던 강연이는 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빳빳이 굳은 듯 멈추었다.
강연아. 뭐가 그리 무서워서...에휴, 됐다. 내가 알게 뭐야.
“우리 누나 보고 가. 봐서 우리 누나 예쁜 얼굴도 보고. 싸인도 받고. 기분 좋은 욕도 듣고.
....내 싸인도 받고. 그런 다음 학교 가서 자랑해. 나, 배우 은비도 알고 아이돌가수 은호도 안다고.”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약간은 슬프게 말하는 이 아이.
초점은 강연이에게로 가있지만 말은 나를 겨냥하는 것만 같다.
강연이는 괜찮다며 기분 좋게 거절하려는데, 나도 모르게 입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될까?”
“물론.”
강연이는 얼굴이 몰라보게 굳어졌고, 호는 옥상에 등을 기댄 채로 살짝 슬프게 말했다.
우리 초면인데 이래도 되니 근데.
강연이는 한사코 괜찮다며, 나에게 “비 누나 보고 와. 나는 호랑 같은 반이어서 가끔 봐. 호야가
말한대로 싸인 꼭 받고, 사진도 찍어서 나한테 보여줘라. 너도 예쁘고 비 누나도 예쁘니까. 두 미녀끼리
사진 찍은 거 보여주라. 나 먼저 갈게. 이따 문자 해. 알았지?”라고 말한 후 옥상을 내려간 강연이.
나도 활짝 웃으며 말한다.
“으응! 강연아. 우리, 내일 롯데월드 가자.”
“...뭐야. 데이트 신청?”
“아아~니?”
그 말에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는 강연이.
데이트 신청은 니가 했잖아, 방금 전에 공원에서.
“방금 공원에서 니가 나한테 놀러가자 그랬지? 장소 정해주는 거야, 바~보.”
“저게 진짜. ...예쁘니까 봐준다.”
“헹! 예쁜 사람들은 다 봐줘? 그럼 호네 언니도 봐주고, 아이돌들도 다아~봐주겠네?”
그 말에 멋들어지게 웃는 우리 강연이.
“바보... 나한테 예쁜 사람은 너밖에 없어.”
엄훠.
아잉 진짜.
저런 완벽남이 내 남친이란 말야?
꺄웅꺄웅.
사랑해요 우리 권강연아.
우리의 닭스러운 애정행각에 인상을 찌푸리고 나를 야리는 놈.
괜찮아! 쫄지 않겠어! 나에겐 우리 강연이가 있다고, 헹!
“흥! 부럽냐? 하긴... 너는 이런 닭스러운 행각을 할 사람이 없으니까 짜증날 만도 하겠다.
근데 어쩌냐? 넌 평생 이런 닭스러운 행각 못할 걸? 메에~.”
“하하.”
“메주가 주글라구.”
“끼이발!!!”
시원하게 웃는 강연이.
메주라며 주먹을 들이대는 호.
그리고...어느샌가 튀어나와 욕설을 내뱉은...은비.
“아... 누구?”
“메주.”
“이 자식이. 여자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나를 보며 활짝 웃는 비 언니.
너무 예뻐...
결혼했다는데... 진짜...너무 예쁘다.
같은 여자가 봐도 이렇게 예쁜데 남자가 볼 땐 도대체 어떻게 보일까.
게다가 결혼상대는 가온그룹의 후계자라는데. 누구였더라? 차...가을이었던가.
비 언니는 나를 보며 내가 누군지를 묻고, 얄미운 은호자식은 내게 메주라고 한다.
비 언니는 강연이에게 아는 척을 했고, 강연이는 깍듯이 인사하고는 옥상을 내려갔다.
“이름이 뭐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내 코 앞으로 다가온 비 언니.
우아. 교복만 입으면 중학생이라 해도 믿겠네.
이게 결혼한(비 언니는 작년 12월 25일, 눈이 예쁘게 내리는 날, 비 언니는 어깨가 다 드러나는
드레스 대신 흰색의 여우털 코트를 입고 결혼식을 진행했다, 야외에서. 유명한 은비의 결혼식
인지라 사람들은 열나게 취재를 해대었고, 이 결혼으로 차가을은 대한민국 남성에게 욕 좀 얻어먹었지)
“아... 유.한.울.이요. 유한울...”
“우아. 이름 예뻐. 얼굴도 예쁘다.”
아닙니다! 예쁘다뇨!
언니가 저한테 예쁘다 그러시면...저는 아마 어디선가 칼빵 꽤나 맞을거예요, 하하.
“누나. 눈까리삐었지?”
빈정거리듯 말하는 호야녀석.
아오...턱주가리라도 한대 확--!!!!
“닥쳐 새꺄”
“호야야 싸벼.”
전자는 비 언니.
후자는 나.
근데, 호야라는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호야녀석과는
상반되는 비 언니의 깜짝 놀란 모습.
호야라고 한게 그리 큰 죄입니까?
“방금...호야...라고 했니?”
“네.”
“...!!!”
왜, 왜그렇게 놀라십니까?
첫댓글 내용이괜찮네요^^
재밌어요^^
으하 완전재밋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