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즈라에 관한 서평이에염,,제가 썼구요~^^;;
새로나온 책은 아니지만,
성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지니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하네요~
한 번 읽어보시길~^^
80년대 들어와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풀뿌리운동이 일어났다. 스스로 ‘성전환자’임을 밝히는 이 운동은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었으며, 현존하는 젠더문화가 억압적이라는 의견의 세계적인 확산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현재까지도 암묵적으로 동의하여 온 ‘남과 여’라는 ‘두 개의 확실성’에 대한 성적 소수자들의 저항에 힘을 실어 주었고,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퀴어 영화제 역시 단순히 성적 소수자인 레즈비언과 게이를 다룬 그들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다. 이는 단순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축제가 아닌, 제3, 제4의 성에 대한 사회적인 용인과 함께, 남과 나의 ‘차이’에 대한 이해에 길들여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사회적 행사로 이해되고 있다. 이렇듯 사회 전반의 이분법적인 ‘남과 여’로만 구분되어지는 두 개의 확실성, 이제껏 세계의 성적인 틀을 지탱하고 있었던 이분법적인 성문화는 지금 ‘구조조정’ 중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곳곳의 노력과는 달리 우리 사회는 성문화에 대해 그리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한 단면으로 트랜스 젠더 연예인에 대한 방송프로그램과 방청객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을 볼 수 있다. 이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에 배타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그만큼 한국사회가 아직 문화적으로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다. 세레나 난다의 『히즈라』는 성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성적 소수자로 사회에서 배제되어 있는 타자에 대한 인식을 넓혀야 하는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나와 다르고 다수와 다르지만 엄연히 이 세상에 존재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할 때, 우리 사회 전체는 다양한 개성을 포용할 줄 아는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상을 여성에서 제 3의 성으로
서구 문화에서 성과 성역할은 ‘외부 생식기라는 신체적 특징’에 의해서 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기존 사회의 문화체계는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여자와 남자는 그 특성이 그다지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성/남성성을 극단적으로 양분하여 여자에게는 부드러움, 모성애, 수동성을, 남자에게는 강한 힘, 사회적 능력, 능동성 등을 강요해 왔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길들이기 위해 규정한 나약하고 순종적인 여성은 이제 명백히 허구임이 밝혀졌다. 또한 지배자로서 남성이 갖추어야 했던 남성성 역시 실제 남자들의 특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시몬 보부아르의 말처럼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키워지는 것이며, 남자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과 부합하여, 세레나 난다는 전통적인 남성의 특성과 거리가 먼 이른바 여성스런 남자들이 받는 사회적인 차별들도 모두 인위적으로 구성된 성별 이분법의 희생자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인간의 성적인 특성이나 자질이 사회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형성되고 클 수 있는 인도 사회를 고찰하며,(물론 서구의 영향으로 조금씩의 변질은 존재하지만) 사회의 규범 하에서 제 3의 성으로 규정되어 살고 있는 히즈라에 대한 이해를 촉구한다.
배제된 자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히즈라
인도사회 안에서 히즈라는 인정받는 제 3의 성임을 보여준다. 이는 크게 본다면, 인도 사회의 사람들이 히즈라를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히즈라가 사회 안에서 존재하기 위해 지녀야할 그들만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으로 히즈라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제 3의 성임을 이해할 수 있다.
히즈라가 ‘남성이 아닌’ 존재로서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그들의 성기가 성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거세의식을 받았다는 사실을 근거한 생리 구조적 관점뿐만 아니라, 자신안의 여성성 발견이나 여성에 대한 성적 욕망과 성생활을 단념한 존재라는 후천적 근거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그에 반해, 그들이 ‘여성이 아닌’ 존재로서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그들이 여성의 복장을 하더라도 그들의 행동이 진정한 여성의 행동과는 어긋난 과장된 행동양식을 지녔다는 점과 근본적으로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여성도 남성도 아닌 히즈라의 존재를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신화에 근거해 인도사회의 사고관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시바신과 히즈라의 동일한 것으로 보는 관점에 대한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서 제 3의 성들이 음성적으로 존재하는 서구와 비교하여 볼 때, 이러한 사람들의 존재 인정은 히즈라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뚜렷이 부각시킨다.
히즈라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히즈라의 역할이 인도 문화에 매우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이다. 첫 번 이유에서도 언급했지만, 히즈라를 시바신과 밀접하게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인도사회는 그들에게 의례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였다. 이는 히즈라에게 의례 수행자라는 역할을 부여함과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위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서구에서 남성과 여성, 그리고 이성애만을 인정하고, 그 외의 경우는 모두 정신병으로 인식하고 그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철저히 타자화 시키는 모습과 상반된 것이며, 인도 사회 내에서는 히즈라가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제해서는 안 될 인간으로서의 히즈라
세레나 난다는 책을 저술하며, 히즈라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기록하고 정의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이는 인간의 성에 대해 다양성을 주장하듯이 히즈라의 개개인의 삶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과, 윗 문단과 같이 정의한 히즈라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인식할 수 있다. 사실, 히즈라가 의례수행자라는 전통적인 일을 하고 있는 자라고 문화적으로 정의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히즈라가 의례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대부분이 선천적인 남녀양성구유자가 아닌 거세의식을 통한 만들어진 히즈라라는 점, 매춘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점 등을 보이며, 히즈라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과 멀어진 존재로서의 히즈라는 사회문화적으로 복잡한 특징을 보이는 인도의 사회에서 문제시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세레나 난다는 개인적인 변이성이 사회 안에 인정받는 히즈라 문화의 문맥 내에 놓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히즈라 문화의 규범을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그리고 까믈라 데비, 미라, 수쉴라, 살리마라는 4명의 히즈라의 삶을 자세히 맥락에 따라 조명하여, 기존의 히즈라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서의 히즈라가 아닌, 히즈라를 넘어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이는 히즈라들의 사회에서 배제되서는 안될 인간으로서의 면을 부각시켜, 그들을 사회 안에서 이해하고 포용해야함을 드러낸다. 특히 히즈라들에게, 사회 안에서 적응해 나가는 그들 나름의 규범(사회에서 규정하여 준 것이 아닌)이 존재하고, 또한 수도자로서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히즈라라는 이상적인 자기 개념이 인생단계의 지향점으로 존재한다고 히즈라들의 사고 체계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그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이미 인도사회 안에서 확보하였고, 또한 그것이 확보되어야 인간으로서의 히즈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성 범주에 대한 재고를 통한 다양화된 사회 모색
자연계에서 개체수가 적은 생물을 우리는 적극 보호하고 그 멸종을 우려한다. 한 종이 사라질 때마다 생태계의 균형이 허물어지며, 결국 전체 생명체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종의 생명체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전체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든다. 인간사회 역시 이와 다를 바 없다. 60억의 사람들이 각각의 개성을 발휘하며 자유롭게 살수록 그만큼 사회는 더욱 풍요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일반화는 꺼리는 인도의 제 3의 성을 인정하는 문화와 달리 우리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한 가지 특성으로 인성을 규정짓는 관념에 사로잡혀, ‘남과 여’ 극단적으로 이분화된 성범주만을 지닌,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한 가지 특성으로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사회에 살아 왔다. 즉 자신을 비롯한 다수의 의견만을 가지고, 소수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타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회에서 살아온 것이다.
세레나 난다는 히즈라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인 성과 문화적인 성을 이분법적이고 귀속적인 그리고 영속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보편적인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고, 인도의 히즈라를 중심을 오만의 한에쓰나 모하브족의 아리하 등 서구의 이분법적인 사고체계에 영향을 받지 않은 다른 문화들을 검토함에 따라, 문화적으로 다양한 성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이에 우리는 성 범주에 보편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남과 여’가 아닌 ‘제 3, 제 4의 성’을 지닌 기존의 개념과 다른 타자에 대한 이해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오늘, 우리 사회가 타자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세레나 난다의 히즈라 연구는, 여러 가지 사회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타자를 포용하여 우리 사회의 인간적인 삶의 범주를 개방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넓혀 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확인하게 한다.
참고 문헌 - Sabrina Petra Ramet, 『Gender Reversals and Gender Cultures』, 1996
- 한국산업사회학회, 『사회학』, 1998
- 인터넷에서 뽑은 자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