息 影 亭 題 詠
石川 林 億 齡
1) 瑞石閑雲(서석한운) 서석산의 한가한 구름
溶溶嶺上雲 한가롭구나. 서석 산마루에 저 구름. 出而還? 渠 잠깐 날리더니 금방 걷히어 숨네. 無事孰如雲 한가할 때 제일 좋은 벗은 구름이로다. 相看兩不厭 서로 보고 또 보아도 싫지가 않네.
2) 蒼溪白波(창계백파) 푸른 시내 흰 물결
古峽斜陽裏 골짜기를 비추는 해는 서산에 빗겼는데 蒼龍噴水銀 푸른 용이 수은(水銀)을 머금어 뿜누나. 囊中如可拾 그 고운 물방울 주머니 속에 주워 넣을 수 있다면, 欲寄熱中人 더위 속 지친 사람에게 전해 줄텐데.
※ 원효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창계천으로 굽어들면서 물결이 서로 부딪히는 모습.
3) 水檻觀魚(수함관어) 난간에 서서 고기를 본다.
吾方憑水檻 내가 물 난간에 기대어 서 있노라니 鷺亦立沙灘 모래톱 여울가에 해오라기도 서 있구나. 白髮雖相似 흰 머리는 네나 내나 모두 같은데 吾閑鷺不閑 나는 한가하다마는 너는 왜 그리 바쁘냐.
※ 식영정의 정자난간에 서서 물고기를 노리는 해오라기를 바라보는 경관
4) 陽坡種瓜(양파종과) 볕바른 언덕에 오이를 심다.
有陰皆可息 그늘질 덴 어디나 쉴 만한 곳 何地不宜瓜 어느 땅인들 오이를 심지 못하리! 細雨荷鋤立 빗속에 호미 들고 서 있노라니 蕭蕭沾綠蓑 가는 비 부슬부슬 도롱이를 적시네.
※ 비오는 봄날 오이를 심으며 선비의 은일자적을 노래한 시
5) 碧梧 月(벽오양월) 벽오동에 비치는 서늘한 달
秋山吐 月 가을 산이 시원한 달을 토해 내어 中夜掛庭梧 한 밤중에 뜰에 섰는 오동나무에 걸렸구려. 鳳鳥何時至 봉황은 어느 때에나 오려느냐. 吾今命矣夫 나는 지금 천명이 다해가는데.
※ 식영정의 오동나무 위로 푸른 달빛을 토해내는 모습
6) 蒼松晴雪(창송청설) 푸른 솔에 빛나는 눈
萬徑人皆絶 길이란 길은 모두 사람 자취 끊겼고 蒼松盖盡傾 푸른 솔은 비스듬히 기울어졌네. 無風時落片 바람이 없는 데도 눈송이 우수수 떨어지니 孤鶴夢初驚 나무에서 졸던 학이 놀라 꿈을 깨네.
※ 성산의 푸른 소나무에 하얗게 쌓인 눈이 녹아내리는 모습
7) 釣臺雙松(조대쌍송) 조대의 두 그루 소나무
雨洗石無垢 비에 하도 씻기어 돌에도 때가 없네. 霜侵松有鱗 서리에 이겨져서 소나무엔 비늘 돋아. 此翁唯取適 이 늙은이 낚시꾼으로는 알맞다마는 不是釣周人 곧은 낚시 드리우던 강태공은 아니로세.
※ 환벽당 아래 조대(낚시바위) 위에 우산처럼 늘어진 소나무
8) 環碧靈湫(환벽영추) 환벽당 아래의 영추
澄湫平沙浪 맑은 용추에 물결도 잔잔한데 飛閣望如船 날 듯이 솟은 정자 정말 배같구려. 明月吹長笛 밝은 달 아래 긴 피리 불고 있으니 潛蛟不得眠 잠긴 용도 잠 못 든다 투덜댈 거야.
※ 환벽당의 모습을 배에 비유하고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용소를 노래함.
9) 松潭泛舟(송담범주) 송담에 배 띄워라.
明月蒼松下 밝은 달 푸른 소나무 아래 孤舟繫釣磯 외로운 배를 낚시터 옆에 매었구나. 沙頭雙白鷺 모래톱에 서 있는 두 마리 백로 爭拂酒筵飛 나도 한 몫 끼이자고 주연(酒筵)위를 빙빙 도네.
※ 환벽당 아래 소나무가 있는 못에 띄배를 메어놓은 모습
10) 石亭納敭(석정납량) 석정에서 땀 들이다.
牢日松爲盖 해를 가리는 소나무로 좋지! 양산을 삼자. 梓饋石作床 너른 바위 네가 곧 평상이다. 蕭然出塵世 진세에서 떠나 소연히 있으니 六月衣敭 유월인데 겹옷도 서늘하구나.
※ 송강집에 보면 성산계류탁열도라는 그림이 있다. 환벽당의 맞은편 널찍한 바위 위에서 더위를 식히는 정경인데 바로 그런 모습을 시제로 한 것이다.
11) 鶴洞暮烟(학동모연) 학동의 저문 연기
孤烟生野店 연기 모락모락 들판에서 일어나서 漠漠帶山腰 어느덧 아스라하게 산허리를 감고 도네. 遙想松間鶴 아마 소나무 사이에서 졸던 학이 驚飛不下巢 놀라서 빙빙 돌며, 얼라! 내 둥우리 어디지.
※ 식영정의 서쪽으로 학선마을이 있었지만 광주댐의 건설로 수장되고 말았다. 이 시는 학동마을의 저녁 밥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
12) 平郊牧笛(평교목적) 평교의 목동의 피리 소리
牧童倒騎牛 목동이 소를 거꾸로 타고 平郊細雨裏 가는 비 속에 들에서 돌아온다. 行人問酒家 행인이 목동아! 술집이 어디냐? 短笛山村指 단적(短笛)으로 산촌을 가리키며 저기요.
※ 식영정의 맞은편에 과거에 목장이 있었다고 구전되어 온다. 그 뜨락에서 소치는 아이가 소를 몰고 피리를 부는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
13) 短橋歸僧(단교귀승) 다리를 건너 돌아가는 중
深峽橫沙路 깊은 골짜기 오솔길 꼬불꼬불 孤村照夕德 외로운 마을에 저녁 해가 비치네. 一憺潭底影 못 속에 그림자! 저도 지팡이 짚고 있네. 雙眼嶺頭雲 바쁘다, 어서 가자 두 눈을 멀리 구름만 바라본다.
※ 식영정쪽과 환벽당쪽. 지금은 광주와 전남의 경계인 충효교 지점에 다리를 총총히 건너가고 있는 스님의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
14) 白沙睡鴨(백사수압) 백사에 조는 오리
溪邊沙皎皎 시냇가의 세 모래 희고도 희다. 沙上鴨娟娟 모래 위에 섰는 오리 곱고도 곱고. 海客忘機久 떠도는 나그네 세상 일 다 잊어 松間相對眠 솔 사이 마주 누워 잠을 자누나.
※ 식영정 아래 물결에 의해 씻겨 내려온 모래톱에 물새들이 졸고 있는 모습
15) 鰲伸巖(노자암) 가마우지 바위
蒼石水中央 창송은 못의 가운데 섰으니 夕陽明滅處 지는 햇빛 반짝이다 스러지는 곳 鰲伸驚路人 가마우지 길 가는 행인 보고 공연히 놀라 飛向靈湫去 영추(靈湫)를 향하여 날아 가네.
※ 식영정 아래 칠성바위라고도 하는 일곱개의 바위가 있다. 그 바위 위에 노니는 물새들의 모습을 노래한 시.
16) 紫薇灘(자미탄) 배롱나무꽃 핀 여울
誰把中書物 누가 가장 아끼던 것을 今於山澗栽 산아래 시내에다 심었나 보지. 仙粧明水底 신선이 단장하는 맑은 물 아래 魚鳥亦驚猜 어조(魚鳥)도 놀라서 시샘을 하네.
※ 식영정 밑으로 흐르는 물을 창계천이라고도 하고 백일홍이 물가에 열식되어 빨갛게 꽃을 피워 자미탄이라고도 했다 한다. 물가에 화사 하게 핀 백일홍을 노래한 시이다.
17) 桃花徑(도화경) 복숭아꽃 핀 오솔길
石徑雲埋小 자갈밭길을 구름이 반쯤은 덮고 桃花雨剪齊 복숭아꽃 비에 떨어져 가지런히 깔렸네. 更添今日寂 좋다! 오늘처럼 고요한 멋 正似昔人迷 진정 무릉도원 아마 여기야!
※ 성산 일대와 주변 마을 사이에 봄철 복숭아꽃이 만발한 오솔길의 모습을 그린 시다.
18) 芳草洲(방초주) 방초주
晴沙明似雪 눈 같은 고운 모래 희기도 하다. 細草軟勝綿 잔 풀은 부드럽기 솜이랄까. 中有白頭璟 머리 흰 저 늙은이 閑隨黃犢眠 한가하게 송아지 끌면서 졸고 있네.
※ 창계천 가에 물가에서 자라는 방초풀들이 우거지고 한가한 소들이 그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그린 시.
19) 芙蓉塘(부용당) 연못에 꽃 피고
白露凝仙掌 신선 손바닥에 이슬이 엉켜 淸風動麝臍 청풍에 사향 향기인 양 코를 찌르네. 微時可以削 시시한 글은 깎아 버리고 妙語有濂溪 잘된 것만 골라서 주렴계에게 보내 볼까? 나만 못할걸.
※ 식영정의 동쪽으로 서하당 김성원이 살고 있는 서하당 곁에 연꽃을 심어 놓은 연못이 있었다. 그 경관을 노래한 시다.
20) 仙遊洞(선유동) 선유동
蒼溪小洞天 푸른 시내로 이어진 동천(洞天)은 明月淸風裏 밝은 달 맑은 바람 속이로구나. 時下羽衣翁 때마침 깃털 옷을 입은 늙은이는 不知何道士 어느 곳 도사신지 알 수가 없네. <石川集> ※ 식영정이 있는 성산 일대를 바른 신선들이 노니는 골짜기로 은유하여 노래한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