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유물을 한 곳에서 - 영국의 대영박물관 |
진정한 교육을 위하여
최근 학생들의 방학이 다가오면 해외연수를 준비하는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화를 준비하기 위한 영어연수 때문일 것이다. 세종대왕께서는 섭섭해하실 지 모르지만 영어는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의 대부분은 아마 부모의 강요에 의해 따라나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경험이야 중요하지만 아쉬운 점은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왜 그런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단어 하나가 아닌 바로 꿈을 키워주는 것이다. 자녀들 스스로 자신의 장래를 선택하고 그 꿈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우리 나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1위가 다름 아닌 연예인이었다. 그 이유는 우리 자녀들이 가장 쉽게, 가장 많이 보고들은 분야가 대중매체를 통한 쇼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그들의 눈에선 연예인이야말로 최고로 멋있고 근사한 직업으로 보여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학생들이 TV가 아닌 미술작품 등의 전시회나 박물관을 더 많이 접했더라면 어떠했을까? 분명 그들의 장래희망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위대한 예술작품이나 고대의 찬란했던 유물들, 노력의 결실로 탄생된 발명품 등은 분명 우리 학생들에게 영어 한 문장보다 더욱 소중한 것을 가슴 깊이 새겨줄 것이다. 올 방학에는 자녀들의 손을 잡고 세계의 유명한 유적지나 박물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박물관의 박물관 런던 대영박물관
영국의 런던은 유럽의 여행지에서도 단연 메카로 꼽힌다. 런던만 제대로 감상하기에도 며칠이 걸리지만 여기에 박물관까지 구석구석 찾아다니려면 한 달도 모자를 것이다. 현재 런던에만 수백 개의 박물관이 있고 영국 전체로는 3500개 이상의 박물관이 있다. 그야말로 박물관의 박물관인 셈이다. 이렇게 박물관이 많다보니 그 종류도 다양하기만 하다. 고대 박물관은 물론이고 장난감모형 박물관, 영상박물관, 자동차 박물관, 항공기 박물관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박물관으로 전시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서점에는 한국말로 번역된 관람 안내서가 마련되어 있어 박물관 관람이 훨씬 편해졌다. 이렇게 많은 박물관들을 골라서 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하고 유럽의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영 박물관은 반드시 찾아봐야 할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인 대영 박물관은 1759년 한스 슬로엔경의 8만여 점의 소장품을 전시하면서 세워졌다. 박물관의 외형은 44개의 이오니아식 원기둥이 세워져 있는 그리스 양식으로 파르테논 신전의 모양을 띄고 있다. 대영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세계의 위대한 고대 유물들을 한 곳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나라별로 전시실이 독립되어 있는데 현재 총 94개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방문객들의 눈길이 많이 쏠리는 곳은 오리엔트 문명관, 앗시리아, 고대 이집트관, 그리스와 로마관 등이다. 2000년도에는 우리 한국실도 개관되었는데 이곳에는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 후기시대까지의 유물들과 건축물, 청자ㆍ백자 등의 예술작품 등도 전시되어 있다. 오리엔트 문명관에는 찬란하지만 혼탁했던 오리엔트 문화의 유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끝없는 전쟁과 전쟁을 거듭한 이 시대의 유물들은 칼, 방패 등의 도구들이 대부분이지만 술잔, 병, 거울, 목걸이 등의 장신구에선 이 시대의 예술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 앗시리아 관에는 대형 조각물이 눈에 띈다. 특히날개 달린 '인두후상'의 거대함은 한때 광활한 영토를 장악했던 그들의 스케일(?)이 엿보인다. 그리고 전쟁의 모습을 담은 수많은 벽화들은 앗시리아의 옛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이집트관이다. 고대 이집트의 신비와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비밀들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왕의 무덤에서 발굴된 수많은 유물들은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처음 이집트관에 들어서면 이집트 상형문자를 푸는 열쇠로 유명한 ‘로제타스톤’이 정문에 위치에 있다. 홀 중앙에는 청동고양이와 라메세스 2세의 거대한 조각상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또 미이라와 화려한 보석들, 화려한 색상을 띤 벽화들까지 마치 신의 세상에서 뚝 떨어진 보물을 보는 기분이 든다. 그리스, 로마관은 총 30여 개 전시관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굉장한 유물들로 가득 차 있다. 달의 여신 셀레네의 마두상, 바다의 여신 네레이드 제전, 머리 없는 바다의 여신 등 모두 그리스와 로마를 대표하는 유물들이다.
이외에도 르네상스 시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신구와 조각품, 동양 미술관의 중국, 인도, 일본 등의 조각품과 유물들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영 박물관은 영국만의 보물이 아닌 모든 인류의 보물이자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한 곳에서 세계의 유명한 유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열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을 이곳에선 실감할 수 있다. 살면서 느끼는 소중한 기억과 감명들을 분명 이곳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대영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고학 및 민속학 수집품들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런던의 블룸스버리 지역에 있다. 왕립학사원 원장을 지낸 의학자 한스 슬론경(Sir Hans Sloane)의 6만여 점에 이르는 고미술(古美術)·메달·동전·자연과학 표본류 등 방대한 소장품을 1753년 정부가 매입할 것을 의회에서 의결하고, 로버트 코튼경(Sir Robert Cotton)의 장서와, 옥스퍼드의 백작 로버트 할리(Robert Harley)의 수집품들을 합하여 1759년에 설립, 일반에게 공개하였다.
초기에는 17세기 프랑스 고성풍(古城風)의 진귀한 건물로 그레이트 러셀가에 있던 몬테규(Montagu) 후작의 저택에 전시되었다. 그러나 소장품이 증가하자, 1824년부터 로버트 스머크경(Sir Robert Smirke)의 설계로 동쪽에는 장서용, 서쪽에는 이집트 조각 전시용의 새로운 갤러리가 먼저 세워지고, 1852년 중앙부의 옛 건물 자리에 신고전양식(新古典樣式)으로 현재의 정면 건물이 완공되었다.
1881년 자연사 소장품들은 사우스켄싱턴에 신축한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지고, 박물관 내의 도서관은 몇몇 주요 기관들의 장서를 합하여 대영도서관으로 독립하였다. 또한 1970년부터 민족학 부문 소장품들은 웨스터민스터의 벌링턴가든스에 있는 인류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주로 이집트·아시리아·바빌로니아·인도·그리스·로마·중국 등 각국 각 시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독특한 전시법으로 전시하고 있는데,그 중에서 1802년 프랑스에서 얻은 이집트의 고고학 자료를 비롯하여, 1806년에 수집한 타우네레, 1816년에 수집한 엘긴 대리석 조각, 이 밖에 크니도스의 데메테르 여신상, 소크라테스의 소형상(小形像), 페리클레스의 반신상(半身像), 율리우스 카이사르 및 로마 제왕들의 흉상 등이 유명하다.
특이한 유품으로는 아시리아의 날개 달린 황소, 칼데아의 유물, 헨리 8세 궁전의 금붙이 세간, 중앙아시아의 옥수스의 유보(遺寶), 중국의 벽화·도자기 및 불상 등이 있다. 특히 로제타 지방에서 발견된 로제타석(Rosseta stone)은 장기간 난제였던 이집트 상형문자(象形文字)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되는 등 자료연구의 성과는 물론, 문화사의 해명을 위해서도 큰 공적을 남겼다. 그 밖에 성서의 알렉산드리아 사본, 색슨의 연대기, 마그나카르타, 옛날 인쇄·제본의 견본 등은 하나의 문헌으로서도 귀중하다.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값진 보물들을 관람시키면서도 박물관 입장료를 받지 않는 무료 입장이다. 이유는 16세기 말부터 시작된 영국의 식민 사업에 의해 한 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이 약탈하여 전시한데 대한 속죄에 의한 보답이라 생각된다.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선언을 시작으로 마지막 2000년 홍콩 반환까지 인류 역사는 물처럼 자연 정화되면서 흘러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