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칼보다 강한 글의 위력
김윤선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대통령 대겠다고 소리를 질러 댔다.
국민들은 정신이 없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야 될지 국회의원을 개떼 들이라고 하니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 날이 갈수록 경제가 불안하고 하루하루 장사 하는 상인들은 비싼 점포세를 감당 못해 폐업을 한다. 권력을 등에 업고 국민의 혈세를 휴지처럼 날리는 위정자들을 보며 죄 없는 보통 사람들은 참담한 현장을 보고 있다.
평생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살아왔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꿈을 안고 사는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 앞길이 걱정이 된다.
삶의 최고 밑바닥인 시장에서 약 40년 동안 장사를 해 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거래를 해왔다.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으며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그래도 시장은 내 혼이 뿌리내린 곳이며 삶의 보금자리였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고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며 노후를 살고 있다.
내 혼이 묻어있고 평생 정든 자유시장을 잊지 못해 가끔씩 시장을 들린다. 재래 도매 시장은 늘 지방 사람들이 붐비며 활발하게 물건을 이고 지고 나가던 모습을 보아왔다. 그러나 요즘 시장은 경기가 없으니 게시판엔 점포세가 많이 나와 있다. 그래도 장사를 무사히 할 수 있는 것도 큰 다행으로 생각 한다.
약 20년 전 남편은 자유시장 에어컨 공사를 총 책임 맡고 밤잠도 못자고 열심히 하여 5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공사를 하려면 공채를 하여 건축사 자격을 가춘 사람이 거액의 월급을 받고 모든 것을 해야 하는데 남편은 자격증도 없는 전기 기사라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밀어붙여 엉겁결에 엄청난 공사를 떠맡게 되었다. 낮에는 점포들이 장사를 하니 밤에만 천정을 뚫고 공사를 해야 했다. 밤마다 남편은 일일이 그 많은 부속들 전선 줄 하나에도 부실 공사를 할까, 구석구석 따라 다니며 자로 센티를 재며 검열을 했다. 십 원 짜리 한 장 받지 않고 정성들여 시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한편으로 밉고 한편으로는 보기가 좋았다. 본래 성격이 꼼꼼한 남편은 행여 다른 사람이 맡으면 뇌물을 받고 부실 공사를 할까 염려가 되어 자신이 맡았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걸려있는 공사가 행여 잘못되면 총 책임을 져야 하니 걱정이 앞섰다. 남편은 신경성 위장병이 있어 늘 아프다고만 하며 가정은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혼신을 다 바쳐 시장을 위해 봉사 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주경야독을 하던 당시 밤늦게 학원을 마치고 오는 길에 시장 공사장을 들렀다. 행여 조바심에 현장을 가보니 천정에 스프링클러가 터져 물통을 수 십 개 줄을 새워 놓았다. 물에 빠진 강아지 모양 다 젖은 옷을 입고 줄줄 흘러내리는 물을 보며 책임감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용접하는 과정에서 불똥이 튀어 두 번이나 대형 화재가 날 번했다는 남편은 그토록 큰 감수를 하며 혼신을 바쳐서 약 5개월 만에 공사를 기적적으로 다 마쳤다.
공사가 끝난 후 업체에서 감사의 봉투를 주는 돈도 뜯어보지도 않고 경비 아저씨들에게 식사하라고 주었다. 그토록 정성을 들인 마큼 감흥을 하며 시장에 애정이 담겨 있는데 약 3년이 지나니 난데없이 시장 재건축한다고 신문에 보도가 되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 사무실에 항의를 하니 이미 허가를 다 받았다며 번영회 회장은 태연하게 말이라고 하고 있었다. 너무 기막힌 사실 앞에 발 벗고 나섰다. 남편이 어떻게 공사를 하고 건물을 지은 지도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서류를 자필로 만들어 상인들에게 알렸다.
“상인 여러분 우리 시장 재건축을 하겠다고 회장이 건축 회사 공모를 한다는 신문보도가 났으니 절대 반대를 해야 합니다. 만약 시장을 짓는다면 상인 모두 거리에 나앉아야 하고 다시는 우리 시장을 되찾을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합심하여 재건축을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급히 공고문을 작성하여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일층 이층 삼층 약 일주일 동안 백 집 이상 서명을 받아 밤잠 자지 않고 부산시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장사는 뒷전이고 가게도 비워놓고 온 정성을 바쳤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이냐며 강 건너 물 보듯 하고 있을 때 앞 집 태광 형님만 관심을 보이고 아무도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시장 모든 사람이 합심을 해야 하는데 모두가 남의 집 보듯 하니 혼자만 애가 탔다.
나의 간절한 편지를 받아본 시청 건축과 과장은 깜짝 놀라며 당장 전화가 왔다. 오늘 번영회 회장이 건축 허가 서류를 작성하여 왔다며 내일 쯤 허가가 날 것이라고 했다. 상인들이 모두 찬성 한 줄로만 알았는데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었다. 지난 날 다른 용건으로 받은 상인들의 서명을 아무도 몰래 몇 명과 짜고 납용을 했다고 한다. 자유시장 환경 비용 7천 만 원이 시청에서 나왔는데 그 돈도 반납을 했다고 했다.
나는 시장님에게 우리 상인 천 점포에 한 집에 다섯 명에서 열 명의 가족이 생사가 달려 있는데 허가를 해 준다면 상인들 모두 시청 앞에 가서 들어 눕겠다고 편지를 썼다. 조목조목 상세한 내용의 편지를 읽고 당장 허가 취소하겠다며 그 편지를 다시 팩스로 시장 번영회로 보냈다고 한다. 나의 깊은 정성이 엄청난 힘을 발휘 하였다는 것을 시장 상인들은 몇 명만 알고 있었다. 그 일로 번영회 회장은 자리에서 쫓겨났고 많은 건축회사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 짓지도 못할 시장을 재건축 한다고 신문에 났으니 많은 건축회사가 서로 다투어 공사를 따기 위해 거금의 뇌물 바쳤을 것이고 뇌물을 받은 사람들은 법정을 들락거리며 시장은 얼마나 소란스러웠을까, 그토록 부정행위를 하고 회장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또 우리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을 하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지금 정치판을 보면서 시장 번영회 회장과 꼭 같은 권력자들이 나라의 운명을 잡고 우지 좌지 하고 있으니 앞날이 걱정이 된다. 진정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이 설령 나선다고 해도 어떤 죄명을 만들어 떨쳐내는 것이 현실이다. 철새들처럼 유리한쪽을 살랑살랑 날개 짓으로 여기 붙었다가 저기 따라다니는 행위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달면 빨아먹고 쓰면 뱉어버리는 얄팍한 행위들이 사람의 정신을 망치게 한다. 글을 쓰는 문사는 엉클어진 길을 바로잡고 사회를 정화 시키며 맑은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쓸 수도 있지만 진실 앞에 거짓은 무릎을 꿇리도록 하며 결국 진정한 마음을 하늘이 알기 때문이다. 문사는 문사답게 삐뚤어진 곳을 바로 보고 바르게 행동을 하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얼굴에 가면을 쓰고 어깨에는 큰 감투를 매고 진흙탕 싸움으로 거짓이 판을 치는 정치판 보다 더 악취가 나는 글밭에도 삐뚤어진 일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하던 사람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 졌을 때 뜨거운 맛을 아는 것이 사람이다. 실타래처럼 얽히고 남의 눈치나 보며 거짓이 판을 치는 사회를 올바로 세상을 이끌어 갈 사람은 글을 쓰는 문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냉철한 눈으로 보고 지적하여 세상을 정화시키는 글밭이 되길 간절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