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의사보다 면역력에 맡겨라-제4장 몸이 호소하는 여러 가지 질병의 사례-❽과민성대장증후군
■ ‘싫어하는 것에 대한 반사’가 설사를 일으킨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설사나 변비 또는 양쪽을 번갈아가며 반복하는 것으로 병원에서 검사해도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증후군이라 이름처럼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많고 설사나 변비 외에 트림, 구토, 방귀, 복부 팽만, 불쾌감 등이 나타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소화기 내과의 외래에서 설사나 변비를 호소하는 사람 가운데 40~70%를 차지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은 병이다. 남녀 모두 40대를 중심으로 50대까지 폭넓게 발병하지만, 특히 걸리기 쉬운 계층은 사춘기 자녀이며 회사의 신입 사원인 젊은이가 다음으로 많다. 수험 스트레스나 새로운 사회 환경에 적응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병의 주된 원인이다.
증상이 심하면 통근이나 통학 도중에 설사하기도 하고 “설사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불안하여 외출을 못 한다.
기차나 지하철을 타도 역마다 정차하는 일반 열차만 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병을 일으키는 체계는 부교감 신경이 관여하는 ‘싫어하는 것에 대한 반사’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불쾌한 것, 고통스러운 것처럼 싫은 것과 마주칠 때 벗어나려는 체계 즉, ‘싫어하는 것에 대한 반사’가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무심코 부패한 우유를 마시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저절로 토하게 된다. 이런 반응이 몸속에도 있다.
앞 장에서 말한 것처럼 부교감 신경은 배설 능력과 분비 능력을 높이는 활동을 한다. 스트레스가 찾아오면 스트레스의 원천을 몸 밖으로 내보내려고 배설 능력을 높인다.
어떤 상황에 부교감 신경이 자극받아 일으키는 ‘싫어하는 것에 대한 반사’의 형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추위 :
토하기 → 맛이 없거나 신맛이 나는 것을 토함
타액 분비
소화관의 연동 운동
배변
매운맛 :
달아오름 → 이물질을 씻어 내림
재채기 → 이물질을 내보냄
눈물 → 이물질을 씻어 내림
먼지 :
기침 → 먼지가 기관지에 침입하지 않도록 뱉어 냄
천식 → 먼지가 기관지에 침입하지 않도록 기관지를 좁힘
눈물 → 먼지를 씻어 내림
토하는 것 :
구역질 → 뱃속이 불편하고 기분이 나빠 토함
정신적으로 싫어하는 것 :
구토감(嘔吐感) → 싫은 감정, 싫은 존재, 싫은 기분을 토하도록 함. 싫은 것이 만성화하면 구토감이 마비되어 싫은 기분과 싫은 감각을 토하지 않게 되고 모든 것에 ‘싫다’가 쌓임, 이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교감 신경의 긴장을 초래하고 암을 비롯한 만병이 생김.
한방 처지 :
이뇨, 소화관의 연동 운동, 배변, 설사, 타액 분비 → 괴롭게 느끼는 한방 성분, 침의 통증, 뜸의 열 등을 내어 혈류를 촉진하고 몸이 따뜻하게 됨.
싫어하는 것에는 꽃가루나 이물질, 콜레라균처럼 형태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형태가 없는 감정과 관련한 것도 포함된다. 다른 사람에게 심한 말을 듣거나, 충격적인 광경을 보거나, 너무나 하기 싫은 일을 강요받을 때 위가 울렁거리고 토할 것처럼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불쾌한 체험, 괴로움, 고통 등 마음에 담겨있는 독(毒)인 스트레스를 버리려고 이런 반응이 일어난다. 이른바 ‘싫어하는 것에 대한 반사’가 식도나 위, 십이지장 등 상부 소화관에서 일어나면 구토가 생기고, 소장과 대장 등 하부 소화관에서 일어나면 설사가 생긴다.
변비가 생기는 것은 스트레스를 감지한 교감 신경이 긴장하여 일단 장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몸이 버티지 못하면 이번에는 장 내용물을 배설하도록 강한 연동 운동이 일어나 설사가 나온다. 스트레스에 자극받은 자율신경이 연동하여 설사와 변비를 반복한다.
■ 집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여라
설사는 복통을 동반하고, 변비는 복부 팽만이나 심한 고통을 동반한다. 병원에 가면 보통 설사 치료를 우선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설사를 멈추게 한다는 것은 소화관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때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이 부교감 신경의 활동을 억제하는 부교감 신경 차단제이다. 통증이 심할 때는 여기에 진통제까지 추가한다.
앞에서 계속 말한 것처럼 진통제는 교감 신경을 자극하므로 두 가지 약을 함께 사용하면 장의 움직임이 거의 멈춘다. 설사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치유 반응이다. 약으로 설사를 철저하게 억제하면 몸은 스트레스에서 도망칠 수단을 잃는다. 이러면 병을 낫기가 더 어렵게 된다.
부교감 신경 차단제와 진통제는 급성 설사로 주 1회 정도 복용하거나 발병 초기에 증상을 단번에 잡으려고 한꺼번에 복용하는 이른바 돈복(頓服)을 사용할 정도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통증이 가라앉으니까 예방한답시고 산만하게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약을 상용하면 병이 악화하여 궤양성 대장염으로 이행할 우려가 있다.
치료가 필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하여도 변비이다. 스트레스를 없애고, 식이 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목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라. 산책이나 걷기는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집밖으로 나가 몸을 열심히 움직여라.
*위 글은 아보 도오루(安保 澈)의 “의사보다 면역력에 맡겨라”(삶과 지식, 김준영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아보 도오루(安保 澈)는 1947년 아오모리(靑森) 현 히가시쓰가루(東津輕)군 출생, 1972년 도호쿠(東北)대 의학부졸, 나가타(新瀉)대 대학원 의학부 종합연구과 교수(면역학, 의동물학 분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면역학자로 주목받고 있음. 1980년 미국 앨라배마대학 유학 중 ‘인간 NK세포 항원 CD57에 모노클로널 항체’를 만들어 냄, 1990년 흉선외 분화 T세포를 발견, 1996년 백혈구의 자율 신경 지배 메커니즘을 해명, 1999년 말라리아 감염의 방어를 흉선외 T세포가 수행함을 발견, 2000년 위궤양의 원인은 위산이 아닌 과립구라는 설 발표, 저서로 〈약을 끊으면 질병은 낫는다〉, 〈암은 스스로 고칠 수 있다〉, 〈의료행위가 병을 만든다〉등 다수.
이 책은 몸속의 면역체계는 녹슬게 버려두고 의사에게 맡기려는 현대인의 잘못된 생각이 병을 만든다고 경고한다. 우리 몸에서 수시로 발신되는 신호를 소중히 여기고 ‘병에 걸리지 않는 생활 습관’과 ‘면역 증진 방법’을 체득하면 치료를 물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만인의 의료 및 건강 지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