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잔설이 남아있던 2월 중순 어느 날, 여기 보은 작업장을 방문하신 예비건축주와
충북 괴산 칠성면에 답사를 갔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상대적으로 값싼 땅이 많다 하여
저도 한 때 작업장 부지를 보러 다닌다고 몇 군데 토지와 폐교 부지를 보러 다녔지요.
개발이 더뎠던 덕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청정지역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괴산을
전원주택부지로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면서 지금은 땅값이 크게 올랐답니다. 괴산 읍내
중심부를 가로질러 가다보니 그런 개발 붐이 훅 느껴지더군요.
자연조건에 순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 마을은 거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양지바른 아늑한 곳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면 지금은 대게 탁 트인 전망을 선호하면서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의 반평생동안 답답한 아파트 구조에 억눌려
살아 온 날 들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일까요?
두 분은 청소년시절부터 오랜 친구사이랍니다. 이런 깊은 곳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궁금했는데 한분 처가가 있는 동네라는군요. 하여 의기투합한 두 분이 이 집 터를 같이
사고 여기에 나란히 집을 지어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고자 하십니다.
친구 분은 먼저 집을 지었고, 그런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선택은
역시 건축주 본인의 몫. 현명한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름 전에 인허가 관계를 매듭짓고 이어서 원목준비와 기초공사 등을 착수할 계획이며
연면적 40평 내외인 풀나치(Full Notch) 풀 스크라이브(Full Scribe) 통나무집입니다.
서천통나무집과 용진통나무집 이동 준비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가운데 봄비가 내려 어제 오후부터 작업을 중단하고 숙소에서 계속 쉬고 있던
오늘 오전 느닷없이 결정된 정읍 내장산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정읍 시내를 가로질러 내장사로 향하는 호수마을 안쪽 작은 골짜기.
동네 입구의 당산나무(?)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수많은 전설을 품에 안은 채 여전히
온 마을을 굽어 살피는 듯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새로운 현장답사를 갈 때면 언제나 기대감으로 마음이 달뜹니다. 단지정리가 안정된
주택지가 아닌 시골인 경우 “아, 사람마다 좋아하는 환경과 풍경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며 마음속으로 낮은 탄성을 지르곤 합니다. 저마다의 고유한 심성을 가지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환과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감이 알맞게 배합된 결과이겠지요.
번잡한 시내를 막 벗어나 호숫가 한쪽 골짜기로 조금 들어 왔을 뿐인데,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천연염색과 명상체험이라...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살림도 하겠지만 아마도 커다란 홀(Hall)이
중심이 되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요?
명상체험장이란 표현에 혹했는데 상황과 여건은 조금 시간을 가지고 진행해야 할 듯.
하늘 뜻을 사람이 알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돌아오는 길, 천연염색한 이불을 주고 싶으시다더니... 뭘 바리바리 싸 주시는 와중에
다음 주말이 내 아버지 생신인 걸 어떻게 아셨는지(?) 부모님께 갖다드리라며 기어코
이불 한 채를 차 안으로 던져주시네요. 왕 부담되고 거시기 합니다만 ‘잘 받으면 그만’
이라는 말씀에 염치를 무릅쓰고 주시는 것 다 받아왔습니다. ㅠ^ㅠ)
물론 이런 말, 다른 분들에게 부담 드리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 다 아시죠? 헤헤
다음 주 화요일 구례통나무집과 같은 PC 블록 방식으로 용진통나무집 기초 공사하는데
전에 말씀드렸듯이 장점이 많은 시공법이지요. 지하실을 만들지 않는 경우 강추입니다.
같은 시기에 서천통나무집 토대작업 그리고 작업장에서는 계속해서 두 현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데... 자꾸 일을 더 만들어 내는 제 단점 때문에 다소 늦어지고 있는 형국.
서천통나무집도 아예 포치 기둥과 핸드레일 게다가 계단까지 만들어 한꺼번에 조립할까
생각중이며, 용진통나무집은 제가 계속해서 새로운 부재를 ‘고안’하는 바람에 끝날 듯
안 끝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원목 3본 정도가 더 필요하게 되었는데 할 수 없이 한 차를
받았습니다. 이런... 하여튼 이달 말까지 두 집을 다 이동하고 조립하는 게 목표.
서천이나 용진이나 땅바닥에서 지붕 끝이 매우 높아서 비계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는 등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며 진행해야 하는 점도 저를 더 긴장하게 만들고 있어요.
늘 그렇듯이 골조작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게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첫댓글 우드맨님 부지런도 하세요 아버님 생신에 딱 맞췄군요 ㅎㅎㅎ
쌍암동 사진을 보며 더 한층 정읍의 명물 통나무집이 그려집니다
사장님의 결정 보다 저의 결정과 우드맨님의 지어주고픈 맘이 우선입니다
내 맘의 이끌림에 서로 마주치는 삶이 기적이겠지요
사장님이 우드맨님에 대한 호감을 비쳤습니다 기다리지요 ^^고맙습니다
두 작품을 한꺼번에 추진하시는군요.
새 터에 대한 들뜸~
정성이 다해 대하시는 모습이 좋아보입니다.
내 것같이 생각하시는 멋진 모습입니다.
두 작품 순항하시길 빌겠습니다.
환절기 건강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