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어요. 지금 온 나라가 저를 이상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태로 나가면 제가 어디서 다시 일할 수 있겠어요.”
폭언과 성희롱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현정(52)씨를 24일 인터뷰했다. 그는 예전과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해 일상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출근해서 주로 하는 일은 서울시 조사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서
울시는 박 대표에게 ‘직무배제’ 공문을 두 차례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시향
정관에 따르면 직무배제와 해임은 이사회 의결 사안이다. 그는 “폭로사건으로 나는 이미 불명예 상태가 됐다. (이런 시점에서는)내가
나가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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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서울시향은 26일 임시이사회, 30일에 정기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이사회는 시 기획조정실장,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과 박 대표를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얼마전 복도에서 마주친 여직원에게 ‘기분 좋냐’고 인사를 건냈는데, 이틀 뒤에
서울시로부터 ‘2차 피해가 우려되니 직무배제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인사하는 것도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서울시에 고발한 서울시향 직원 17명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박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호소문을 쓴 직원이 누구인지 밝혀달라"며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익명의 호소문을 통해 박 대표가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지인의 자녀나 제자를 채용하는 등 인사 전횡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최근 그에 대해
“사람(직원)들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는 데 대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정
감독이 진짜 그렇게 말한 것이 맞냐”고 수차례 되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서울시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전
혀 놀랍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주전 주요 언론사 사회부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미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나. 정명훈 감독은
그대로 두고, 나를 정리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에게 가장 많이 섭섭하다. 폭로가 있기 전인 지난 1일에도 박
시장과 면담을 했다. 그 때 귀띔이라도 해 줬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 많이 억울해 하는 것 같다.
“애
당초 이 자리가 시장님과 감독님이 부탁해서 온 자리다. 두 사람이 (나를) 싫다고 하면 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큰
누명을 쓰고, 살아갈 수 없다. 너무 억울하다. 내가 전혀 하지 않은 행위를 내가 한 것처럼 됐다. 지금 온 나라가 나를 이상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고 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내 보낼 때 보내더라도 이렇게 내보내는 것은
안된다”
― 얼마 전 서울시경찰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난주에 시의회가 끝났다. 그 사건만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서울시향 대표)에서 벌써 물러났을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미련이 있는 게 아니다. 나의 명예가 달렸다. 익명의
17명이 사실 확인도 안된 것을 퍼뜨려 나를 마녀사냥하고 있다. 다수가 주장하면 팩트(사실)고, 한 명이 하는 말은 거짓말인가.
사실여부가 다수결로 결정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나의 억울함을 풀 길은 경찰조사 밖에 없다”
― 서울시 인권담당관 조사에 대해 ‘짜놓은 각본’이라고 했다
“서
울시 인권담당관에게 내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솔직하게 진술하면 나쁘게 인용했다. 23일 서울시 감사실에서
나왔다. (직원들이 배포한) 호소문에서 제기한 ‘인사비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고 했다. 이 건은 지난해 나와 본부장, 관리팀장이
주의 조치를 받아 감사가 종결된 것이다.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
는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입에 욕을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폭언과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이었다면 지금까지
오래 일할 수 있었겠나? (정명훈 감독이)서울시향을 마음껏 주물렀는데, 내가 와서 불편해지니 내치는 것이다. 나도 지난 9월에
감독님에게 크게 실망했다. 이 외에 이번 폭로 사건으로 서울시향의 이미지도 크게 망가졌다. 투서를 언론에 유포한 직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투서를 언론에 배포한 직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