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산 시산제(588.4m : 동두천)
*일 시 : 2005. 3. 20(일), 제19차rtnah산행(45명), 날씨(맑다)
*코 스 : 동안역 앞 버스정류장-신흥중고교-재재기골-동두천기도원-지능선-360봉-정상
-H-삼거리-댕댕이고개-밤골재-밤골-합수점-안경다리-소망기도원-마을회관
-소요초교-소요교-소요산역 앞 버스정류소
*소 시 : 오전 8시 20분 ~오전 11시 20분, 소망기도원 산제장소(총 3시간 00분간 소요)
인연이란 무엇인가.
억겁을 두고 유전인자처럼 이어온 업보인가.
슬픈 인연과 병든 인연, 그리고 추한 인연은 죽음보다 더 증오스럽다.
서로가 아름다운 인연, 건강한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갈망한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는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는 사랑한 만큼 산다.
향기로운 꽃도, 아름다운 새들의 지저귐도, 싱그런운 숲도 사랑한 만큼 산다고 했다.
마차산에 대한 지난 2월 10일(목) 답사산행 때 남긴 후기 일부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간파리와 동두천시 상봉암동과 안흥동 경계선에 위치한 해발 588.4m의 마차산은 맞은편에 있는 소요산의 명성과 유명세에 가려진 숨은 산이다. 동쪽으로 바위절벽을 이룬 정상에서의 전망이 일품이고, 완만한 주능선은 실버산행이나 가족산행으로 적합한 산이다. 정상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밤골 계곡은 이름에 걸맞게 밤나무가 많아 가을철 밤 줍기 산행지로 적격이며, 소망기도원에서 묵밭부근에 이르는 1km 계곡은 해발에 비해 수량이 풍부하고 깨끗한 계곡물과 바위가 어우러진 여름철 휴식처로도 제격이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馬車山’으로 되어있지만 주민들이 세운 안내판에는 ‘磨叉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유인즉 옛날에 이산에서 마고 할미가 비녀를 갈고 있었다는 구전에 의하여‘갈磨’자를 썼다는 얘기다. 고향 ‘磨磋里’의 磨자와 동음동자다.
마차산은 한북정맥과 연결되어 있다. 양주군 회천읍과 양주읍 경계를 이루는 한북정맥은 남서쪽으로 불곡산(470m)을 지나 꾀꼬리봉(425m)에 이르기 직전 무명봉에서 이탈하여 북서쪽으로 북진하다 감악산을 들어 오리고, 설마치고개에서 산세를 잠시 낮춘 후 감악산을 들어올리고, 다시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황뱅이 고개를 지난 3Km 지점에 돌올한 산이 바로 마차산이다.」
오전 8시 20분.
봄 물빛보다 더 환하고 맑은 날씨다.
오늘은 절기상 춘분이다.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밤낮의 길이가 거의 같아진다는 춘분을 음력에서는 2월 중이면 어느 날에나 해당되며 양력은 3월 21일(윤년은 3월 20일)로 거의 일정하다. 1992년 이후에는 윤년 다음해도 20일이 되며 2088년에 이르러서는 19일이 되지만 2100년이 지나면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중국 역법에는 동지가 가장 중시되어 달력계산의 기준점이었으나 서양에서는 춘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의 봄은 춘분부터인데 한국에서는 대개 입춘부터 봄이라고 한다. 농가에서는 춘분부터 파종 준비 등 농사 준비를 서두르는 때다. 춘분답게 하늘은 밝아서 좋다.
동두천시 아리랑교를 건너 신흥중고교 주차장에 내린 시각은 오전 8시 20분이었다.
50명 예약자 중 5명의 펑크다. 산제준비를 위해 김총무님, 감기몸살임에도 약속대로 참여한 오태식씨, 그리고 K여사 등 4명을 제외한 41명이 산행에 올랐다.
오전 8시 40분.
일행과 함께 재재기골에서 시작하는 산행을 접어두고 '소망기도원' 턱밑 아래 너른 공터에 닿았다. 산제 준비를 위한 시간과 여유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철이면 간이음식점으로 이용되는 이곳이 한적한 오늘의 산제장소로 점찍어 두었다.
10시 40분.
산제준비를 마친 후 산보삼아 김성현 기사님을 대동하고 역산행에 올랐다.
지금쯤 정상을 오른 자만이 느끼는 오르가슴에 빠져있을 일행들의 시원한 땀 냄새를 생각했다. 이름모를 철새들이 잣나무 숲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이 땅에서 서식하거나 철을 지내는 새는 약 450종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날진이도 공생하는 자연은 오늘따라 티 없이 말끔하다.
새들은 번식기에 구애(求愛)의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같은 종이라도 지방에 따라 그 노래가 조금씩 달라진다. 새에게도 특유의 사투리가 있다는 조류학자들의 연구보고서를 10여년 전에 읽은 기억이 난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수컷이다. 그러나 일단 암컷을 유인하게 되면 거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求愛는 노래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꿩 같은 새는 물론이고 평소 보잘것없는 외모를 가진 새들도 번식기에는 화려한 깃털이 ‘무대 의상’처럼 나온다. 논병아리는 암수가 서로 수중발레를 하며, 물총새와 쇠제비갈매기는 물고기나 우렁이 등을 잡아 암컷에게 선물한다. 물총새는 잡은 물고기를 바위에 패대기쳐 항상 머리 부분부터 암컷의 입에 넣어주는 어두일미(魚頭一味)는 새들도 안다. 두루미도 선물 공세에는 뒤지지 않는다. 참게를 잡아서는 발을 다 떼고 물에 헹궈 암컷에게 준다. 게다가 개개비사촌이나 굴뚝새는 둥지를 구애 수단으로 삼는다. ‘나 어때. 이 정도 부동산은 있다고’ 하며 으쓱대는 것이다.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새는 살기 위해 먹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 먹인다. 그 속에서 죽음은 일상적이다.
새들은 잠자는 때를 제외한 나머지 깨어 있는 동안에는 먹이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번식기가 지난 새는 깨어 있는 시간의 80%를 먹는 데 쓴다. 제비나 참새는 하루 600회 정도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새들은 놀기도 한다. 두루미는 옥수수 속대를 부리로 집어 공중에 던졌다가는 발로 낚아채는 놀이를 반복한다. 솔개, 솔부엉이, 황새, 쇠황조롱이, 삼광조, 새호리기, 긴점박이올빼미…. 과거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새들이다.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의 구호가 오늘을 알려준다.
“They Die, You Die(그들이 죽으면 당신도 죽는다).”
이름을 알수 없는 새울음 소리와 함께 읽어 본 <새>(유범주, 사이언스북스)의 落穗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작은 배낭에 물통을 메고 올라가는 마지막 지점인 샘터 너른 공터다. 막 하산하고 있는 이영옥씨, 최영복이사님-오영삼이사님 내외-박관례씨-정영애씨 등 선두 일행과 만났다. 생각보다 이른 하산이다. 늦어도 12시 이후로 생각했었다.
일행이 산제장소에 집결한 시각은 11시 20분이었다.
그럭저럭 진설한 산제터가 대체적인 형식은 갖춘 셈이다.
준비한대로 산제를 시작했다.
오영삼 이사님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된 산제는 순서에 따라 차즘 분위기가 잡혀갔다.
2005년(3월20일) 제1회 시산제
장 소 : 마차산(동두천)
祭 禮 순 서
1. 개 회 사(사회, 등반이사)
2. 국민의례 : 애국가(1절), 묵념
3. 산악인의 백자선서(선두대장)
4. 산악회의 목적(고 문)
5. 강 신(제 주)
6. 참 신(제 주)
7. 초 헌(제 주)
8. 독 축(감 사)
9. 아 헌(이사진, 총무)
10. 각 회원별 배례
11. 종 헌(고 문)
12. 첨 작(후미대장)
13. 음복과 소지(제주 및 각 회원)
14. 폐 회 사(사회, 등반이사)
산 악 인 의 백 자 전 서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아무런 속임도 없이 다만 자유․평화․사랑의 참 세계를 향해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RTNAH 산악회의 목적
1. 國土巡禮와 산행을 통하여 심신을 수련하고, 회원 상호간에 깊은 유대와 우애를 증진시켜 건강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영 위한다.
2. 우리는 국토환경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祖上으로부터 물 려 받아 잠시 사용하다가, 보다 살기 좋게 만들어 후손들에 게 물려주어야 할 중대한 의무를 수행하고 이를 깨끗이 보 전한다.
다소 서툴긴 해도 차례대로 의식이 조용하게 이어갔다.
의식은 마음이며 정신이다. 의식을 통해 우리는 一體를 알게 되고 一切를 익힌다.
강신(제주)-.참신(제주)-초헌(제주)-독축(감사)-아헌(이사진, 총무)-각 회원별 배례-종헌(고 문)-첨작(후미대장)에 이어 음복과 소지(제주 및 각 회원)과 폐회(사회, 등반이사)를 마쳤다.
제수를 골고루 나눠먹는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막걸리엔 지나치리만치 알레르기를 보여 사렸지만, 제수로 사용한 포천 막걸리 한 모금 음복은 생각보다 달콤했다. 김옥희-김총무님이 돼지머리를 손 빠르게 자르는 칼 솜씨가 快刀亂麻다.
비록 불참했지만 찬조금을 보내준 이희용씨와 강산순씨, 희번덕하게 생긴 祭需의 주인공인 ‘돼지머리’를 기증한 강성윤씨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 병마로 신체적 이동이 어려운 황정숙씨가 열어준 마음도 오늘을 밝게 했다. 김성현 기사께서도 한 몫을 거들어 주었다.
오늘 제례 떡을 제공한 R여사님, 음료수를 제공한 J여사님, 기념 타올과 자신의 회사에서 생산하는 화장지를 제공한 정감사님(사실 타올은 감사님의 부인이 스폰서였음은 나중에 밝혀졌다. 후일 진정 건한 술잔이라도 올릴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수마련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김연자 총무님께 지면을 통해 감사를 올린다. 그리고 산제행사에 참여해 유명-무명으로 정성을 보내 준 전 회원들에게 뜨거운 마음을 전한다.
오랜만에 참여해준 친구 임병기-이중빈님, J여사와 함께 온 K-J 여사, C-K여사 일행인 R-C-2K여사님, 정묵연 선생님 부부와 그 일행들, 정옥자씨 내외, 새색시의 좋은 소식과 함께 늦은 결혼이지만 이른 출산준비에 분주한 장용섭씨가 오랜만에 참석했다. 졸린 눈을 비빈 채 새벽을 열었던 윤여사님, 정말 오랜만에 산행에서 만난 화곡동 P여사, 그리고 항상 안방의 가구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준 기존 회원들 모두가 <하나>로 됐고, 그로인해 오늘은 태양만큼 빛났고, 프리즘을 통과하는 光線처럼 아름다웠다.
한낮인 12시 20분.
예상보다 다소 이른 시각이다.
예약한 소요산 입구 사거리 대운식당(-31-867-0997)으로 이동했다.
식사시간은 매양 즐겁다. 단체식사를 통해 한 식구라는 일체감과 상호신뢰의 감정이 돈독해지는 시간이다. 순배가 있었고, 유쾌한 일정을 통해 얻은 정담이 쏟아지는 자리다. 흔쾌하고 담박한 대화가 무르익어가는 한낮이 다이내믹하게 지나가고 있다.
피곤이 사정없이 엄습하는 나른한 오후 1시 20분, 발 빠른 귀로에 올랐다.
적당한 차량의 흔들림은 일행 모두에게 나른한 오수를 안긴다.
당산역 도착은 오후 4시다.
이른 귀가가 퍽 서툴고 생소한가 보다. 오랜만의 여유를 선뜻 받아들인다는 게 어딘가 미진했던 건 사실이다.
아무튼 오늘은 좋은 날이다.
그래서 발산동 윤여사 가게로 15명의 회원들이 여백을 메우기 위해 몰렸다.
자의 반, 타의 반이 엉킨 흥겨운 자리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그렇게 빈틈없이 여백이 메워지는 시간들이다.
<맛있는 만남>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맛있게 마감해야 한다.
술도 음식인데 과식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차라리 모자람이 낫다는 얘기다. 인간사 모두가 이러할진대 무릇 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화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며 과정이다. 과정이 순수해야 목적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작은 오해가 빚어지는 乖離가 끝내는 파멸을 불러오는 경우가 숱하다.
< 好好先生(하오하오 시옌성)!>
중국에서 필요 이상으로 여자를 밝히는 남자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다.
주변에는 그냥 애교를 넘어 방관하기 거북한 일이 발생할 때도 있다.
어치구니 없는 실착으로 불계패를 당해 돌을 던지며 뱉어내는 낭패한 표정이 이런 경우를 목격할 때다. 천박(淺薄)과 천박(舛駁)의 의미를 분별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오늘을 아름답게 여미자. 그런 밤이 우리를 살찌우며 우리를 인도한다.
*대중교통
-상봉터미널출발 직행버스 12분 간격운행
-수유리출발 완행버스 15분 간격(135, 136, 139번)
-의정부 출발 기차 1시간 간격으로 운행
*숙식
-소요산입구 사거리
[만성기사식당(031-865-0639), 대운식당(031-867-0997, 임영숙), 청궁반점(-866-6564),
제일삼계탕 칼국수(-867-0147), 부일식당(-866-0507), 팔복가든식당(-865-0136)]
*자유수호평화박물관(동두천시 상봉암동 162-10에 40,000㎡의 부지에 지상 3층의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