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산행일지 : 우리, 가리산 가리?
(강원도 홍천군 加里山)
일시 : 2007년 4월 28(토)
날씨 : 아주 맑음
이제 서서히 산행장소 정하기가 쉽지 않다. 100대 명산 중 몇몇은 비상시를 대비하여 남겨두긴 했지만 가까운 곳은 거의 다 마친 상태여서 대부분 먼 길이 남았다. 하여 2박3일 정도의 시간을 내어 먼 곳 두어 군데를 한꺼번에 산행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총무가 홍천의 가리산을 추천해 오길래 좀 이른 7시 30분에 약속을 정하였다. 김이돌 회원은 아침 산공기를 마시며 걸어서 1착했고 모두들 2-3분 이내 모였다.
이번엔 네비게이션이 되었다. 홍천 가리산 자연휴앙림을 입력하고 검색을 하니 곧 296km, 통행료 11,200원을 알려온다. “자식 꽤 똑똑하군”. 오늘은 날씨가 무지 좋다. 그런데 총무는 선그라스를 끼고 앉았다. 게다가 약까지 들고. 알러지 탓에 고생이 심한가 보다. 겨울에는 건조하여 아토피로 고생하더니 꽃가루 시절인 지금은 약을 끼고 산단다. 운전을 하며 금도현은 지난 번 미륵산에서 따온 처녀젖꼭지 같던 진달래 봉우리를 말려 차를 다려 마셨던 예기에 신이 났다. 처녀 젖꼭지를 우려먹은 탓인지 처음에는 젖비린내가 나더라는 소리에 다들 크게 웃었다.
단양휴게소에 들렀더니 탁구대가 없어졌다. 커피를 한 잔 나누고 10시 30분엔 홍천 IC를 나와 44번 국도로 인제, 속초방향으로 20여분 진행한 후 가리산 휴양림 4km란 입간판을 따라 좌회전 하였다. 주차료 포함 입장요가 무려 11,000원 이다. 산아래에는 아직 이른 봄이다. 벚꽃이 만개하였고 빛보다 빠르다는 초록의 진행이 아래에서 위로 소리없이 스며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11시 10분에 등반 시작.
오늘 산행은 휴양림-합수곡-가삽고개-가리산-무쇠말재-합수곡-휴양림의 약 7km에 이르는 코스로 예정하였다. 산아래에는 어린 풀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어 산야초를 찾아본다고는 하는데 뭘 알아야 찾지. 겨우 취나물이나 쑥, 냉이, 달래가 한계인데... 다음번엔 책이라도 들고 다녀야겠다. 휴양림은 등산로, 산막, 낙엽송 등이 계곡과 비교적 잘 조화를 이루는 듯 보였다. 1.2km 정도를 편안하게 오르면 계곡이 만나는 합수곡에 이른다. 여기서는 가삽고개 1.2km 방향의 우측 오르막길로 꺾어야 한다. 물을 준비하였으나 200여 미터 더 가니 또 다른 계곡이 합수하고 있다. 가삽고개 가는 길은 경사가 다소 급하고 은근히 힘이 든다. 몇 번이고 쉬고 싶었지만 곧 고개 정상에 닿을 것 같아 계속 걸었다.
산 중턱을 넘어서니 이제는 초봄이다. 참나무 군락지 사이사이의 생강나무는 꽃이 지고 이제는 잎이 터지고 있다. 진노랑의 다섯 꽃잎에 두어 장의 애기손바닥 같은 연녹색 잎을 가진 노랑제비꽃이 바다를 이루어 바닥이 온통 노랑천지이다. 자연이 아니고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선명한 색상이다.
어느 듯 고개에 올랐는데 이정표가 없다. 김이돌 회원이 시장에서 직접 샀다는 정말 맛있는 사과를 하나씩 먹고 이제부터는 편안한 능선 길을 만난다. 여기는 발아래만 봄이고 허리 이상은 아직 겨울이다. 곧 정상을 알리는 안내 및 위험지역, 로프설치지역, 노약자 등산금지를 함께 알리는 경고 간판에 닿는다. 여기서 정상에 오르는 100여 미터는 실제로 경사가 심하며 힘이 든다. 로프가 설치된 것이 아니라 쇠파이프가 아주 잘 설치되어 있고 바위에는 철판으로 된 발 디딤판이 필요한 곳에 잘 놓여져 있어 실제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3봉보다는 조망이 훨씬 좋은 2봉에 올라섰다. 소양댐도 멀리 보이고 지나온 능선길과 사방을 내려보는 조망이 시원하고 좋다. 여기 진달래는 아직 꽃봉오리로 남아있고 아래 능선의 나무는 턱에 마구 자란 굵은 수염처럼 촘촘히 꼽혀 있다. 아직은 겨울 산, 소나무만이 푸르고 생강나무는 그 꽃이 여기에서는 절정이다. 바위틈의 몇몇 소나무는 크기도 크기려니와 곧고 푸르게 군살없이 잘 자란 청년처럼 아주 멋있다.
오늘은 이곳 2봉 정상에서 식사준비를 한다. 생라면 맛이 별로라면서도 배가 고프다며 다섯 봉지를 모두 털어 넣는다. 아직은 어린 취나물 두어 장을 넣었는데도 냄새가 진하다. 형님먼저 하며 그 작은 취나물을 권하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게 아주 맛있는 것을 표현할 때 ‘꿀맛’이라고 하는데 우리에게서 이 말은 ‘산에서 먹는 라면 맛’으로 바꾸어야할 것 같다. 커피까지 먹고 나니 부탄가스가 마침맞게 땡이란다. 정리를 마치니 2시, 아무런 방해나 눈치없이 먹는 점심이 훨씬 맛있다고 입들을 모은다. 지난 달 통영 미륵산 정상에서 ‘통영시’ 옷을 입은 두 사람에게서 놀랐던 경험이 모두에게 생생한 모양이다.
2봉을 내려와 1봉을 오르는 길도 약간 힘이 든다. 1봉이 가리산의 정상(1,051m)이다. 계란형의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하고는 곧바로 급한 내리막 길을 내려선다. 10여개의 철 발판이 편하기도 하지만 보기에도 좋다. 총무는 입장료 값 한단다.
1봉을 내려서면 곧바로 우측의 샘터 가는 길을 만나고 100여 미터에 석간수 샘터가 있다. 홍천군 문화관광 홈페이지에는 홍천 9경이 소개되어 있는데 제1경인 팔봉산에 이어 홍천 2경으로 이 가리산을 ‘석간수가 샘솟는 신비한 암봉’이라고 하는데 여기의 석간수가 바로 이 샘이다. 수량은 많지 않으나 바위틈에서 쫄쫄 흐르는 모습은 신기에 가까우며 물맛도 시원하다. 바위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있어 나뭇잎을 틈 속에 다시 대었더니 흐름속도가 한결 낫다.
주변에 민들레가 있어 금도현 회원이 토종이 아닌가 묻길래 꽃을 보니 과연 재래종 민들레였다. 재래종과 서양 민들레는 꽃과 잎을 보면 거의 구별이 어렵지만 큰 차이는 꽃 아래 부분, 즉 꽃을 감싸는 꽃받침 유사한 것을 총포조각이라고 하는데 재래종은 총포조각이 꽃을 향하여 곧게 서있으나 서양 민들레는 총포조각이 꽃 반대방향인 뒤로 젖혀있는 점이 크게 다르다. 서양민들레는 오염된 도시지역의 땅에서도 잘 자라지만 재래종은 농촌지역이라 할지라도 보기가 쉽지 않은 요즈음이다. 민들레 구분법을 듣고 재래종을 확인하자 금도현 회원은 참 귀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다시 하산을 하는데 무쇠말재까지 500미터는 아주 편안한 능선길 이었으나 그 이후로는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진달래 나무가 많았는데 꽃은 이제 막 지고 있다. 오래 전 누군가 참나무 가지 사이에 큰 돌을 끼워 놓았나 본데 그 후 나무가 자라고 굵어져 그 돌이 나무줄기로 완전히 둘러져 있다. 이리 큰 돌도 껴안아 내몸의 일부로 살아가는 나무들...
미나리 잎을 닮았고 노란 넉장의 꽃잎을 가진 키30cm 정도의 피나물들이 많이 있었다. 경기, 강원 이북의 산기슭에서 무리지어 자생하는 양귀비과의 녀석은 약한 독이 있다고 한다. 금도현 회원이 오늘의 장원 시그널 ‘산중애’를 획득한 것도 이즘의 하산 길에서였다.
급한 길을 내려서니 아침 물을 길은 합수곡 부근이었다. 제각기 편한 따뜻한 바위에 앉아 탁족을 하자 아직도 손발이 아프다. 금도현은 미끄러졌으나 다행히 풍덩하거나 넘어져 다치지 않았다. 나도 너른 바위에서 시원한 골바람을 맞으며 앉아 “세상에서 지금 나보다 편안한 놈 나오라 그래”하니까 옆의 김이돌 회원이 대뜸 낮고 굵은 목소리로 “여기요” 하기에 모두 배를 잡는다. “정말이지 순태 형님 많이 느셨수”. 금도현은 “네명의 신선”이랜다. 그래, 연초록에 둘러싸여 맑고 정겨운 물소릴 들으며 바위에 편히 앉은 지금 우릴 신선이라 하더라도 전혀 이상함이 없을듯. 다시 휴양림까지는 1.2km가 남아 있으나 오를 때 그랬듯이 편안한 길이다. 순백의 자작나무가 있기에 사진을 찍고 껍질을 뜯어내어 구석에서 불태워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높은 화력으로 꽤나 오래 탄다.
시간이 일러 네비에게 길을 물어 홍천 온천을 찾았다. 하이트 맥주 공장 옆 썬스파리조트란 곳이 있고 그 입구에는 ‘원탕’이라는 붉은 간판이 있어 그리로 들었다. 표를 끊으며 주인장에게 어디가 더 좋으냐고 물었더니 “물도, 시설도, 가격도 여기가 더 좋다”고 하시기에 “시설은 몰라도 주인아저씨 이곳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대답하고는 들었더니 물이 좋은 듯 하였다. 냉온욕을 즐기고 간단히 샤워 후 나왔더니 체중계 앞에 체질량지수를 측정하는 표가 있어 모두 차례로 올랐다. 나와 김생곤은 22.5, 금도현은 23으로 정상범위긴 하나 과체중 바로 앞에 머물러 있고 김이돌은 27의 비만 1단계로 결론. “순태 형님 살 좀 빼셔야 되겠어요”. 오후 여섯시라 하지만 아직 해가 한창이다. 다시 네비에게 홍천읍내 맛집을 물었더니 ‘배꼽빠진 닭갈비’의 웃긴 상호가 있었으나 결국엔 강북의 동태찜 집으로 낙찰, 20,000원하는 매운 맛의 대(大)를 시켜 얼큰하고 맛있게 먹고는 다시 신선의 자리에서 보통사람으로 살아야 하기에 271km의 대구 도원동을 향해 출발. 출발 시 모습과는 사뭇 달리 오늘 하루 총무의 알러지는 온데간데 없었고 겉모습도 평소와 같았다. 역시 우리 산은 좋은 거여.
登?苦?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