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낯을 많이 가리고 수줍음이 많았어요. 그래도 친한 친구들과는 잘 지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다가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숨이 안 쉬어져서 보건실에 실려 갔다고 해요. 그 뒤로는 발표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싫어합니다. 요즘은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핑계를 대며 거절하고,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조차 저에게 대신 해 달라고 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공황장애 같기도 하고, 대인기피증 같기도 합니다. 그냥 성격이 예민한 건지, 치료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어요.
A. 안녕하세요, 어머님.
먼저 아이가 겪은 일은 '공황발작'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막히고, 땀이 나거나 몸이 떨리는 강렬한 두려움이 짧은 시간 안에 몰려오는 상태예요. 그런데 공황발작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는 아닙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발작이 찾아오고, 그 뒤로 '또 언제 올까' 하는 걱정에 시달리는 경우를 말해요. 반면 남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까 봐 두려워 사람을 피하게 되는 것은 '사회불안장애'라고 하는데, 흔히 대인기피증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 불안장애로 치료를 받으러 온 성인 400여 명을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 사회불안을 가진 사람의 열에 여덟 가까이가 사람들 앞에서 공황발작을 경험했어요. 다만 두 경우의 발작은 성격이 조금 달랐습니다. 공황장애의 발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이러다 죽을 것 같다', '미쳐 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강했어요. 사회불안의 발작은 발표나 대화처럼 정해진 상황에서 일어나고, 얼굴이 빨개지거나 땀이 나는 등 몸의 반응이 두드러졌습니다. 아이가 발표할 때만 발작을 겪었고 그 뒤로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피하고 있다면, 공황장애보다는 사회불안 쪽에 더 가까울 수 있어요. 물론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기도 하니 정확한 판단은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사회불안은 대부분 10대에 시작되는데, 본인도 가족도 단순히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줍음과 사회불안을 가르는 기준은 일상에 얼마나 지장을 주느냐예요. 아이가 학교에 가기 힘들어하고, 친구를 피하고, 주문조차 어려워한다면 이미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불안을 오래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학업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고 해요. 그래서 일찍 알아차리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사회불안과 공황은 치료 효과가 잘 알려진 문제입니다. 특히 인지행동치료는 효과가 꾸준히 확인되었고, 치료를 마친 뒤에도 좋아진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약물 치료를 함께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는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게 뭐가 무섭니", "남들은 다 하는데"라는 말은 아이를 더 위축되게 만들어요. 대신 "그때 정말 무서웠겠다"라고 마음을 알아주시고,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니라 몸이 긴장해서 생기는 반응이라고 차분히 알려 주세요. 다만 두려운 상황을 모두 대신 해결해 주면 피하는 습관이 굳어질 수 있습니다. 식당 주문을 엄마 옆에서 한마디만 해 보기처럼,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도전부터 함께 해 보시고, 해냈을 때 충분히 칭찬해 주세요.
학교 가기를 계속 힘들어하거나, 친구 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하거나, 우울해 보인다면 미루지 마시고 전문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지금 아이는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남들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상태예요.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아이는 다시 친구들 곁으로, 교실 앞자리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피하게 해주는 것보다, 두려움 앞에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가정에서 해볼 수 있는 해결 방안 3가지
① '수줍음이 많은 아이'로만 넘기지 말고 신호를 살펴 주세요
발표가 있는 날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친구와의 약속을 계속 피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너무 소심하다", "그냥 해 봐"라는 말보다 "사람들 앞에 서면 많이 긴장되니?"라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물어봐 주세요. 이런 모습이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일찍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이후 우울감 등 다른 어려움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② 공황이 찾아왔을 때 침착하게 곁을 지켜 주세요
아이가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겁에 질려 있다면, 부모님이 먼저 차분함을 유지해 주세요. "많이 무섭지? 그래도 이 느낌은 곧 지나가, 엄마(아빠)가 옆에 있을게"라고 말하며 함께 천천히 숨을 쉬어 주세요. 다만 처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몸에 다른 이상이 없는지 병원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발작이 두려워 아이가 특정 장소나 상황을 계속 피하게 되면 피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질 수 있으니, 작은 상황부터 조금씩 다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③ 전문적인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 주세요
인지행동치료는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을 살펴보고, 두려운 상황에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돕는 치료로, 공황장애와 사회불안 모두에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함께 하기도 하는데, 증상이 좋아졌다고 스스로 중단하면 다시 나빠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주세요. 특히 청소년기에는 불안을 달래려 술에 기대거나 우울감이 함께 생길 수 있으니, 아이의 기분 변화도 함께 살펴봐 주세요.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Lydiard, R. B. (2001). Social anxiety disorder: Comorbidity and its implications.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62(suppl 1), 17–23.
Brown, L. A., LeBeau, R., Liao, B., Niles, A. N., Glenn, D., & Craske, M. G. (2016). A comparison of the nature and correlates of panic attacks in the context of Panic Disorder and Social Anxiety Disorder. Psychiatry Research, 235, 69–76.
Westenberg, H. G. M., & Liebowitz, M. R. (2004). Overview of panic and social anxiety disorders.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65(suppl 14),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