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넓디 넓은 밭에 무얼 심어야 할지 마땅치 않을 때, 무작정 들이붓다시피 심은 땅콩 농사가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심어도 너무 많이 심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긴 밭에 고랑을 만들고 땅콩 심고 풀매고, 거두기까지 어느 것 하나 수월하지가 않았어요. 올해 농사지은 작물 중에 가장 고생스러워서, 몇 번이나 '이제는 땅콩 이렇게 안한다.'고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짝꿍이 급기야 엎드려서까지 풀을 매게 만든 바로 그 밭입니다. 땅콩이 저리 자그마한데, 그 앞으로 놓인 풀들은 그 두 세배는 큽니다. 풀을 몇 번 맨 덕택으로 땅콩 알이 잘 차오르게 되었지요.
드디어 땅콩을 캘 때가 되었는데 날짜를 잡을 수가 없어서 걱정입니다. 계속되는 비로 늦추기만 하다가, 비가 그치기 무섭게 질척거리는 밭으로 입성했습니다. 결국 또다시 할매와 새언니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지요. 팔순노인과 임산부 둘 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 부부의 노동력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양입니다. 짝꿍이 땅콩을 쑥 뽑아놓으면, 뿌리에 달린 땅콩을 일일이 손으로 따서 넣습니다. 땅콩 한알 한알에 손길이 닿아야합니다. 그러자니 작업이 무척 더딜 수 밖에 없지요. 땅콩캐는 시기를 놓치면 안되니, 완전 강행군으로 하루종일 매달려서 정신없이 몇일을 캐고 나서야 끝났습니다. 정말 징글징글~
다 캤으면 바로 개울가에서 깨끗이 씼어서 말려야 합니다. 양이 하도 많아서 씼는 것도 큰 일이고, 말리는 것도 어렵습니다. 날이 좋은 햇볕에 4-5일은 말려야 하는데, 널어놓으니 계속 날이 흐리거나 빗방울이 떨어지기 일수, 이러다 힘들여 캐논 땅콩에 곰팡이가 쓸지가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결국 열흘정도 옥상에서 일광욕을 시키고서야, 달그락거리는 땅콩을 자루에 담아내려왔습니다. 이제 밤마다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안좋은 것을 가려내는 선별작업만이 남았어요.
그냥 얼마에 판다고만도 올리면 간단하지만, 이렇게 예쁘게 담아놓고 사진을 찍기까지 들여야 했던, 그간의 노력이 아까워서 구구절절 늘어놓았습니다.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그냥 생땅콩으로 먹는 게 참 맛있는데(전혀 비릿하지 않아요), 다양하게 반찬으로 해먹어도 좋겠지요.
국내산 땅콩이 왜 비싸고 잘 구하기도 힘든지 이제는 알겠습니다. 대량으로 하시는 분들은 기계의 힘을 많이 빌리겠지만, 무식하게 손발로 하자니 진이 다 빠질 정도네요. 땅콩농사에 힘들인거 생각하면 우리 맘대로 떡하니 값을 매겨 팔고 싶은데, 시세대로 받아야하니 마음이 허합니다. 이렇게 고생해도 그 대가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되지 않음을 알고 시작했으면서도, 막상 현실로 닥치니까 힘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어째든 수북이 쌓여있는 땅콩들이 주인들을 잘 찾아갔음 좋겠어요. 맛있는 음식으로 상에 올라, 우리 몸속에 들어가 건강하게 해주면 참 좋겠어요.
1kg(사진상에 보이는 양입니다. 한되가 좀 넘네요) 7,000원
껍질을 까지 않은 토종 땅콩입니다.
잘 말렸으니, 오래 두고 드셔도 괜찮아요.
택배비 4,000원(다른 것들과 묶음으로 하시면 택배비 한번만 주시면 됩니다.)
차영미
국민은행
041302-04-045394
첫댓글 땅콩이 그렇게 어렵군요... 첨 알았어요. ^^
정말 농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네요. 어려우셨겠어요.
뭐 하나 쉬운 농사 없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힘드는군요. 애 많이 쓰셨어요. 근데 주문은 여기다 하는 건지 아님...그 집으로 방문하는 건지...함 가볼게요.
언니, 고마워요. ^^
고맙습니다.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땅콩으로 신세갚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