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생 때는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1학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아직 제대로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우리나라가 아닌 ‘필리핀’에서 1주일의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생겼다. 방학 때나 쉬는 날 주로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집에서 멀리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처음 가는 해외라서 기대도 많이 되었다. 아직 1학년이라 실습복이나 가운도 없고 혈압계, 청진기 등 부족한 것도 많고 이론적인 것이나, 실습적인 부분 등 준비도 덜 되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것을 채우며 많이 배우고 오고 싶었다. 전공 공부가 중심이 되는 2학년을 앞둔 지금, 더 큰 세상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면 얻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았다. 1월 20일 새벽이라기보다는 늦은 밤에 동대구역으로 가서 동대구역에서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는데, 이른 시간이지만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인천공항에서 마닐라 공항으로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더운 열기에 얼굴이 붉어졌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들고 택시를 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간 후, 버스를 타고 5시간이 좀 넘게 이동하니 'DAGUPAN'이라는 도시에 도착해 1주일동안 우리들을 돌봐주실 목사님 댁으로 갔다.
5일간의 봉사활동 일정은 첫째날은 Barangay:Tayambani san carlos city Pangasinan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혈압을 재어 보니 역시 예상한대로 고혈압 환자가 가장 많았다. 대부분 수축기 혈압이 150mmHg를 넘었고 200이 넘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아마 뜨거운 날씨에 짜게 먹는 식습관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함께 간 간호학과 언니와 나는 둘이서 혈압을 재드리고 고혈압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좋은 생활습관과 나쁜 생활습관 등을 설명해드리며 간단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첫째 날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혈압 재는 연습을 했지만 아직 미숙하여 걱정도 많았는데 사람도 많아 걱정이 더 커져갔다. 하지만 주민 분들이 감사하다며 간식도 주시고 따갈로그어도 배우며 부족한 영어실력이지만 대화도 많이 나누어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 하지만 따갈로그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필리핀이기에 원활한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영어실력이 부족한 것이 느껴지자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항상 영어공부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정말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둘째 날은 Matagking church인데 교회 안에 에어컨도 있고 어제 보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봉사활동을 했었던 것 같아 이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신 matagking 교회 목사님께 감사했다. 둘째 날은 첫째 날 보다 고혈압 환자가 적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오늘 봉사활동을 간 matagking 교회의 목사님과 신자들은 교도소에 있던 사람들이며 살인자도 있다고 하셨다. 이 말에 잠깐 멍해지며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우리들의 봉사에 정말 고마워 하셨고 잘 대해주셔서 과거의 일보다는 오늘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낸 분들로 생각하려고 한다. 셋째 날은 BARANGAY BONUAN GUESET였는데, 첫째, 둘째 날과 다르게 고혈압 환자가 엄청 적었다. 10~20%정도만 150mmHg(수축기 혈압)이 넘는 정도였고 거의 정상 혈압 이었다. 필리핀은 날씨가 더워 고혈압 환자가 많은 것이 일반적인데 주민 분들의 혈압이 정상이라 혈압을 재는 내내 신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았다. 넷째 날은 Calmay, Dagupan city, Pangasinan 초등학교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는데 한국의 초등학교와 비교해 보면 건물도, 수업환경도 열악했다. 이 날 혈압을 재신 분들 중 절반이 넘게 정상혈압이었는데 그 중 건강해 보이는 젊은 20대들이 의외로 고혈압인 경우가 있었고 반면 살이 좀 있으신 주부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고혈압일 것 같았는데 반대로 정상혈압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따라 혈압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목사님 교회인 갈벡, 아름다운 교회로 봉사를 가게 되었는데, 우선 도착해서 예배를 드리고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는데 교회 이름처럼 교회 신자들과 그 외 주민 분들의 성품은 아름다웠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아름다운 교회에서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혈압 수치가 90/60mmHg인 저혈압 환자가 1명 있었던 것인데, 고혈압 환자가 대부분인 필리핀에서 저혈압 환자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첫 봉사활동, 그것도 첫 해외 봉사활동이라 기대도 걱정도 많이 되었던 1주일이 끝나고 집에 와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얻는 것이 더 많았던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안동과학대학교 치위생학과가 중심이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혈압을 재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에도 감사하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시고 간식도 챙겨주시고 따갈로그어도 배우며 사용하는 언어나 피부색 등 많은 것들이 서로 달랐지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필리핀 현지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봉사활동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장정유 교수님과 1주일간 숙식을 제공해주시고 더 나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써주신 목사님과 사모님께도 정말 감사드리고 기회가 된다면 선교를 위해 다시 한 번 찾아뵙고 싶다. 그리고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안동과학대학교 치위생과인 지애언니, 시은이언니, 소희언니, 민정이언니, 애영이언니, 민경이 언니와 봉사활동을 한 일주일동안 조금은 친해 진 것 같아 정말 좋았다. 내가 낯을 많이 가려 먼저 다가가지 못했지만 언니들이 먼저 다가와주고 잘 챙겨줘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함께해주시고 도와주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