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2일 경향신문 경제와 세사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조세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번 연말정산 결과 봉급생활자는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 불만이 대단하다. 정부와 여당은 소급입법을 통해서라도 세금을 줄여줄 모양이고, 야당은 지난 해 세법 개정에 동의했기 때문에 어정쩡한 입장이다. 한국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복지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이든 증세가 필요하다. 이번 담배세 인상도 정부가 겉으로 뭐라 해도 조세수입의 확대가 목적이다. 이참에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증세를 포함, 조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보자. 한국의 조세제도는 간단한 경제논리와 상식으로만 보아도 부실하고 잘못된 부분이 많다. 조세에 대해선 비전문가이지만 논의의 시작을 위해 간접세, 법인세, 소득세의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간략히 제시해 본다.
첫째,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등 간접세의 경우 세율은 미국․일본보다는 높고, 유럽국가들 보다는 낮아 중간 수준이다. 간접세의 세수 비중은 OECD 평균보다 조금 낮다. 간접세는 이번 담배세 인상과 같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징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세율이 유럽 국가에 비해 높지 않아 인상하려는 유혹이 많다. 그러나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와 통일 등으로 인해 미래에 거대한 재정수요가 있다. 간접세 인상은 이러한 때를 대비해 남겨두어야 한다. 지금 재정상황이 조금 좋지 않다고 손쉬운 간접세 인상을 선택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과 같다. 취업난과 높은 집값, 집세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젊은이에게 염치없는 일이다.
둘째, 법인세의 경우 세율은 공제 등을 감안한 실효세율 기준으로 OECD 가입국 중 낮은 편이나, 세수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보다 조금 높다. 이는 2000년 이후 기업소득이 경제성장률 보다 4-5%p 빠르게 늘어나 법인세 과세 대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법인세 최고세율이 22%로 소득세 최고세율 38% 보다 크게 낮아 사업이 잘되는 개인사업자가 법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법인세는 정부 주장대로 기업의 세금 부담이 큰 것이 아니라, 세율은 낮고 과세대상 소득이 많은 것이다. 법인세의 공제항목 축소나 세율 인상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된다.
셋째, 근로소득세․사업소득세 등의 소득세는 문제가 복잡하고 구조적이다. 소득세 최고 세율은 38%로 OECD 가입국 중 중간 수준이나, 소득세 수입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의 절반 정도이다. 여기에다 근로소득자와 개인사업자의 40-50%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이는 부실한 조세제도에다 경제 구조적 문제가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먼저 한국은 분명한 소득이 있는데 이유도 없이 세금을 걷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임대소득이다. 주택임대소득은 연간 50조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나 비과세, 과세 유예 등을 통해 거의 세금을 걷지 않는다. 이자나 배당소득세 정도만 세금을 걷어도 연간 7조 원 이상을 더 걷을 수 있다. 이외에 1주택자의 양도소득, 소액주주 주식양도차익, 종교인 소득 등도 비과세 대상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소득세 제도는 법에 열거된 소득만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어 새로운 형태의 소득과 뇌물 등 음성적 소득, 불법적 소득 등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다. 반면 미국 등 소득세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명시된 비과세 소득을 제외하고는 모든 소득이 과세대상이다. 즉, 범죄 등 불법적으로 번 돈이건, 뇌물이건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 조세기반이 넓고 소득세 수입이 많다. 여기에다 한국은 소득세 납세대상인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은 2000년 이후 경제성장률 보다 낮게 증가한데다, 양극화가 심하여 소득세의 납세대상자와 세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제대로 된 조세제도는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이다. 박근혜정부는 국가개조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조세제도는 부실하고 정의가 크게 부족하다. 조세제도의 개혁 없이는 문제가 많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편도 실효성이 없다. 그리고 봉급생활자의 세금은 철저히 걷으면서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관대한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잘하고 있는 소득세 포괄주의는 왜 검토조차 하지 않는지도 꼭 풀어야할 숙제다.
첫댓글 세금 많이 내는 사람들이 존경받는 시대.. 곧 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