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영준이는 문제집 두 장을 푸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학년 현석이는 30분 동안 채 한 장을 넘기지 못하고 딴 짓을 한다. 공부를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화장실을 가고 싶다거나 멍하니 딴생각을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30~40분 동안 꼼짝 않고 공부에 몰두하는 아이도 있다. 바로 집중력의 차이 때문.
집중력은 주어진 과제를 완성하는 능력, 어떤 자극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능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자극과 주의를 기울일 필요 없는 사소한 자극을 구분하는 것, 자기 통제 능력 등을 말한다. 자기 통제 능력이 강한 아이는 조금 힘들고 지루한 과제를 할 때도 미래에 자신이 받게 될 보상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격려하며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아이를 집중력 높은 사람으로 키우려면 익숙한 것들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능력과 의지를 통해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 집중력 높이기 위한 실천법
사람마다 집중력의 정도 차이는 있다. 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집중력은 달라진다. 아이들의 집중 시간이 10분을 넘기는 시기는 만 4세 이후. 유치원 다니는 아동은 보통 12분 정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1시간 이상 집중할 수도 있지만 숙제나 공부를 하는 상황에서는 저학년은 20분, 고학년은 30분 정도 집중할 수 있다. 집중력은 아이가 주어진 삶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응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1 _스킨십 대화 아이들은 딸이나 아들로, 형이나 동생으로, 학생으로, 친구로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 역할 가운데 아이의 힘에 부치는 것이 있다면 아이는 집중력을 잃고 산만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똑같은 행동에 대해 부모가 일관성 없이 행동할 때, 부모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일 때, 엄마 아빠의 교육관이 지나치게 달라 아이의 행동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할 때도 아이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좋은 방법은 스킨십 대화. 자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행복과 성공을 믿어주는 부모의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아이와 대화하는 동안 “네 생각은 어떠니?” 등 아이의 생각과 느낌에 초점을 맞추고 중간 중간 아이의 말을 요약해준다. 이는 아이의 말을 부모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육하원칙 중 빠진 부분을 질문한다.
2 _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집중력이 낮은 아이일수록 소리에 민감하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안 환경 자체가 차분하고 조용해야 한다. 공부는 항상 정해진 장소에서 하도록 한다. 책상에서는 공부 이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도록 하고 책상 위의 불필요한 물건을 치운다. 준비물을 자주 잊어버리는 아이는 현관 앞에 준비물 박스를 만들어주는 등 주의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정리정돈 습관도 키워줘야 한다. 주의력은 생활이 규칙적일 때 발달한다. 식사 시간, 잠자는 시간, 학교나 학원에 가는 시간 등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아이들은 주변의 다양한 정보에 안정적으로 눈과 귀를 기울일 수 있다.
3 _아침 식사를 꼭 챙겨주자 아침 식사가 건강뿐 아니라 암기력, 언어 유창성 등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침 식사는 뇌가 원활한 운동을 하게 해 집중력 발휘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버섯, 시금치, 토란, 상추, 당근, 감자, 양파, 등푸른 생선, 참치, 연어, 견과류 등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식.
4 _다양한 방법으로 학습에 재미 배가 집중력이 낮은 아이에게는 학교 공부를 게임하듯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시각 자극 위주의 교육 자료를 청각, 촉각 등 다른 자극으로 확대한다. 책뿐 아니라 오디오북이나 비디오 교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5 _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게 하라 자연과 자주 만나게 하고 그것을 오감을 통해 직접 느끼게 한다. 물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이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외부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인다. 아이에게 이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기 내부의 여러 가능성들을 포착하고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집중하는 능력을 길러나간다.
6 _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부모의 기대감을 강제로 주입하려고 한다면 반항이나 좌절의 형태로 반응이 나타나지만 부모의 기대감이 칭찬이나 인정으로 표현된다면 성취감의 형태로 반응이 나타난다. 아이를 칭찬할 때든 꾸짖을 때든 절대 다른 대상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사실에 근거해 그것만 가지고 아이와 대화하고 칭찬과 질책을 해야 한다. 아이가 실수를 했더라도 아이의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믿고 “엄마, 아빠는 네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라고 말하는 것이 “너는 왜 늘 이 모양이니?” 하는 것보다 훨씬 교육적이다. 잘한 일을 칭찬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잘했는지 칭찬한다. 성과물보다는 과정을 칭찬해줄 줄 알아야 한다.
● 우리 몸과 집중력의 연관성
일본 NHK 교육방송에서 공부 집중력을 향상하는 ‘사이토 기법’을 소개해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상태가 집중력을 높이는 상태라고 한다. 열심히 뛰어노는 아이들은 산만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가 하고 있는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그는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는 것보다 활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높은 집중력을 키워준다고 주장한다.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몸을 만들려면 호흡법과 ‘자연체(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선 자세)’가 중요하다. 몸이 흐트러져 있으면 피 흐름이 나빠져 산소가 뇌로 가지 못한다. 그러다 잠깐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뇌에 새로운 산소가 공급되어 의식이 다시 맑아지기도 한다. 사이토 교수는 3초 들이마시고 2초 멈추었다가 15초 내뱉는 방식의 호흡법을 권한다. 의식은 배꼽 밑 단전에 둔다. 수업 중이나 짬 날 때 이 호흡을 해두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바른 자세는 아주 중요한데, 방법은 다음과 같다. 등줄기를 펴고 어깨 너비만큼 다리를 벌리고 선다. 허리를 꼿꼿이 하고 배꼽 아래쪽에 가볍게 힘을 넣는다. 앉을 때도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들이민 다음 허리를 앞으로 굽혀 앉는다. 그런 후 윗몸을 일으켜 어깨 힘을 쑥 뺀다. 허리 자세가 잡히면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다. 오래 집중할 수 있으므로 공부도 아주 순조롭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10분만 앉아 있어도 힘이 들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바른 자세를 취하는 법을 아이에게 일러준다.
그렇게 바른 자세를 취한 다음에는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뇌가 가장 활성화되는 때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소리 내서 책을 읽을 때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외국어를 음독할 때 뇌 활성도가 최고조에 이른다. 아이에게 소리 내어 음독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선천적인 지능보다 과제를 대하는 방법에서 학습 성과는 크게 달라진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만들고 뇌를 맑게 한 다음 여러 차례 과제에 몰두할 때 공부하는 힘은 크게 향상된다.
사이토 교수는 초등학교 3~4학년 때가 운동이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최적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의 뇌는 어떤 것이든 쏙쏙 접수하는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무엇을 익히느냐가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