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저작권멘트는 여러분의 소중한 저작권물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삭제하지말아주세요)
“ 누나는 나한테 넘치도록 과분한 사람이야. 누나를 가지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아. ”
커진 눈망울은 투명한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고개를 떨궈 바닥으로 시선을 돌린다. 잡을 수 있는 어떠한 말도, 변명도 없다. 무어라 말을 하기엔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떨어트린 고개에 앞의 남자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는 듯이 입술이 떨렸다. 그리곤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 고마웠어, 잘 살아. ’ 라고 했다.
“ …고마웠어. 잘 살아. ”
소리의 주인공은 여자였다. 남자는 자신이 맞춘게 당연한지 거만하게 웃음 보이더니 떨어진 고개가 올라오자 슬픈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 다시는 누나같은 사람 못 만날꺼야. 꼭 행복해…. ”
사람들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몰렸다. 왁스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 금색 테두리로 둘러쌓인 썬글라스, 큰 키에 깔끔하고 세련된 수트, 광택이 나는 정장구두 그리고 썬글라스를 벗기 위해 올린 손목에는 그를 설명해주듯 값비싼 L사 고급 메탈시계가 있었다. 썬글라스가 없어진 얼굴은 단정한 눈에 오똑한 코, 빨간 입술로 사람들의 시선을 더욱 끌었다. 남자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가 카페의 문을 열었다.
“ 어이! 이은성! ”
남자의 이름은 ‘ 이은성 ’ 이었다. 부르는 소리에 은성은 건조한 얼굴로 다가가서 그 앞자리에 앉았다. 은성을 부르던 남자는 반가움에 활짝 웃어보이다가 다가오는 그의 화려한 모습에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 …너 이 새끼, 아직도 그러고 사냐? ”
“ 뭐라도 좀 시키고 말해라. ”
이런 말을 예상 한듯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곧이어 일어나 카운터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실것이라도 시키려고 했다. 이제 막 한걸음을 뗀 순간이었다.
“ 아직도 그러고 사냐고 새끼야! ”
시끄럽던 카페 안은 잠시 조용해지고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다시 시끄러워지고 은성쪽으로 향하던 시선들도 사라졌다. 은성은 한숨을 짧게 내쉬더니 다시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 내가 어떻게 사는데. ”
은성의 목소리에는 화가 섞여 있었다.
“ 어떻게 사냐고? 너 사기꾼이잖아, 이 나쁜 새끼야. 사람 마음 가지고 놀면 재밌냐? ”
“ 누가 마음 가지고 놀아. 그때 그때 난 진심이야. ”
“ 마음 뺏고, 몸 뺏고, 돈 뺏고. 재미가 좋나보다. ”
은성은 앞에서 뭐라 떠들던간에 신경 안쓴다는 듯이 인상을 풀고 다른쪽을 보며 휘파람을 불어보기까지 했다.
“ 더러운 놈. ”
은성의 신경을 건드린 것은 ‘ 더러운 ’ 이었다. 은성은 휘파람을 멈추고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앞의 남자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봤다.
“ 야, 이 병신같은 새끼야. 아무 놈이나 잡고 물어봐. 니가 더러운가, 내가 더러운가. 넌 1년전이나 지금이나 볼품 없는건 똑같은거 알기나 하냐? ”
남자는 입을 다물고 한참을 쳐다보더니 “ 한심한 새끼. ” 하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은성은 그 말을 곱씹으며 홀로 카페에 앉아있었다. 한심한 새끼라, 누가 누굴 보고…. 은성은 유리창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봤다. 은지가 사준 썬글라스, 민지가 선물한 구두, 은영이 누나가 사준 정장, 세희가 사준 시계…. 내가 없는 애들한테 뺏었나. 있는 애들한테 받은거지. 자신의 모습을 빤히 보다가 시선을 돌린건 창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였다. 소나기인지 툭, 툭 떨어지던 비는 어느새 바닥을 다 적실만큼 많이 내렸다. 바닥에 튀겨지는 물방울을 보다가 갑자기 가려지는 시야에 정신이 들었다.
비를 피해 카페 캐노픽스에 서있는 여자는 은성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직업병 비슷하게 여자만 보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뚱뚱한 브라운계열 가디건에 니트소재로 발목 위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롱치마. 그리고 손에는 노란색 장우산이 들려있었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우산이 있으면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은성은 궁금함에 못이겨 그대로 카페 밖으로 나갔다. 일단나오기는 했는데 은성은 주저했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될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은성은 왁스 때문에 굳어진 머리를 한번 쓸고는 그냥 여자 옆으로 가서 여자처럼 앞을 바라봤다. 예상과 달리 먼저 말을 건쪽은 여자였다.
“ 혹시…. ”
은성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서 여자쪽을 바라봤다. 은성의 가슴만치에 여자의 머리가 있었다. 얼굴을 보기위해 고개를 약간 숙여야 했다. 여자의 얼굴은 꽤 심각했다. 무언가를 물어보고 싶어하는 얼굴.
“ 우산이 없으세요? ”
다음에 나오는 말은 은성의 웃음이 나오기엔 충분했다. 은성은 코를 비비는척 웃고있는 입가를 가렸다. 약간 어이도 없었다. 이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서 물어보는 것은 겨우 우산이 없냐는 것이다. 은성은 얼굴에서 손을 떼고 무뚝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 우산 가져가세요! 저는 곧 데리러 올 차가 있어서. 하하. ”
노란 장우산을 공손히 두손으로 건네는 여자의 얼굴엔 선한 웃음이 있었다. 쳐다보는 눈이 맑고, 웃음은 투명하고, 얼굴은 새하얗고, 손은 아주 작고…. 은성은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빈혈이라도 일어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있다가는 주저앉기라도 할 것 같아 앞에 보이는 노란 장우산을 빼앗듯이 휙 가져갔다. 우산을 펼치면서 곁눈질로 보이는 여자는 두손이 민망한지 뚱뚱한 가디건의 주머니에 넣고, 그리고, 웃고 있었던 것도 같다. 은성은 눈길도 안주고 그대로 빗속으로 걸어나갔다. 저런 여자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가슴이 간지러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이 없어보였다. 그래, 돈이 없어보여서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은성이었다.
갈 곳이 없어 무작정 걷기만 했던 은성의 걸음을 멈추게한건 우산이었다. 손잡이 부분에 글씨가 적혀있는 것 같았다. 은성은 손을 위로 올려서 글씨를 보이게 했다. ‘ 은하 ’ 라고 적혀있었다. 아까 이상한 여자의 이름이라고 생각한 은성은 또 다시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후- 한숨을 내쉰 은성은 걸음을 돌렸다. 이 우산을 받는게 아니였다. 한번도 여자를 상대하기에 어려움을 느낀적이 없었는데 ‘ 은하 ’ 라는 이상한 여자는 낯설었고, 어색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우산을 들고 도망을 쳤는데, 우산이 주인을 잘못 만났다는 생각에 걸음은 빨라졌고, 점점 뛰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아니었는지 비는 점점 더 많이 내리고, 거세어졌다. 은하를 만났던 카페를 가는 마지막 골목을 돌자 은성은 뛰는걸 멈추고 숨을 골랐다. 혹시 사라졌을까봐 내심 걱정이 됐었는데 은하는 그대로 있었다. 은성은 뛰느라 망가졌을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머리를 한번 만진 뒤 언제 뛰었냐는 양 걸어갔다. 그대로 서있는 은하는 누굴 기다리는지 은성이 다가오는 반대쪽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은성도 은하가 보는쪽을 무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때, 검은색 차 한대가 오더니 카페 앞에 섰다. 은성이 언뜻 보기에 에쿠스 신형이었던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꾸진 동네에 왜 저런차가 오겠는가. 은성이 은하로 시선을 돌렸을때는, 차에서 내린 검은색 양복의 남자가 은하에게 우산을 씌어주고 있었다.
“ 어…. ”
은성의 걸음은 멈춰졌다. 은성의 눈이 검은색 양복의 남자의 검은색 우산을 쓰고 내려오는 은하를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따라갔다. 저 여자, 뭐지. 그리고 자신이 쓰고 있는 노란색 우산을 쳐다봤다. 저 여자에게는 검은색 우산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머뭇거리던 은성은 뛰어갔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차의 뒷문을 열었을 때다. 은성은 헥헥, 거리며 숨이 찬 얼굴로 은하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 엄마야! ”
은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은성을 보더니 이내 반가운지 표정을 풀었다. 그리곤 양복을 입은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은하를 보던 은성은 은하의 손목을 놨다. 잡지 않으면 가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무턱대고 잡다니, 은성은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이은성, 미친놈. 은성은 한숨을 후, 하고 내쉬더니 쓰던 우산을 접었다. 비가 은성의 몸을 금새 적시고 있었다. 은하는 경악했다.
“ 우산 돌려주려고…. ”
은하의 손에 우산을 억지로 쥐어주고는 멋쩍은 듯 돌아섰다. 비가 꽤 차가웠다. 비싼 양복이 젖어서 퍽 슬픈 느낌이 들었다. 조금 뒤엔 누가 뛰어오는 소리도 들린 것 같기도 했다.
“ 저기요- ! ”
뛰는 소리가 멈추고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은하를 봤다. 은하도 젖고 있었다. 은성은 어이가 없었다. 진짜 이상한 여자였다.
“ 저 우산 필요없다고 했잖아요. ”
그리고 싱긋 웃어보이는 여자에 은성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다시 주기라도 할것인지 손에는 노란 장우산을 들고 있기 까지했다. 어차피 올거라면 쓰고 오지, 뭐가 급한지 다 젖어서 오는지 은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아가씨! ” 소리를 지르며 뛰어오는 검은색 양복에 은성은 은하를 쳐다봤다. 아가씨? 어디 회장님 손녀라도 되나. 은성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런 은하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은색 양복이 오는걸 보더니 은성에게 속삭였다.
“ 뛰어요! ”
첫댓글 재밌어요><담편빨리나와라,!
감사합니다~
음..담번엔 대화를 좀 많이 넣어주심 안되요?ㅠㅠ 아무쪼록 잘읽었어요!ㅎㅎ
감사합니다~ 제 소설들이 대화가 많지않아요....ㅠ 제가그렇게못쓰나봐요ㅎㅎㅠ
재...재밌어요!!!!!
우아.......
우아.....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