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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라톤(100km)을 마치고...
제 7회 청남대 울트라마라톤 대회 (2009. 4. 11. 16:00- 4. 12. 08:00까지 제한시간)
요즈음 개그 유행어로 이런 말이 있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도 하지 마세요...”
딱 그 말이 맞다.
“울트라 뛰어보지 않은 사람은 말도 하지 마세요...”
1. 결심
4년 전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를 끊고 마라톤에 본격 입문하여 10km, 하프, 풀코스를 뛰면서 생긴 자신감에 주위의 권유와 호기심 그리고 도전의욕 때문에 생전에 언젠가는 해보아야지 하는 종목이 있었다.
-철인 3종 경기
-오산 종주
-울트라 마라톤
물론 이외에도 대한민국 종단 마라톤, 백두대간, 일주 마라톤, 사하라 사막 마라톤 등 보다 차원이 다른 종목들도 있었으나 적어도 위 3가지는 꼭 해봐야지 하고는 일종의 마음의 숙제로 새겨 두었었다.
작년부터 비교적 쉬운(?) 울트라 코스가 어디인가 검토하다 1순위로 고른 것이 “서울 울트라 대회”였다. 잠실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새벽에 시작하여 한강변을 이리저리 휘젓고 밤늦게 돌아오는 코스가 언덕도 없고 또 밤새 달려야하는 부담도 없어서 비교적 쉬워 보였으나 한강 르네쌍스 공사로 대회가 무기 연기 되었다기에 그렇다면, 다음 선택은?
의외로 쉽게, 어느 날 저녁 클럽 모임 뒷풀이 자리에서 자연스레 정해졌는데 오리지날 원조 울트라 대명사격인 청남대 울트라 대회로 정해졌고 자청타청으로 바로 열댓 명이 참가 의사를 비쳤고 차제에 나도 언젠가는 뛰어 보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동료들이 많이 뛸 때 같이 뛰어야겠다. 뛰다가 정 힘들면 처음 도전이니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고...
덜컹 신청을 해놓고 새롭게 바뀐 직장 환경 때문에 연습한번 변변히 못하면서 경기 날자는 다가오자 매일 걱정만 늘어간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뛰더라도 정성스레 한 3개월은 준비를 해야 하는 판에 그 두 배 반 가까운 100km를 뛰면서 이렇게 준비를 못해서야...
마침 우리클럽 최고참이신 최고문님과 교장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참가신청을 한다고 하여 구세주 만난 듯이 후미그룹에서 선배님들과 같이 가면 되겠다싶었고 또 정 뛰다가 어려우면 다음을 기약해야지 뭐 하면서 마음을 달래던 중 우리 클럽에서 총 12명이 참가 신청을 하였다고 전해온다.
2. 준비
우리 클럽에는 울트라마라톤을 10회 이상 뛰신 베테랑도 있는 반면 이번에 4명의 생초보 도전자들도 있어 속으로 고참들이 여러 가지로 잘 가르쳐주겠지 했는데 경기날이 다가와도 누구도 체계적이거나 계획적인 연습, 훈련, 조언, 준비, 요령 등에 대해 말이 없어 급기야 홈페이지에 S.O.S를 올리는 한편 울트라 마라톤 관련 사이트를 이곳저곳 서핑하며 주섬주섬 꿰어 맞추듯 준비에 들어갔다.
서성원 회원이 울트라 전용 가방과 깜박등을 빌려주었고 양윤석 고문이 물주머니 배낭을 찾아내어 3일전에 건네주었다. 물을 담고보니 물이 샌다. 가만히 보니 실리콘 재질의 마우스피스가 이빨에 찟긴 듯 구멍이 나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 실리콘 마우스피스를 씹어 구멍을 냈을까?” “아이구, 난 죽었다...!”
부랴부랴 수리를 해서 물을 담아보니 다른 비상식량이며 옷, 휴대폰, 지갑 등을 넣을 공간이 없다. 누군가 옆에서 이야기 한다. 허리에 차는 쌕을 하나 더 차면 물건 넣을 공간이 해결된다고...도대체 누가 그런 이야기했어? 지금 생각이 안나길 망정이지 그 허리쌕 하나 더 달고 뛰면서 고생한 생각을 하면...
이번 대회가 우리클럽 공식 울트라대회이고 참가자도 12명이나 되니 다른 공식대회처럼 자원봉사자며 기타 분위기가 잔치날 기분이겠지 하는 기대는 바로 깨져버렸다. 자봉팀 구성도 안되고 심지어 대회장소인 청남대까지 왕복 운전도 출전자들 중 덜 피곤한 사람이 해야한다나, 뭐래나..
에구, 마누라 두었다 언제 써먹을까, 살살 꼬아본다.
“여보, 있자나, 울트라가 정말 힘들다거든... 게다가 알다시피 난 연습도 못했자나... 그래서 어쩌면 중간에 포기할 지도 모르는데 한밤중에 뭐 차가 있겠어? 그리고 중도에 부상을 당하거나 죽는 사람도 있데....”
“알았어, 여보, 내가 갈게... 참, 갑숙씨 보고도 같이 가자고 해볼께...” 후후후
3. 대회 당일 아침
밤새도록 뛸 생각을 하고 될 수 있으면 늦잠을 오래 자야지하고 일찍 누운 때문인지 아침에 자꾸 눈이 떠진다. 일부러 이불을 끌어당겨 구지 잠을 청하는데 그 놈의 전화는 왜 계속 울려대는지...“아, 형님, 힘내세요...” “어이, 아우 정말 뛰는거야?” “몸조심 하세요...” 에구 일어나자, 가면서 한잠 더 자야지, 뭐...
11시 집합장소인 병원 앞에 도착하니 벌써 다 모여 있는데 자봉도 없고 해서 버스를 빌리는 것은 취소하고 마침 육기승 회원이 자봉을 자원하여 봉고차 1대와 대형 찦차에는 이미 정원이 넘쳐 천상 내 차로 최고문님을 모시고 와이프와 갑숙씨 그리고 남정희씨와 함께 3대에 분승한 한강 마라톤 클럽 창남대 울트라 원정대가 바삐 중부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4시에 출발이니 가서 점심 먹고 등록하고 배번호 받고 준비하고 몸풀고 시간이 빡빡하다. 매년 들린다는 청원군 문의면의 순대국밥집에 점심과 막걸리 1잔씩을 들이키는데 몸생각하는 고수들은 1잔도 고사하는데 남은 막걸리를 모두 처리하고 순대국은 물론 경기중에도 맥주며 막걸리 그리고 음식을 양껏 챙겨 먹으면서도 안정된 레이스를 펼치는 자칭 커다란 엔진의 소유자 윤영선 원장이 아마 시작 후 한 20km까지는 회원들이 뭉쳐서 갈 수 있지만 곧 개인별 스피드나 특성 때문에 흩어질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어떻게 하던지 일행에 꼽사리를 껴서 잘 쫓아가야 할텐데...”
현장에 도착하니 벌써 대회 진행 안내 방송이 요란하다. 등록 후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곧 스트레칭 후 출반선으로 몰려간다.
4. 출발
정각 4시 커다란 북소리에 맞추어 약 500여명의 건각들이 달려 나간다.
새직장, 새현장의 많은 동료직원들을 생각하며 가슴에 “완주, 대한민국 최고의 신나는 일터를 위하여!”라는 표지판을 붙히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일행을 쫓아가는데 물주머니 배낭에 매어놓은 휴대폰이 울린다. 아니 토요일 이 시간에 웬 전화? 할 수 없이 대열을 이탈하여 배낭을 벗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헉헉..” “저, 정상곤 입니다, 시작하면 처음에는 무조건 천천히 뛰세요...” “나 지금 이미 출발해서 천천히 뛰고 있어...” “아이구, 그럼 이따 통화하겠습니다. 딸깍”
시작과 함께 허리쌕이 출렁거림에 못이겨 버클이 고장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물배낭에 쌕을 메어달리는데 그 불편함이라니...
마음은 급한데 일행 제일 뒤에서 쫓아가며 어디쯤에서 기권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20, 30, 40, 50, 60km?
많은 주자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날이 더워서 롱타이즈에 롱자켓을 입은 주자들은 벌써 땀을 비오듯 쏟아낸다. 아마 저렇게 뛰다간 모두들 탈진하여 기권이 적지 않으리라...
문득 내 모습을 보니 짧은 런닝 숏팬츠에 가벼운 티와 한강 유니폼을 입은터라 그다지 덥지는 않지만 슬슬 오른쪽 무릎 통증이 시작된다. 지난 동아마라톤 때부터 생긴 고질이다.
앗뿔사, 시원한 것은 좋은데 허벅지 위쪽 안쪽과 사타구니 그리고 항문 근처까지 옷감에 쓸려서 쓰라려 오기 시작한다. 남이 볼세라 팬티를 돌돌말아 팬티 속옷의 고무줄에 끼워 넣어 최대한 쓸림현상을 막아본다. 남이보면 무슨 수영복입고 뛰는 줄 알겠다... 할 수 없지..
길을따라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잎들이 바람이 불때마다 눈꽃처럼 흩날리는 호젓한 시골길을 음미하기도 전에 앞서가던 구윤회 대장이 전화를 받으며 옆으로 비켜선다. 한참을 달려 나가는데 금새 쫓아온 구윤회씨 왈 “친한 친구가 모친상을 당했는데 내일 아침이 발인이라는데 어떻게 하죠?” 같이 뛰던 이치호 감사와 난 “글세... 하필이면...”다른 할 말이 없다.
5. 제 1 휴게소
어느덧 20km를 지나면서는 이치호 감사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같이 뛰어가는데 청남대 울트라 7회 연속 참가의 베테랑답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주위가 어둑해지고 이른밤 찬공기가 감돌즈음 한 버스정류장을 가르치며 잠깐 쉬어가자고 한다. 깜박등도 켜고 또 무릎보호대도 착용하는데 동료들이 지나쳐가며 말한다. “바로 저앞이 휴식장소예요...”
아니나 다를까 정말 30km 휴게소가 바로 앞이고 가래떡과 생수 1통을 배급받고 보니 앞서 가던 동료들이 한곳에 다 모여있다. 어느틈엔가 육기승, 박갑숙씨 그리고 와이프가 콜라며 기타 보급품을 전해준다. 스피드가 뛰어난 김모수, 지인학, 김도환 회원은 이미 휴식 후 앞서 출발했고 뒤에는 최고문님과 교장선생님이 부지런히 쫒아오고 있다고 전한다.
와이프의 걱정을 뒤로하고 최소한 48km 제 2휴식처까지는 동료들을 쫓아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윤원장, 이감사, 강희복, 양원배 회원뒤에 따라 붙었다. 쳐지는 스피드 때문에 제일 뒤로 양 회원과 같이 뛰어가는데 양 회원은 발의 통증을 호소한다. 울트라를 준비하느라 무리하다가 발목을 다쳤는데 그 부위가 계속 부어오르며 통증이 심해 도저히 완주는 힘들 것 같고 48km 지점에서 포기를 할테니 먼저가라는 말에 몇 번이고 독려하다 통증이 이미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같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6. 제 2 휴게소
48.2km 제 2휴게소에 도착하니 자원봉사대원들이 만반의 준비를 아니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울트라는 서바이벌 모드로 진행되는데 특별히 대회 진행 본부에서 이곳에서만큼은 자봉의 지원을 받아도 된다고 사전 공지가 되었던 터라 상추에 지글지글 삼겹살 을 올려 몇 잎하고 구수히 끓여낸 누룽지 반사발이 이렇게 꿀맛일 줄이야...!!!
완벽한 자봉들의 노력으로 배낭에 꾸겨 넣었던 특별 영양식들이 제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고
뒤늦게 도착한 양 회원도 레이스를 포기하고 자봉팀에 합류를 선언하였고 일행은 다시 제1 체크포인트 (62.5km)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난생처음으로 무릎통증을 달래기 위해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마누라가 건네주는 진통제 (타이레놀) 2알을 얼른 삼키고 후미에 붙어 쫓아나갔다. 돌이켜보니 내가 살아오면서 여태까지 큰 병치레가 없었던 터라 약의 효능과 감사함을 모르고 살아오다 이번 경기 중 2번에 걸쳐 2알씩 먹은 타이레놀과 경기 후 4번 먹은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의 효과를 실감한 터라 향후 뛰길 원하는 후배들에게 감히 권합니다. 원만한 통증이면 진통제를 먹고 뛰어라! 뛰고난 뒤의 근육통에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라! 진통제로 통증을 억제하며 뛴 그 무리 때문에 생긴 몸의 상처는 완주하고 나서 생긴 성취감의 엔돌핀에 의해 충분히 상쇄되고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어느덧 등에 매단 깜박등들이 점멸하며 어두운 아스팔트 위에 길게 늘어섰고 간혹 켜져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역시 벚꽃잎들이 눈꽃을 이루며 내리는 길을 따라 체크포인트를 향하는 깜박등의 대열 속에 묻혀진다.
한참을 이 감사와 도란도란 가노라니 역시 다음 체크포인트로 차를타고 이동하던 와이프와 갑숙씨가 소리치며 응원한다. 그리고는 내미는 “설레임” 아이스 쥬스 2개, 아! 이 맛이라니....
7. 체크포인트 (62.5km)
숨이 목구멍을 막고 몸 안의 뜨거운 열기로 땀은 피부로 축축히 배어나는데 젖은 운동복이 찬바람에 마르면서 체온을 뺃어가는지 오한끼도 느끼는 가운데 어느덧 12시 한밤중의 졸음도 호시탐참 내 몸상태를 노리는 즈음에 제한시간이 새벽 1시까지인 제 1체크 포인트에 12시 30분쯤 도착하니 선두 주자인 김모수 회원은 보이지 않고 지인학씨와 이번에 처음으로 도전하여 괄목할 만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도한씨가 막 휴식을 끝내고 출발하면서 파이팅을 외쳐주었고 따끈한 미역국과 맛갈스러운 김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자봉팀들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으로 물도 보충하고 양발도 갈아신고 다시금 원기 회복 후 이젠 굴러가도 갈수 있다며 분위기를 띄워가며 후미의 5명 일행은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했다.
조금 지나서부터 같이 뛰던 강희복 회원이 계속 트림과 헛 구역질을 하며 “미역국”알레르기 현상이 있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참, 미역국 알레르기라니... 그런 체질도 있나보지? 정말이란다... 그래서 미역조각이 몇 개 들어있는 라면도 사양할 정도라고 하니...
하여튼 마의 “피반령” 정상까지 강 회원의 미역국 알레르기를 반주삼아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하염없이 뛰다걷다를 반복하며 올랐다.
앞서 가는 윤원장과 이감사의 걸음 스피드는 웬만한 사람이 뛰어가도 못 쫓아갈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뒤쳐져 쫓아가는 강희복, 박성배회원 그리고 나는 계속 뛰어서 따라잡기를 반복하며 지쳐간다.
저멀리 산정상의 휴게소 불빛이 보일무렵 쯤에 강 회원이 결국 뒤처지고 남은 넷이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올랐는데 구윤회 대장이 컵라면을 준비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니 분명 친구 문상 때문에 일치감치 돌아간 줄 알았는데... 듣자니 서울로 돌아갈 차편이 여의치 않아 결국 자봉팀에 속하게 되었는데 다른 회원들에게 영향이 미칠까 두려워 모든 자봉요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나...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ㅎㅎㅎ
8. 피반령 정상 (81km)
피곤하고 힘든 와중에도 주자며 자봉요원들이 모두 서로 격려하며 웃는 가운데 강 회원도 곧 이어 도착하니 이감사가 콜라가 훨씬 효과가 좋다고 그래서 물보다 더 마셨노라고 하면서 속을 달래라고 강 회원께 콜라를 전해준다.
이젠 정말 내리막길과 평탄한 길로만 20km이니까 굴러서 가도 간다고 내리닫기를 준비하던 중 알게 된 또 하나의 안타까운 소식으로 결국 최고문과 교장선생님이 제1체크포인트에서 제한 시간 초과로 중도에 탈락하셨다는 것이다.
이젠 정신도 몽롱하고 말도 하기 싫은 공황상태인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은 봐야되지 않겠느냐고 이를 악물고는 일행의 맨 뒤에서 걱정스레 등떠미는 와이프를 뒤로하고 그 험한 내리막길을 내닺는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화물차가 짐을 가득싣고 언덕길을 내리꽃듯 질주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가...나역시 슬슬 가속도가 붙더니 도저히 내 의지로 제동이 걸리지 않은 채 4km의 꼬부랑 험한 내리막길을 오직 넘어지지 않기 위해 지그재그로 내달렸다. 언덕 밑에 도착하니 제일 늦게 출발한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게 되었다. 오뎅국물을 먹으며 조금 기다리니 일행이 도착하며 묻는다. “아니 왜 그렇게 쏜살같이 내달립니까, 위험하게...” 아마 구간별로 기록을 재었다면 제일 빨리 뛴 구간으로 기록되리라.. 그놈의 “브레이크 고장” 때문에...ㅎㅎㅎ
마지막고지인 청담대 입구까지 공동묘지며 한적한 마을길을 지나 달리다 보니 강 회원이 뒤로 쳐진다. 일행 4명이 골인까지 같이 가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마지막 10km를 남긴 삼거리에 도착하니 어제 늦은 오후에 긴장과 설레임속에 뛰어 내려왔던 그길로 이 아침 다시금 흐느적거리며 되걷고 있는 감회가 새롭다.
무엇을 위해서...
골인지점 1km을 앞도고 박 회원도 쳐진다.
나도 주저 않고 싶었다.
“형님 참 대단하십니다. 첫 번째 도전에 완주 하시다니, 더욱이 무릎도 아프고 준비도 못하셨다는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였던가... 그래 이제 거꾸로 매달려 가도 1km다.
다시금 어금니를 깨물고 뛰어간다.
아니 이제 흐느적흐느적 기계적으로 팔다리를 앞뒤로 노젓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고통도 사라진다.
어슴프레한 아침 햇살에 비친 대청호 푸른물이 나를 부르는듯 한다.
9. 골인
청남대 입구 언덕을 내려서자 마자 100m전방에 골인 아치가 보인다.
우리는 그때까지 덧입었던 자켓과 바지를 벋어 던지고 클럽 유니폼을 내 놓은채 곧 이어 도착한 박 회원과 넷이서 상의한다.
“골인지점을 한명씩 통과해야한다면 규태형님이 제일 앞서고 이어 성배씨, 윤원장 그리고 이감사 순으로 들어가고 그것이 아니라면 같이 손잡고 들어갑시다”
쫓아온 와이프에게 벗은 옷을 던지고 물어본즉 같이 통과해도 된다고 하여 우리는 손을 맞잡고 머리위로 높이 쳐든 채 골인 지점을 넘었다.
15시간 15분!
이곳저곳에서 사진 찍는 소리며 축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울렁울렁 느린 동영상을 들여다 보듯 눈앞을 스쳐간다.
정말 내일처럼 기뻐해주는 동료, 선후배, 가족들!
아! 나는 해냈다.
이 찬란한 아침햇살아래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100km를.....
너무 장황했습니다.
처음 뛴 소감을 꼭 적어내라해서 몇자 끄적였습니다.
읽어주심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09. 4. 14.
조 규태 올림
첫댓글 와~우, 대단하다~. 15시간을 뛰다니...역시 조규태 멋저버려.......
축하한다 이 나이에 그건강은 대단한 축복이다. 너는 건강의 복을 타고났구나 조규태화이팅 이제 팍스로마 에이레나 샬롬을 전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완주를 할수있는 건강 축하한다. (김창길)
그려,,,, 조규태 .... 너는 할 줄 알았어!!!!! 멋있어.....
추카 추카... 대단하십니다. 조규태선수가 울트라 마라톤에 출전한 시간에 본인은 감기걸려 링거를 맜았으니...원..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