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칼럼](156) 장애물을 넘어 계속 전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입력일 2024-03-13 수정일 2024-03-21 발행일 2024-03-24 제 3385호 8면
3월 13일 로마의 주교로 선출된 지 11년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쇄신과 개혁이라는 확고한 여정으로 이끌고 있다. 쇄신과 개혁의 여정에서 적지 않은 장애물에 걸리기도 했고 최근에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과연 교황은 얼마나 더 계속 전진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교황의 건강은 더욱 약해지고 있다. 그는 11년 전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의 체력과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 그의 다리는 과거와 같지 않다. 하지만 교황청을 운영하고 보편교회를 이끄는 그의 머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큰 결단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시간은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교회를 개혁으로 이끄는 교황의 여정에서 만나는 또 다른 장애물은 여정의 동반자들이다. 교황이 이끄는 교회 안에는 그의 목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몇몇은 교황의 지도를 보고 기겁하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그저 무관심하다. 더 위협이 되는 것은 여정 자체를 반대하는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모세를 따라 광야로 나간 히브리인들과도 같다. 그들은 여정을 멈추고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길 바랐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세력이 있다. 여기에는 추기경과 주교, 성직자들도 포함된다. 이들은 「간청하는 믿음」과 우리 모두 죄인이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피조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확고한 교리를 거부한다. 반대쪽에는 교황이 교회 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이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과 벨기에의 주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교황은 주눅 들지 않는다. 사실 그는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교황은 살짝 미쳐버린 세상에서 교회를 이끌고 있다. 전쟁과 내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다. 여기에 인종과 종교, 성별 사이에 적대감이 들끓고 교황이 말하는 것처럼 “제3차 세계대전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런 편치 않은 상황에서 교황은 교황청의 힘과 권위를 이용해 이를 멈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5년 전 교황이 이슬람의 최고 종교지도자와 함께 평화 공존과 우정, 형제애를 증진하기 위해 서약한 것을 기억해 보자.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년을 넘어가고 있다. 전쟁으로 사회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집과 역사적인 건물들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환경에도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가 무기 생산에 허비되고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 성지에서는 이스라엘의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고 하고 있다. 교황은 그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당사자들에게 평화로운 해결책을 내도록 이끌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직이 12년째에 들어서고 있다. 10월에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가 열린다. 10월 전에 두어 차례의 교황 해외사목방문이 예정돼 있다. 교황을 곧 벨기에를 방문할 것이고 8월 말에는 오랫동안 열망했던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싱가포르, 동티모르 방문이 이어진다.
향후 몇 달 동안 교황은 미국 보스턴대교구장을 포함해 교회의 중요한 지도자를 임명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추기경 서임도 기대된다. 혹은 또 다른 ‘자의교서’로 교회에 필요한 개혁을 공고히 하지 않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을 때 교회와 교회를 둘러싼 세상은 수많은 위기에 빠져 있었고, 그 이후엔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와 같은 상황에서 교황이 됐다고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시간 낭비다.
몇 해 전 지적했던 것처럼, 현 교황은 적절치 않은 때에 나온 적절한 교황이다. 격동의 16세기 초 네덜란드 출신의 하드리아노 6세 교황은 1년 9개월 동안 교황직을 수행했는데, 당시 그의 비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 마지막 비이탈리아 출신 교황이었던 하드리아노 6세 교황은 로마 영혼의 성모 성당에 묻혀 있다. 추기경이었던 비서는 교황의 묘비에 ‘유감스럽게도 가장 훌륭한 사람의 노력이 어느 때에 실패하는 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썼다.
아마도 또 다른 추기경이 어느 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묘비에 같은 말을 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은 이런 묘비명을 만들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글 _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