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의 북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흥덕면.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고창에서 전남을 제외한 각 외지로 가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곳이다.
서해안고속도로의 확충으로 중요성이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서울행을 비롯한 모든 버스들은 고창을 들어가기 전에 꼭 흥덕을 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가 5,000명이 채 안 되는 조그만 마을이지만,
터미널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비대한 편이다.
게다가 서울행 버스가 50분 간격으로 상시 운행되며,
정읍-전주행 버스 또한 20~25분마다 양 방향으로 한 대씩 들린다.
별 보잘 것 없는 조그만 마을이라 하지만 고창의 관문 역할을 하는 흥덕.
지리적인 입지 덕분에 크게 혜택을 입은 복 받은 터미널이라 하겠다.
마을의 남측에 흥덕정류장이라는 곳이 있다.
비록 단층이지만 내부는 꽤 넓어서 결코 작다고만 할 수 없는 규모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건물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조그만 분교같기도 하다.
흥덕터미널 건물 왼쪽으로는 터미널 승차장/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다.
이 도로 바로 옆으로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승차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경계가 모호해서 근처 주민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만남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반대편에서 바라본 흥덕터미널은 이렇게 생겼다.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르게 느껴지지만,
줄포에서 건너온 본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흥덕터미널은 굉장히 거대하게 느껴진다.
간이 임시정류장을 연상시키는 조그만 줄포정류장에 비하면,
이 곳은 들어오는 버스도 훨씬 많고 제법 터미널다운 구색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터미널 옆에는 이렇게 택시들이 길게 줄을 늘여 대기하고 있으니,
조그만 마을 규모에 걸맞지 않다싶을 정도로 굉장히 거대하게 느껴진다.
건축한지 상당히 오래된 듯, 터미널 곳곳에서 옛 향취를 느낄 수 있다.
10여년 전 옛 전화번호가 쓰여진 다 떨어진 간판,
지금은 보기 힘든 좁고 긴 사각 창틀과 철제 문은 옛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저 앞에 보이는 좁은 문이 터미널 대합실로 이어지는 문이다.
터미널 내부는 생각보다는 큰 편이다.
마치 천안 성환터미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성환터미널의 느낌과 매우 비슷하다.
다만 흥덕은 성환보다 훨씬 작고, 고요하고, 조용하다.
각 방면으로 연결되는 버스가 무척 많아서인지,
아직까지 매표업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오랫동안 리모델링이 되지 않은 듯,
오래된 철제 창틀과 이리저리 부착된 스티커가 눈에 띈다.
보기엔 이래도 흥덕은 서울행 버스가 50분 간격으로 다니고 정읍, 전주행이 시간당 3~5대씩 운행하는 곳이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북도 등 북쪽에서 고창으로 내려올 때 반드시 거쳐야 했고,
그들 지역에서 선운산-선운사로 들어갈 때에는 굳이 읍내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고창 지역에선 외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훌륭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행 고속버스까지 정차할 만큼 연계버스가 무척 잘 발달된 곳이기도 하다.
고창 서쪽 오지를 거쳐 상하, 법성까지 이어지는 직행버스가 운행되기도 하고,
서해안을 따라 그대로 올라가 줄포, 부안, 김제, 익산, 군산행 버스도 수시로 다닌다.
거의 대부분 고창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중간 경유를 하는 것인데,
인구 4,000명의 조그만 면 치고는 상당히 버스망이 발달된 편이다.
지리적 입지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영광, 목포행 버스들의 시간표가 약간 개정이 되어,
개정된 시간표를 새로이 부착해 놓았다.
왼쪽은 개정 전의 시각표, 오른쪽은 개정 후의 시간표이다.
대체적으로 영광 이남 지역으로 연장된 버스들이 많은데,
함평, 무안, 목포 등과의 연계가 더욱 편리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게다가 목포 직통까지 하루 8회 운행하고 있으니, 이만한 축복이 또 어디에 있으랴.
매표소에서 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자동발매기도 설치되어 있다.
흥덕의 대부분 손님들이 자판기 이용을 잘 못하시는 노년층이라서,
아직까지는 매표업무를 그대로 하고는 있지만,
언제쯤 군산, 대야처럼 무인화되어 자동발매기에만 의존하게 될 지 모른다.
수많은 버스들이 연계되는 교통의 중추이기는 해도, 흥덕면 마을은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기껏해야 인구 4,0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의 조그만 면에 불과하다.
산업이라고는 농업이 전부인 조그만 고장에 이렇게 많은 버스들이 들어오기에,
흥덕 입장에서 보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매표소, 대합실, 승차장, 주차장까지 모두 갖춘 어엿한 터미널임에도,
그는 그 자신을 '정류장'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낮추고 있다.
어엿한 터미널임에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그런 겸손함 덕분에 서해안이 개통되었음에도 서울-고창 버스가 계속해서 경유하는게 아닐까.
마침 목포로 가는 대한고속 완행버스가 흥덕으로 유유히 들어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 배차간격이 훌쩍 늘어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버스다.
모든 버스가 거쳐가는 관문 흥덕은 설레임을 한 가득 안은 별천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우와 조회수 0에 읽는 상콤함 ^^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가장 신선할 때 맛을 보셨군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인수라 하면 대개는 안 좋은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게 마련인데, 좋은 쪽으로 바뀌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서울행 시간표에 아직까지 "금남" 표기가 되어있네요.^^;;
자세히 보니 금남이 표기되어 있군요. 밑의 호남고속 줄임말 덕분에 금호에서 운행하는걸로 착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
예전에...고창-서울노선이... 고속노선이라고 하여.. 흥덕을 경유를 안한다고 해서...잠시나마 말이 많았었죠...그리고 흥덕에 현대종합금속(?)을 유치하여서...아주 들뜬 분위기죠.... 유치환영 현수막과.. 기숙사를유치기원 현수막이..흥덕 그 작으만한 동네 많이도 걸려 있네요,..
사실 센트럴-고창이 서해안고속도로를 경유해 무정차로 운행하는 줄 알았었는데, 흥덕을 경유하여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이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 현대종합금속 유치가 되었다니 너무나도 기쁩니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해주었으면 하네요.
80년대 후반 삼미항공 부품공장과 지금은 사천시로 가버린 공군 학교가 흥덕에 세워질려고 하였는데 시끄럽다는 이유로 당시 국회의원등이 매일같이 반대해서 물건너 가버렸죠..아마 학교 및 공장이 유치되였으면 3만명 정도가 되여있지 않았을까 의문이..최근 현대금속 부품공장이 들어서고 있으며 기숙사는 어떨지 모르겠군요..제 2의 도약이 이루어 질련지..
흥덕면에서 줄포방면으로 2km정도 가다보면 나오는 버려진(?) 활주로에 현대금속이 들어왔나보군요... 제 외가집이 그쪽 동네라서 어릴적 자주 지나다녔었는데 비행기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버려진 활주로... 이달말에 외가댁에 가면 다시한번 가봐야 겠군요...
사천에 들어섰던 공군기지가 원래 흥덕에 들어오려고 했었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유치가 되었다면 3만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과는 무척 다른 모습의 '읍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추측되는군요.
자전거님께서 말씀하신곳은 태양열발전소가 들어섰구요..현대금속은 선운산 톨게이트를 나와 좌측입구쪽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선운산나들목 좌측이면... 거의 부안면과 접하는 곳에 세워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