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의 공격을 계속 피하고만 있다.
쉴새없이 공격을 하는 바람에 막아낼 새도, 그리고 반격할 새도 없다.
리나와 가우리, 제르가디스, 그리고 아멜리아는 덩달아 고생이다.
덕분에 세이룬의 축제는 더욱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계속 이렇게 도망만 가야 하나요, 채아님..??"
"그럼 어쩌겠어~ 틈을 줘야 공격을 하지~"
"해왕님에게 썼던 공격은 안 되나요..??"
"그것도 시간이 필요하다구...."
게다가 지금 하늘은 원상태의 색으로 회복이 되었다.
그러니까 기운을 끌어들이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그리고 그 공격....
명왕도 봤을 터이니 명왕 정도의 스피드면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왕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당한 거니까....
아무튼, 피브리조 녀석.....
진짜 변덕쟁이라니까..
"계속 도망가고만 있을 건가, 적야왕!!"
"네가 시간을 줘야 공격을 하던말던 할 거 아냐!!!"
"시간...?? 그렇다면 필요없겠군. 싱겁긴 하지만 여기서 죽어라!!!!"
계속 명왕의 공격이 퍼붓어지는데 이제 도망갈 곳도 없다.
앞에는 막다른 길이 턱 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 진짜 최악의 상황이군..."
그 때 나타난 것은 비화님.....
"그만 둬라, 피브리조."
"비화...??"
"저번에 나한테 죽을 뻔한 걸 잊어버렸나보군...... 내 소중한 사람을
또 없애려고 하다니.... 이번엔 확실히 혼돈으로 가고 싶은가!!!"
"그, 그건......"
"그렇지 않다면 여기서 돌아가라. 어서!!"
"어쩔 수 없군......."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버리는 피브리조..
하긴.... 그 때도 비화님이 피브리조를 뛰어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혼돈 속에서 계속 지내다보면 힘을 더 갖게 되기
마련이겠지......
하지만, 지금 피브리조가 도망갔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수왕궁으로 돌아가기엔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겠고...
계속 도망다녀야 하나...??
아니면 혼돈 속으로 가서 비화님과 그 분과 함께 조용히 살아야 하나..
아니, 그렇게 혼돈 속에서 있기엔....
아직 내가 못한 일이 너무 많은데.......
"비화~~!!"
"리나~~! 정말 오랜만이야~~"
"더 멋있어졌는 걸~"
"어! 안녕, 비화~"
"정말 오랜만이군..... 변한 게 하나도 없네.."
"그러게요, 비화 언니~~"
리나 일행들이 모두 비화님을 반겼다.
아, 그래......
저 인간들하고 비화님은 서로 잘 아는 사이였지...
"그건 그렇고.. 채아, 어떻게 하겠어..? 아무래도 나랑 같이 혼돈으로
가야겠지..??"
"아, 그래야 하겠지만....... 전,,, 아직 못한 일이 많아요.. 할 일이
남았거든요....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건 위험할지 몰라도.."
"......알았어, 그 대신 위험할 때는 내가 바로 달려갈 거야. 그건
괜찮지??"
"그럼요~"
"제로스는 어떻게 할 건데..??"
"아, 여기 온 이상... 채아님을 보고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거죠..
채아님과 동행하겠습니다."
"아, 제로스~~ 꽤 인간다운 말을 하는데~~"
옆에서 리나가 거들었다.
"리나는 어떡할거야??"
"나도 이걸 보고 모른 체 할 수는 없지만... 나도 할 일이 있어서~"
"할 일...??"
"으음..... 가우리랑 결혼 준비~~"
쑥쓰러운지 얼굴이 약간 붉어져서 말하는 리나..
아.. 그래......
그 때 저 제르가디스란 남자가 한 달 뒤에 리나가 결혼한다고 그랬었지..
나도 모르게 제로스의 안색을 살폈다.
역시 별로 안 좋아보인다.
항상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표정관리가 안 되는 걸 보니.....
한참 뒤에는 그냥 고개를 숙여버린다.
빨리 저 녀석들을 보내버려야겠어..
"아~ 그렇다면 리나는 따로 갈라져야겠네~~ 그럼, 안녕~~"
"뭐가 그렇게 급해?? 그럼, 난 간다~~ 채아랑 제로스 둘 다 몸조심
하라구~~ 헬마스터 녀석 성격 더러운 것 같으니까.. 그럼~"
리나 일행과 헤어지고 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제로스에게 물었다.
제로스의 발밑에는 자꾸 동그란 물방울들이 그림을 만든다.
"울고... 있는 거니...?"
"아, 채아님.. 아닙니다....."
"됐어, 다 아니까 숨기려 하지 않아도 돼..."
"죄송합니다...."
"저기... 제로스......"
"네..."
"........내가... 대신하면 안 될까..?"
"........!!......"
"내가....... 비워진 네 옆자리를 채우고 싶은데.... 안 되니...?"
"채아님....."
".............."
"죄송해요.... 저는........ 리나님이 아니면......"
".......에이~~ 장난 한 번 친 거 가지고 왜 그렇게 심각해져??"
"장난..이요??"
"그래~~ 자! 그럼 가 볼까?? 어디든 좋으니까 피브리조 피해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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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그래... 내가.. 너를 잊어볼게.. 노력해볼게...---------
이별...풍경이라.....
보통 비가 내리고....
어두컴컴한 구름들이 하늘을 가리겠지....
언제나 조용하던.. 언제나 말이없던.. 너는 내게... 모진 말도 못 하잖니
하지만, 내 이별은 좀 더 다를 거야....
조금 더 비극적이고.....
조금 더 가슴에 남을.......
붉은 밤이 되겠지......
-------미안하단... 용서하란.. 말은 다신.... 하지는 않을게....-------
그리고 보통....
눈물을 흘리겠지......
눈물을 흘리면서...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기겠지......
어떤 말을 해도.. 어떤 것을 해도.. 너는 다시.. 돌아올 수가 없잖니....
하지만, 난......
너를 잃은 슬픔에 눈물 따윈 보이지 않을 거야..
난 다르니까.....
그리고 그럴 수도 없는 높은 위치에서 강해져야 하니까...
난......
그 자리에.....
내가 사라진... 영원한 붉은 빛을 남기겠어.....
눈물 대신..... 붉은빛을.....
------이제 내게.... 더는 내게... 조금의 희망도 없겠지만.....--------
모두들 그러겠지....
그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거나.....
아니면 계속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지....
그렇게 자기 자신을 더 바보로 만들겠지.......
-----말했잖아.. 다 알잖아.... 사랑해... 소용없겠지만.. 사랑해...----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을거야.....
미워하는 일도.... 그리워하는 일도... 절대로 없을 거야.....
난....... 깨끗이 잊고 다시 시작하겠어...
다시 그를 사랑하는 일이 되더라도....
모든 일의 미련을 버리고 다시 사랑할 거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제 네가.. 저 문을 열고.. 나간 후엔... 못 보게 될텐데....-----
다들....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겠지......
다시 그 사람에게 다가설 용기가 없으니까......
사랑의 치유는 또 다른 사랑이라고들 하며...
다른 사랑을 찾아가겠지....
그리고 또 다시 같은 이별을 되풀이하겠지......
내가 먼저 일어설게.. 더 이상 홀로 남겨지는 건 싫어.. 견딜 수가 없어.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100년이고, 1000년이 지나도..
언제나 너만을 사랑할거야......
너에게서 같은 이별을 되풀이하는 건 괜찮아....
또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으로 사랑하면 되니까....
너라면 괜찮으니까...
너라면 모든 게 가능하니까....
------이제 내게.... 더는 내게...... 조금의 희망도 없겠지만....------
--------말했잖아.. 다 알잖아... 사랑해.. 소용없겠지만.....----------
-------다시 한 번.. 단 한 번만.. 단 하루만이면 괜찮은데.....--------
-------못 다한 말... 못한 사랑.. 다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랑해..... 가끔 아주 가끔씩.. 내가 떠오를 때면....---------
----------쉽게 날 찾을 수 있게... 여기 있을게.........--------------
------고마웠어.. 네가 있어.. 너무도 행복했었어.... 미치도록...------
-------사랑했어.. 사랑했어.. 그래서..... 더 아프겠지만......--------
----------------------------안.....녕-------------------------------
절대 잊지마.....
내 마지막 인사인 안녕이란 말은...
끝을 알리는 게 아닌, 이별을 알리는 것도 아닌.....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거니까....
원래부터 내 눈은.....
한 사람을 보기 위해 만들어졌고..
원래부터 내 입은...
한 사람에게만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만들어졌고...
원래부터 내 발은....
한 사람만을 쫓아가기 위해 만들어졌어.....
영원한 짝사랑으로 끝나도....
영원한 이별으로 끝나도.....
난 계속 해서 다시 너를 사랑할거야....
이것만은 꼭 기억해줘.....
너는 날 바라보지 않아도.....
나는 너만을 언제나 바라보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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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려고.. 가지려고.. 가져보려고... 무던히.. 원하고 바랬죠...]
언제나.... 모든 질문을 '비밀입니다.' 로 압축하면서..
항상 당신의 뒤를 밟았죠...
당신의 옆이 아닌.....
항상 당신의 뒤를.......
[잠시라도.. 그대 곁에 있는 내 마음.. 모른 척.. 내 것이라 믿었죠...]
항상 그렇게 나 혼자만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지금까지 살아올 수가 없었을 테니까요.....
[웃는 그대 얼굴을 한참 못 본 후에야.. 알았죠. 더는.. 어려운 일인 걸]
제르가디스씨에게...
우연히 당신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 그 날....
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죠....
이렇게 헛된 내 믿음만으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갖지 못한.. 그대 마음이.. 못내 서러웠지만.... 보내야했죠......]
이미 너무 늦어버렸죠....
이미 당신은 사랑이 누군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용기가 나질 않았죠....
내 마음을 말할 시간은 이미 떠나버렸죠....
[사랑이란.. 못된 이유로.. 그대 맘을 잡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 알죠.]
너무 늦어버렸어요....
이제 다시는 당신의 맘을 잡지도, 보지도 못하겠군요.....
그렇다면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잊으려고.. 잊으려고.. 잊어보려고.... 여전히.. 입술을 깨물죠...]
그래요....
잊어보려고...
내 힘으로 잘 되지 않아서 아무도 몰래 수왕님께 부탁을 했다가
혼이 났죠.....
하지만, 내 힘으론 할 수가 없어요......
모진 모습만 기억해내려 하지만..
그런 건 이미 잊으지 오래인걸요...?
따뜻했던 모습만.....
잠깐이었지만, 내게 지어주던 그 미소만.. 기억이 나는걸요......
절대 잊혀지지 않는걸요....
[하루라도.. 그대없이.. 살아보려고.. 아닌 척.. 웃어보이곤 하죠.....]
그래서 항상 더 웃으려고 노력했던 거에요.....
그럼, 아무도 모르잖아요..?
내 맘은 내 맘 밖에 모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떡하죠.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아서.. 눈이 시리도록 보고 싶은데]
한 번...
아니.. 단 1초만이라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한 번만 내게 짓는 그 미소를 보여주세요....
이제 볼 수 없게 되어버린..
내게 주는 당신의 미소를.... 한 번만이라도 보여주세요.....
이렇게 마음 속으로 외치고 또 외치지만....
당신의 미소는 언제나 그 금발머리 남자에게만 가 있네요.....
[바보 같은.. 나는 이대로.. 사랑했던 순간만 기억해내고......]
잊고 싶은데...
잊혀지질 않는 걸 어떡하나요...?
그래도 상관의 명령 없이는 맘대로 사라질 수도 없는 난.....
앞으로 어떡해야하죠...??
[내 마음도.... 그대 마음도... 모두 잃어버린 채.. 아파하네요.......]
마족으로서 금기된 것인데도.....
이제 그것을 차단하기엔 너무 늦어버렸죠...
나조차도, 그리고 수왕님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죠....
용기 내서......
한 번... 말해볼까요..?
너무 늦었지만...... 한 번 말해볼까요...?
[눈물도.. 기다려보겠단 말도..... 보낼 수 없던 나를 모르죠....]
[변해버린 건 그댄데....... 왜 내가 미안할까요....]
[갖지 못한... 그대 마음이.... 못내 서러웠지만 보내야죠......]
[사랑이란.... 못된 이유로.... 그대 맘을 잡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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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야왕께서 이제 고백까지라...... 로드 오브 데스티니가 그렇게까지
나와도.... 내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처지가 못 되겠군 그래...
앞으로 두고 보자고, 채아 레보아..."
그렇게 제로스와의 여행은 계속 되었다.
여행한지 아마 3일도 안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3일 동안 아틀라스 시티라는 한 도시에만 머물러 있다.
말이 한 도시지.....
정말 볼 것도 많고, 넓어서! 3일동안 이 곳에서만 지내고 있다.
몇 일동안 경험해 본 것인데, 인간 세계는 우리 아스트랄 사이드 쪽보다
더 넓고 볼 것도 많은 것 같다.
한 마디로..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인 곳이란 말이지~
뭐, 그래도 인간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 하지만...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 또 소란이 벌어진다.
도대체 인간계는 왜 항상 이런지....... 라고 생각했지만, 서로서로
싸우는 게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명왕이.... 온 도시를 다 휘젓고 다니면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를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서 피해야 할 텐데...
정신세계 쪽으로 도망치기엔.. 더 찾기 쉬울 것 같고.. 어쩌지??
"어떡하죠, 채아님?"
"아.. 골치 아프군.... 일단은, 구석진 곳에 숨어있자구."
집들이 많이 들어서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
끈질긴 녀석이야... 비화님이 직접 오셔서 경고까지 주셨는데......
진짜, 인간계에서 조용히 있다가 잠잠해지면 혼돈에서 살려고 그랬더만..
그렇게 되면 자기나 나나 좋은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크게 방해될 것도 없고......
누가 자길 잡아 죽인댔나..? 참, 이해가 안 되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에 명왕이 우릴 발견해 버렸다.
역시 숨어도 소용없군......
믿져야 본전이라고.. 한 번 해 본 건데......
"그런 곳에 숨어있다고.. 발견 못 할 줄 알았나, 적야왕..?"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한 번 해 본 거지, 뭐.. 그런데... 무슨
용건으로 또 온 거야??"
"그건 저번에도 말했을텐데....."
"글쎄, 난 혼돈에서 조용히 살거라니까!! 그럼 방해될 것도 없잖아~!"
"조용히 산다...... 과연 그게 쉬운 일일까...?"
"뭐가!! 그렇게 되면 너나 나나 좋은 거 아니야??"
"일단은 그렇게 치더라도.. 앞으로 일은 어떡할건가...?"
"무슨 앞으로 일?"
"내가 네 감정을 알아챘다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텐데...."
감정...? 그러면......
그 때 제로스한테 했던 말을...
피브리조가 알고 있다는 소리인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군....
"웃기는군.. 내가 정말 그랬다고 생각하나..? 단지 장난이었다고
말했을텐데......."
"장난...? 네 붉은 눈빛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붉은 눈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라는 말에...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지극히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수다가 길어진 것 같군.. 그럼, 시작해 볼까..? 단 한 명만 살 수 있는
멋진 게임을 말이야....."
-------------------------------------------------------------------
..
명왕과 싸운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마을 전체는 폐허이다.
나나 제로스나.....
지금 명왕에게 단 한 번도 손대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다는 말이다.
너희들도 생각을 해 봐라!!
명왕이 그렇게 만만한 상대인지!!
만약에 잘못 공격했다가 도리어 당하는 수가 있다.
그러니까 항상 조심!! 아.. 이런 말 이상하군...
계속 쓸데없는 말을 하던 도중에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진짜 최악의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무작정
공격해볼까....??
"이제 정말 어떡하죠, 채아님..?"
"침착해야 돼.. 아무래도 무작정 공격하는 건 안 되겠어.. 제로스,
넌 우선 정신세계에서 기회를 노려. 지금 여기 상황은 내가 어떻게든
해 볼테니까.."
"채아님......"
"어서, 빨리!"
"네, 알겠어요."
제로스는 사라졌다.
아무래도 피브리조는 아직 눈치 못 챈 듯 하다.
지금 피브리조의 관심은 오직 나에게만 있으니까....
어떻게든 나를 없애봐야 속이 시원하겠지...
"제로스 녀석은 어느 새 제 자리로 돌아간 모양이군.. 수왕이 제로스를
한참 찾던데..... 나한텐 잘 된 일이야.. 여기서 어떻게 할 텐가,
적야왕...? 설마 이제 와서 잘못 했다면서 비는 건 아니겠지...?"
"내가 너 같은 줄 아는가 보군, 피브리조.. 너보단 실력이 덜 할지는
몰라도.. 적야왕이라고 불리는 나를 그렇게 우습게 보면 안 되지~"
"그럼 어디 볼까..? 적야왕의 실력을 말이야..."
나는 손에 마력구 하나를 쥐었다.
이런 게 명왕에게 통할 리가 없지만......
일단은 여기저기 공격을 해서 명왕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기회를 봐서 제로스가 반격할 거니까,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명왕에게 틈을 만들어서 이 자리를 빨리 피해야 하니까..
나는 손에 든 마력구를 해방시켰다.
그리고 같은 것을 여럿 만들어 폭발시켰다.
그 후에 뒤돌아서 도망치려고 하는데, 역시 헬마스터답다.
엄청난 스피드 때문에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다.
"사라져라, 적야왕."
"꺄아앗~!!!!!!!!"
명왕의 공격을, 그것도 가까이서 정통으로 맞았다.
몸 속에서 공격이 발동하는 것 같아서 더 견딜 수가 없다.
예상은 했지만, 오래 못 버틸 것 같다.
하지만, 그 잠시의 틈을 놓치지 않고 제로스가 공격을 가했다.
"으윽..... 이 녀석..! 어디 갔나 했더니......"
그리고 나도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아픔을 참고 공격했다.
빨리 끝내는 게 좋을 듯 해서 일부러 엄청난 걸로~
"미안하지만........ 사라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것 같군, 피브리조........"
"그, 그런......"
하늘이 온통 붉은빛으로 바뀐다.
그리고 나는...
한 손으로는 몸을 지탱하고, 한 손으로는 엄청난 마력구 하나를 들고
그것을 해방시켰다.
그리고 그것만으론 사라지지 않을 녀석이라는 것을 알기에 곧바로
해왕에게 썼던 나의 비밀 공격!!
하늘에서 바늘비 뿌리기!!
어째 명칭이 좀 유치하군......
아무튼!! 곧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아아아악~!!!!!!!!!!"
그렇게 또 한 번의 최후를 맞게 된 피브리조....
잠시 후, 하늘은 개었다.
물론..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꼴이 되었지만...
조금은 미안하군, 그래...
"괜찮으십니까, 채아님..?"
"아.... 난 괜찮아........."
"아무래도 돌아가셔야겠어요.."
"아, 그래.... 그래야겠어........"
그렇게 다시 수왕궁으로 돌아갔다.
물론, 수왕궁에는 조금만 머물다가 다시 비화님께 가긴 했지만...
아, 다친 곳은 어떻게 됐냐고...?
물론 3일만에 회복했다!
날 우습게 보지 말라구~~
조금 더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있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리나의 결혼식이라는 날이 별로 안 남았군, 그래..
제로스 녀석은 어떻게 할 건지..
도대체 감을 못 잡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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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을 훌훌 흘러갔다.
제로스와는.......
잘 지내고 있다, 예전처럼......
그 때 장난이라고 했던 말........
사실 난 진심이었는데 더 힘들게 하기 싫어서 그냥 모른 척 덮어두었다.
나..?? 난 어떻게 지내냐고..??
명왕 녀석도 없고 그래서.......
명왕궁에서 죽치고 있지, 뭐... 헤헤헤.....
솔직히 명왕 녀석이랑 놀면 재밌었는데.....
비화님께서는 아직 특별한 연락이 없으시다.
그러시겠지......
지금 혼돈 속에서 명왕과 해왕이.......
흐흐..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둘이 어떻게 하고 있을지.....
그러고 보니......
리나의 결혼이 오늘이나 되던가...?
제로스 녀석한테나 한 번 가 볼까..??
"제로스~~~"
"아, 채아님..."
어딘가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제로스..
계속 수왕 심부름 때문에 고생하다가 오늘은 왠 일이라냐~
"어디 가??"
"리나님 결혼식에요..."
"아~! 오늘이 리나 결혼식이 맞았구나~! 근데... 정말 갈려구...?"
"가야죠....."
"나도 같이 가~"
"네??"
"왜?? 안 돼??"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뭐야??"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같이 가시죠....."
OK~! 제로스 녀석 혼자 보내기에는 걱정 되서 안 되겠다.
가기는 싫지만, 제로스를 생각해서 그냥 가 줘야지~
생각보다 결혼식이라는 것은 정말 화려했다.
특히, 신부가 입는 드레스라는 것은 반짝반짝 빛이 나게 예뻤다.
제로스와 나는 먼저 '신부 대기실' 이라고 쓰여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리나님."
"제로스?? 그리고 채아?? 여긴 왠 일이야??"
"축하해 드리러 왔죠.."
"아~ 그래?? 정말??? 고마워~"
"난 아니야, 그냥 따라온 것 뿐이야."
".....뭐, 어쨌건 고마워."
잠시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금방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걸 보니
좋긴 상당히 좋은 모양이다.
"가우리한테 한 번 가 봐. 그 녀석 멍청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또 다시 우리는 '신랑 대기실' 이라고 쓰여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게 무슨 말이고, 무슨 뜻인지는 모르니까 물어보지 말아라..
"가우리씨."
"어? 제로스?? 그 꼬마는......"
"또 생각 안 나는 거야, 가우리...?"
옆에서 거들고 있던 제르가디스라는 사람이 말했다.
"누구였더라...?"
"채아.... 예전에 제로스가 데리고 왔던 꼬마.."
"아~! 그래그래... 조금은 기억 나는 것 같다.."
조금은... 이라..... 멍청함의 극치를 달리는군....
그리고 저 녀석이 말한 말 중에 꼬마라는 말이 상당히 맘에 안 들어..
"좀 있으면 시작이다.. 가우리, 떨지 말고 잘 해."
"아, 알았어..."
또 다시 우리는 넓고, 사람이 많은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인간들이 바글바글... 으.. 싫어....
제로스는 쉽게 앞자리를 잡았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이상한 음악과 함께 결혼식이 시작되는 듯 싶었다.
"신랑.. 입장!!"
되게 느리게도 나온다..
빨리빨리 좀 나오지.. 갑갑하구만....
"신부... 입장!!!!"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리나의 모습은 정말 예뻤다.
항상 저렇게 하고 다니면 누구든 반하겠다.
하지만, 성격이 영.....
그렇게 결혼식은 시작되었고, 앞에 있는 사회자가 계속 뭐라뭐라하다가..
이제 마지막으로 묻는 듯 싶은 질문이 나왔다.
"신랑 가우리 군은 신부 리나 양을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네."
"신부 리나 양은 신랑 가우리 군을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그런데 리나가 대답하기 전에 갑자기 제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꺼냈다.
"리나님....."
"뭐, 뭐야.. 갑자기....."
"저도 리나님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왜.. 왜 모르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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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제로스의 고백....
갑자기 한 행동에 나도 적지 않아 많이 놀랬다.
어쩌면......
결혼식장에 오자고 한 것도 고백을 한 번 해 보려고 온 걸지도 몰라...
"제, 제로스......."
"저는 안 됩니까...?? 그렇게 항상 뒤에서만 있는 저는 안 되는 겁니까?"
"..........."
"리나님........"
"......... 나로서는 .......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하면 너희들 마족이 이해가 갈까....?"
너희들 마족.......
그렇다면.......
하나의 남자로 제로스를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말이군.....
"내가 가우리를 사랑하게 된 것은... 너희들이 말하는 그 분, 금색의 왕.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가 미리 정해놓은 것이라고 말이야...."
"........!!!!!........"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가 미리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걸 바꿀 수도 없고, 깨뜨릴 수도 없어.. 그건 나 자신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난 가우리와 만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되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솔직히 그렇게 말해버리면 우리들은 할 말이 없다.
모두 맞는 말이니까......
하지만...
난 여기서 만큼은 그냥 이성적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나도 이미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저런 말 따윈 통하지 않아...
"그런 말은 소용없어, 리나... 어째서!! 어째서 넌 저 인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그런 말로 돌리지 말고, 네 맘을 말해!!
그런 말로 떼어놓으려 하지 말고, 솔직히 말하란 말이야!!
어째서 제로스는 안 되는데!! 어째서!!!!!!!!!"
"채아님... 그냥 가요.. 어서요......"
"여기서 포기하지 말라구, 제로스!! 왜 항상 그래!! 왜 항상 그렇게
뒤에서만 있으려고 하냐구!!!!"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들지 말자구요.. 지금 우리들이 마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소란스러워졌으니까요... 그럼...
행복하십시오, 리나님.........."
그렇게 또 제로스에 의해 강제로 돌아오게 되었다.
답답해........
왜 자꾸 포기하려는 건데......
그렇게 아팠으면 됐지.....
왜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껴안고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바보같이 있는 거냐구....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제로스는......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보지는 못 했지만......
나도 내 자신을 진정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조용히 명왕궁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한 번 제로스를 찾아가보려고 한다.
괜찮을까........?
그 때.... 별로 괜찮아 보이지는 않았었는데......
"제로스... 안에 있니..?"
아무 대답이 없길래 조용히 수왕의 방으로 들어가려던 참에..
놀라운 말을 듣게 되었다.
"수왕님.... 절 소멸시켜 주십시오..."
문틈에서 새어나오는 말을 그냥 들어가지 않고 조용히 들어보기로 했다.
지금 이 상황이 소란 피운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저런 부탁을 한대도 수왕은 쉽게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제로스...... 그게 무슨 소리냐..."
"제발 부탁입니다..... 소멸 시켜주세요......"
"그...... 리나라는 인간 때문인 거냐...?"
"..............."
"설마 벌써 여기까지 오리라고 생각은 못 했지만.... 그걸 알았더라면
이 전에 막았어야 하는건데......"
"막아도... 저는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소멸을 원하느냐...?"
"....... 네 ........"
"본인이 그런다면........ 어쩔 수 없지......."
잠깐 제라스!!
그게 아니잖아.....
뭐 잘못 먹은 건가...?
왜 그렇게 쉽게 들어주는 거지...??
너한테......
제로스 녀석은 신관이라고 해도 아주 소중한 존재잖아.....
그런데 어째서......
"네가 스스로 원한 일이라서 들어주는 것이다.... 나도 너를 잘 알기에
이렇게 쉽게 들어주는 것이야.. 후회는....... 없겠지...?"
"물론....이죠........"
"잠깐 수왕!!!!!!"
안 되겠다 싶어서 끼어들었다.
정말 소멸시킬 작정인가....???
다들 미친 거 아니야???
"뭐냐, 적야왕."
"지금 뭐하자는 거야..... 정말 소멸시킬 작정이야?? 너 잠깐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아니.... 난 멀쩡하다.. 다만....... 제로스가 원하는 것이니 들어주는
것일 뿐......."
"제로스가 원하는 거라구...?? 제로스가 정말 원하는 게 소멸이라는
거란 말이야?? 말도 안 돼.. 제로스가 원하는 건 리나라구!! 그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구!!!"
"채아님...... 리나님이 아니면 안 되서..... 그걸 원했는데 가질 수가
없어서... 소멸을 선택한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채아님....
괜찮을 겁니다......."
제로스.......
내가 대신해도 안 된다며....
리나 아니면 안 된다면서......
그런데 고작... 그 다음으로 원했던 게.. 소멸이란 말이야...??
너 원래......... 그렇게 나약한 녀석이 아니잖아.....
"그럼.. 말은 모두 끝났겠지, 적야왕...?"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왕은 손을 들었고, 잠깐 보랏빛이 보이는 듯
싶더니 순식간에 제로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럴 수가.........
바로 눈 앞에 두고 있었으면서... 막지도 못 했어.............
마족은....... 죽어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아...
인간이나 드래곤처럼... 몸도 남기지 않아.......
아무것도 없다구.............
"제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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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의미없이 제로스를 보낸지도 어언 이틀.....
명왕궁에서 그렇게 이틀 동안을 혼자서 조용히 앉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멍했던 시간도 이제 끝..
결정했다.
어쨌든 나는.....
그 리나라는 여자를 용서할 수가 없다.
자기 때문에 희생이 났는데......
결혼까지 하고 혼자 행복하려 하다니......
절대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최종 결정은........
리나 인버스를 죽인다..
예전에도 많이 가 본 적이 있는 리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화내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걸어갔다.
갑자기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마을을 날려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똑똑'
"누구세요~"
상당히 즐겁게 들리는 목소리.....
벌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려고 한다.
제로스는.........
제로스는 너 때문에........
"문 열어."
"아씨, 누구냐고 물어봤.. 채아구나~ 아..... 여긴... 왠 일이야..?"
나에게서 상당히 강한 살기를 느꼈는지, 잠시 표정이 굳어지는 리나..
리나의 뒤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금발머리의 남자, 가우리가 보였다.
이제 아예 같이 사는 모양이군....
"넌 행복할 자격없어, 리나 인버스."
".......무슨... 소리야...?"
"너 때문에..... 한 녀석이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때문에..라니.....?"
"몰라서 묻는 거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제로스는.........."
난 말끝을 흐렸다.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이런 녀석 따위에게 약한 모습은 보여줄 수 없어......
"제로스가......."
"그래!!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소멸 해버렸다구!!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단 말이야!!!!!!!!!!!!"
"...그, 그런........"
"........ 이미 끝났어.. 내 결정은 끝났다구..... 혹시나 비화님이
도와줄거라는 생각은 하지마... 명왕부터 해왕까지.. 그리고 제로스까지
혼돈에 있으니 여기 일은 신경도 못 쓰실 만큼 바쁘실 테니까....."
"그렇다면.... 싸우자는 얘기인가...?"
"넌....... 살아있을 자격조차 없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려!!!!!!"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리나집 근처에 있는 집까지 모두
날려버렸다.
엄청난 바람에 잠시 힘겨워하는 리나와 가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럴 여유도 없이...
한 시라도 빨리 없애버리고 싶지만.....
한 번에 끝나면 재미가 없지......
기왕에 즐기는 거... 확실히 즐겨보자구, 리나 인버스........
"에르메키아 란스~!!!"
"그런 건 시험용이라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텐데....."
"미안하긴 하지만...... 제로스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쉽게
네가 원하는 대로 죽어줄 순 없어! 이왕 싸우는 거.....
확실하게 망가질 때까지 싸우는 게 더 멋있잖아..? 안 그래??"
"그런 여유조차 없게 확실히 해 주지..."
다시 붉은 빛깔로 물드는 하늘......
그리고 내 손에 들려진 엄청난 마력구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엄청난 공격을 연신 퍼부어댔다.
그래...... 점점 더 초조해져라.....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히 들게... 그렇게.......
그래야 죽여주는 사람 쪽도 재미가 있지.......
이미 마을은 거의 날아간 셈이 되기 때문에..
리나도 이제 공격에 개의치 않은 것 같다..
"드래곤 슬레이브~!!!!!!"
"그런 것도 소용없어."
순간 쉬피드 나이트가 끼어들어 갑자기 공격했다.
피할 수는 있었지만, 그녀의 적룡의 검이 스친 탓인지..
조금씩 통증이 온다.
"널 생각 못 했군......"
"수신관 녀석이 죽었다니... 안 된 일이지만.... 내 동생을 죽이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
"그렇다면 함께 죽는 것도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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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지금 싸우고 있는 자들은 나와 리나, 가우리..
그리고 쉬피드 나이트까지다.
쉬피드 나이트라고 해 봐야.. 인간으로서는 대단하지만,
기껏 해 봐야 제로스를 이기는 실력 정도니 크게 상관될 것은 없다.
다만........
내 앞에 걸리적거리는 게 기분 나쁘다 그거지..
조금씩 즐기는 것도 좋지만.....
쉬피드 나이트까지 끼어든 이상 그럴 여유는 조금 줄어든 셈이다.
"드래곤 슬레이브~!!!"
내가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동안 리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좀 아프긴 해도 이런 건 소용없는데....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쉬피드 나이트의 힘이 더해졌다.
이런.. 위험하군!
재빨리 그 상황에서 빠져나왔다.
빠져나오자마자 굉장한 빛을 내뿜는 검이 바로 내리쳐졌다.
간발의 차다.
정말 여유가 없군....
이럴려고 온 게 아닌데....
지금..... 내가 왜 싸우고 있는지.....
나도 그 의미를 잘 모른다.
단지.... 제로스 때문이라는 것으로 오긴 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왜... 그러지...? 이건...... 뭘까...?
"시간을 끄니 잡생각이 들어서 안 되겠군."
주위는 어느 때보다도 더 붉게 물들었다.
하늘 뿐이 아닌, 모든 것이 붉게 물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보면 정말 끔찍한 광경이다.
"슬슬 끝내볼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엄청나고 거대한 마력구들을 수없이 해방했다.
주문을 외울, 공격할 여유, 피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그렇게 5분도 안 되서 저 인간들의 모습은 말이 아니다.
조금 빨랐나....?
"뭐야.. 재미없잖아..? 그게 끝이야? 그럼 더 재미를 느낄 것도 없는 거네...
보기 싫으니까 당장 사라져!!"
막 마지막 공격을 하려고 생각했던 순간, 리나의 앞을 가우리가 막아섰다.
"뭐, 뭐야..."
"......... 어찌 됐건... 난 이 아이의.. 보호자니까...... 죽는 걸 볼 순 없어.."
"어리석군......"
빛이 희미해진 검을 들고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금발머리의 남자.
그걸 보고.... 잠시 내 눈앞에 스쳐지나간건 제로스.....
내가 만약에 이런 짓을 했다면......
제로스도 저런 몰골이 되어도.....
리나를........ 지켰겠지...............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들을 죽이면......
왠지 제로스에게 큰 죄를 질 것 같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죽일 수 있는데...
죽이지 못하겠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죽일 수가 없다.
자기는 죽어도 상관없다며 리나를 지키려는 저 남자를 보고서.......
"흠.... 어쩔 수 없군... 왠진 몰라도 안 되겠어.. 다음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구...."
나는 붉은 기운을 거두고 자리를 떴다.
정말 어쩔 수 없군........
확실히 어떤 면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보통 인간들과는 다른 것이 있다.
리나 인버스라는 녀석.........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더 이상 살아있을 이유가 없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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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한 1시간 정도 생각하다..
비화님께로 찾아갔다.
내가 생각한 이것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비화님.."
"채아....? 왠일이야?"
"지금 바쁘신가요..?"
"아니, 괜찮은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네....."
"뭐..?"
"........."
"정말... 진심인 거야..?"
"물론입니다.."
"........ 진정으로 옳은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는 거야..?"
"그건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말고 택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지금 지내는 게.... 정말 힘드니까요....."
"........... 안 돼.. 그것만은 할 수 없어.. 어떻게 내 손으로....."
"비화님....."
"미안하지만, 그것만은 안 돼. 그냥 돌아가줘."
"비화님.. 제발요......"
"안 돼.."
"제발..... 제발 절 소멸시켜주세요.... 부탁이에요...."
"......."
"소중한 걸.. 지키고 싶다고 하셨죠..? 하지만, 그걸 그대로 놔 두고 지켜준다고
해서 그 소중한 것이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겁니다.. 전.... 차라리 죽어서
완전한 질서 속에 파뭍히는 게... 훨씬 더 행복할 거에요.... 이 세상에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것보단요... 그건.. 비화님도 잘 아시잖아요...."
"채아......."
"........."
.
.
.
한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래...... 내가 결정한 건 제로스의 뒤를 이은 소멸.....
그것이다.
확실히 이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니까..
다른 마족 녀석들처럼 몇 천 년 산 것도 아니고, 겨우 6년이 되어가는데....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커다란 일을 맡게 되고..
또 소멸이라는 문턱에까지 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도 다 그 분께서 정해놓은 것인가...?
그렇다면 재미없군 그래...
"알았어.."
힘겹게 입을 여시는 비화님..
그래.....
지금으로서는 이게 옳은 거야.... 이것 말고는 다른 방도도 없잖아..?
그래도 아직 마음을 다 잡지 못하셨는지, 비화님은 나를 앞에 두고
다시 망설임의 기색이 떠오른다.
그래........
내가 지독히도 사랑했던 녀석...
수신관 제로스.....
이제... 너에게로 간다..
하지만..... 여전히 네 마음만은 리나에게 있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너만을 향하고 있어, 제로스..
너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 앞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보인다.
그건 아마도 비화님이 드디어 손을 드신 것일 것이다.
막상 이렇게 가려니 아쉽군 그래...
그깟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하다니....
인간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어리석은 짓이군...
슬프다 못해 비참하지만.....
그래도 그 상대가 제로스 그 녀석이니,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순간, 내 두 눈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희미한 액체가 흘러나온다.
이것의 의미는.....
너를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기쁨의 의미일까...
아니면......
가질 수 없지만 계속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슬픔의 의미일까...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순간 엄청난 빛이 내 온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아무것도 없는....
즉, 나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는 곳에 온 듯 했다.
그럼 난 소멸한 건가...? 여기는 혼돈...?
이걸로.........
정말 모든 게 끝난 걸까......
<제라스 시점>
제로스가 소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어째 요즘 적야왕의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또 어디로 샌 건지, 이 꼬마......
갑자기 이상한 느낌에 바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하늘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고..
안 그래도 어두운 곳이 더 깊은 어둠으로 둘러싸여 버렸다.
이건 뭐지....?
설마.............
적야왕 녀석도 소멸한 건가..?
이 익숙한 붉은빛은......
분명히 적야왕의 것인데.....
그 녀석도 결국 스스로 소멸을 선택했나보군...
잠깐 적야왕의 여파가 여기까지 전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도....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계속 해서 붉은색의 밤이 지속되었다.
왜 그런지야 본인이 더 잘 알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픔인가...? 하하...
그만큼 우리 아스트랄 사이드에게 적야왕의 힘이 컸나보군...
그렇다.
정확히 5년 후에 우리 아스트랄 사이드의 본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5년 전.... 적야왕이 부활하기 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니, 적야왕이 부활했다기보다.... 모든 것이 환생되었다고 해야 하나...?
적야왕이 우리들에게 가르쳐준 슬픔과 어둠....
아스트랄 사이드의 붉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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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년 정도가 흘렀다.
나...? 혼돈에서 잘 지냈냐고...?
물론.......
잘 못 지냈지....
無......
그것은 즉 완전한 질서이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그저 생각없이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혼돈에서도 내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 속에서도 눈물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속에서도 슬픔은 절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로스도........
마찬가지일까........?
오늘도 역시 똑같은 날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이 다른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잠시 빛이 보였다는 것.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는 것.
그렇다.
지금 내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이 다시 돌아왔다.
그 분이........
날 불쌍하게 여기신 건가...? 아니면 앞에서 재밌게 재롱피울 아이들이 다 혼돈에서
죽치고 있어서 심심한 탓에 장난으로....?
아무튼, 오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분의 의지대로 해왕부터 시작해서 명왕, 제로스,
그리고 나까지.......
모두 다 부활한 셈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어이없는 경우인지.....
"결국 또 다시 되풀이되는 건가....."
수왕 녀석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나타남과 동시에 붉은 기운은 사라졌다고 한다.
내가 흘린 눈물과, 내가 느낀 슬픔이......
여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련이 생겼나 보네~
지금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다시 되풀이 되면서 똑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가...?
명왕은 아니었다.
3번이나 같은 짓을 반복해서인지 정말로 철든 것 같다.
해왕도 명왕이 간섭을 안 하니, 조용했고.......
수신관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리나 생각을 하고 있겠지...?
"수신관."
"채아님.."
"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 앞으로요....?"
한참을 뜸들이다가 결정을 내렸는지 생글거리는 웃음을 띄고 말하는 제로스.
여전히 익숙한 말.
"그건... 비밀입니다."
넌..... 여전히 리나를 사랑하겠지...?
리나만을 담고 있겠지...?
그렇다면 다시 되풀이하는 꼴이 되겠군.....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래... 나도 너를 기억하고 있을 거야.....
내게 있어서 사랑이라고 말할 만한 것은....
수신관 제로스.
너 밖에 없으니까......
이런 일이 계속 해서 반복되고, 다시 되풀이 된다고 해도......
난 영원히...... 너만을 생각할 테니까......
그게 바로.......
하나뿐인 적야왕 채아 레보아의 '사.랑' 이라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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