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바로 엊그제였는데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무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이 영 시원찮다. 이 가을, 서늘한 바람과 함께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보자. 요즘은 먹고 싶은 것은 맘대로 맛보는 세상이긴 하지만 제철에 나는 음식 먹는 것만큼 몸에 좋은 것이 있을까. 분명 제철 먹거리는 보약 한 첩이다. 그래서 제철 아니면 먹기 힘든, 그래서 몸에 더 좋은 가을바다의 대표 음식 대하와 전어는 놓치면 후회한다. 시흥시 월곶·오이도, 안산시 대부도·선감도·탄도, 화성시 제부도·전곡항·궁평리에선 지금 제 철 맞은 대하와 전어가 한창이다.〈약도 참조〉
탱글탱글 담백…혈기왕성 총각은 먹지 마라, 대하!
몸집이 큰 새우를 일컫는 대하는 신장을 보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양기를 북돋는다고 ‘본초강목’에 나와 있다. 한마디로 정력에 별 다섯 개, 매우 좋음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총각은 먹지 마라’는 지혜로운 말로 젊은 혈기를 다스렸나보다. 대하는 수분함량이 많고 단백질도 풍부하며 특히 맛이 좋은 것일수록 아미노산 함량이 높다.
9월부터 11월까지가 제 철인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하는 소금구이(3만5,000~4만원)가 제격이다. 넓직한 냄비에 굵은 소금을 깔고 펄펄 뛰는 대하를 발갛게 익혀 껍질을 까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탱탱한 살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하다. 별다른 조미료나 소스를 가미하지 않고도 천연의 맛이 일품인 대하는 진정 바다의 귀족이라 불릴 만 하다.
소금구이 외 살아있는 대하를 껍질만 까서 먹는 ‘오도리’는 달디 달아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오도리는 일본말로 살아있는 싱싱한 새우를 말한다.
대하는 성질이 급해 물 밖에 나오자마자 죽어버린다. 그래서 자연산대하나 양식대하는 살아있느냐로 구분하기도 한다. 맛의 차이는 날 것으로 먹는 ‘오도리’는 양식이 단 맛이 덜하고 구이로 먹을 땐 별반 차이가 없다.
아삭아삭 고소…집나간 며느리 돌아오다, 전어!
9월, 10월이 가장 맛있는 가을 전어는 봄에 산란하고 여름을 지나 가을에 살을 통통히 찌워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오죽하면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고 했을까. 또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도 있고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다.
전어는 청어과에 속하는 등 푸른 생선으로 15cm정도의 몸길이에 고소한 감칠맛을 지니고 있다. 주로 구이와 뼈째 썰어먹는 회(세꼬시), 무침으로 먹는다. 값은 2만5,000~3만원. 세꼬시는 살이 탱글탱글하고 뼈가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갖가지 야채에 초장과 무쳐먹는 매콤, 달콤, 새콤한 무침도 고소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전어는 연탄불이나 숯불에 구워먹는 구이가 최고다. 구이를 할 땐 전어 자체에 기름이 많아 따로 기름을 두를 필요가 없다. 전어에서 나오는 기름이 자글자글 끓으며 나는 고소한 냄새는 정말 집나간 며느리의 할아버지도 돌아오게 만들게끔 입맛을 돌게 한다. 바짝 구워 머리 째 먹으면 왜 전어 머리에 깨가 서 말인지 금방 알 것이다.
자연산과 양식은 전어 아가미 옆의 까만 점으로 구별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린 전어를 바다에서 잡아 와 가두리에서 키워 팔기 때문에 자연산과 양식의 구분은 쉽지 않다.
Tip 1. 칼칼한 칼국수·총각김치로 입가심
대하나 전어를 먹고 난 뒤 칼칼한 칼국수(5,000원)에 잘 익은 총각김치로 입가심하면 그득한 포만감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진다. 월곶과 오이도는 해물칼국수가 유명한데, 게, 새우와 각종 조개, 야채를 넣고 끓인 해물칼국수는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에 칼칼한 맛이 시원하다.
각종 조개를 푸짐하게도 넣어준다. 대부도와 제부도 쪽은 바지락칼국수가 유명하다. 바지락을 듬뿍 넣어 끓인 바지락칼국수는 담백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듯 하다.
Tip 2. 노을 지는 바닷가, 가을이 익는다
오이도, 대부도, 제부도, 탄도, 궁평리 등지는 갯벌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탄도는 물이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누에섬전망대와 사라져가는 어촌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자 세운 안산어촌민속전시관이 가볼만 하다. 오이도는 빨간색이 인상적인 등대전망대와 바닷가로 운치 있게 만들어진 산책로가 멋있다. 하루에 두 번 해할 현상이 일어나는 모세의 기적 제부도는 왼편의 매바위와 해수욕장, 오른편으로는 작은 포구와 나무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