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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3일. 일요일 흐림.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고 나오니 아내는 또 시내에 갈려고 준비중이다. 오늘은 손님이 올지도 모르는데 가지 않으면 안되나? 하니까 해동사 정기 법회라면서 그대로 준비해서 가버렸다. 그럼 될수 있는대로 빨리 들어 오라고 말하고, 나도 행사장인 학교로 갈려고 하는데 형수가 들어와서 아내의 인상이 영 좋지 않더라며 한참동안 이야기 하는 바람에 자꾸 시간이 간다. 그 이야기를 끊을 기회를 겨우 만들어서 형수가 간 뒤에 초등 동창생이자 금춘가족인 102번 권영인이와 151번 권정숙이가 들어왔다. 그렇지만 아무 대접도 못하고,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학교 운동장으로 갔는데,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아예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올라갔다.
집에서 머뭇거리는 시간이 더 지체된 탓으로 총동창회 체육대회 개회식은 벌써 끝나고 몇몇가지 프로그램이 진행중이었으나 개의치 않고 나는 우리 35회동창들이 모인 73기(1973년도에 졸업한) 기수들이 모인 천막속으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대체로 아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이름과 얼굴을 일치하여 정확히 모르는 동창도 몇몇 있었다. 그러나 내게 다가와서 이야기 하는 친구를 외면할 수 없어 잘 모르는 친구는 나도 그냥 지나쳤다. 그 중에는 금춘가족으로 소속된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번에 우리기수 회장이 되었다는 193번 김영국이는 서울에서 코스닉 대영 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이고 전임회장 268번 신승주는 영양에서 한일펌프설비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리고 302번 천정애는 안동에서 꼬치구이 체인점 사랑해사랑해를 영업하고 있고, 103번 우휘번은 안동버스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외에도 59번 박연옥, 216번 권금련, 58번 우후자, 232번 김상동(이천 제일석물), 183번 김정남(평택), 192번 장금숙(포항), 293번 강신석(월곡우체국), 57번 홍기한(두꺼비레카), 등 14명이나 금춘가족이었다. 그리고 또 내가 만난 동창들은, 문진기, 김홍진, 남재경, 김영자, 박춘자, 남금자, 김금숙, 김남희, 이한구, 남재광, 신외남, 송정자, 박원환, 이재원등, 모두 28명이나 만났었다. 그중에는 한두마디 인사를 나눈 친구도 있고 단 한 마디도 못한 친구도 있는것 같다. 다들 들떠있는 기분이다 보니, 나도 그랬고 그들도 그랬다. 촛점은 전체 행사에 기울어 있었으니까........
밥은 먹고 올라갔으니 준비한 음식중에서 소주만 몇 잔 받아 마시고, 집어주는 안주를 입만 갖다대고 받아먹는 즐거움도 누렸다. 그리고 행사장 곳곳으로 다니며 폰카를 찍었는데, 선배 중에는 안동시보건소장님이 되신 179번 권오진님도 있었고, 전임 시의원 239번 강석우님과 176번 남병동님, 21번 권정식님, 221번 권기익님, 226번 우휘철님, 264번 배남희님도 만날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고향 서당골 선후배인 권오경, 권오영, 권외자, 권화자도 만났고, 옛날에 내가 일했던 분식집 주방장이었던 허씨도 극동반점의 사장님으로 오셨고, 금춘카페를 몰래 드나들던 파이넥님도 나를 알아보고 자기가 도목의 남경탁이 동생이라 했으며, 또, 시민건업을 창업한 박무윤님과 충북 음성에서 환경부의 수질개선부담금증명표지사업소의 부장으로 승진한 김현식형도 만났다. 지나치면서 만난 얼굴익은 사람들이야 어디 이뿐랴만 줄다리기와 배구와 윷놀이 판이 벌어지고, 기수들마다 흥겹게 노는 가운데 나는 안동에서 아저씨(김형대)님이 부인을 태우고 정산까지 왔다기에 운동장 끝으로 가서 잠시 만나고, 그길로 화장실을 가기위해 멀지않은 집으로 두어번 다니다 보니 그 흐린 하루도 시간이 흘러 나는 오토바이로 바꿔타고 다시 올라가 총 동창회 체육대회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기수별 노래자랑에 가장 돋보이는 흥을 가한 덕분으로 우리 기수는 인기상을 받았고, 사이사이 추첨하는 행운권을 맞춰보며 받아 모은 상품이 꽤나 쌓였는데, 그것을 기수자금 확보를 위해 다시 경매를 붙여 필요한 사람들은 얼마씩의 돈을 내고 그 상품을 낙찰받는 시간도 가졌다. 나도 끼어들어 전기오븐을 1만원에 취득하고,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했다. 다들 시내에 가서 뒷풀이 시간을 가진다고 했지만 난 역시 따라가지 않았고, 맨 마지막에 남은 외남이와 조금더 이야기 하다가 진행을 맡은 2년선배 기수들만 남고 거의 빠져나간 학교 운동장에서 나도 돌아 나왔다.
와글와글 흥에겨웠던 하루가 이 한적한 시골 학교를 뜨겁게 달구었다가 그렇게 그렇게 가슴마다 또 하나씩의 추억을 남기며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 이 상 ★~~ 금춘가족 카페지기 권오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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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햇살아우님의 진솔하고 현장감 넘치는 동창회 이야기 같이 구경한듯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며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외남이 모습 월초에서 보앗어 너무 반갑더라 어릴적만큼이나 귀여운 모습이더구나 남이에게 금춘카페 자주 좀 오라고는 햇나? 부산친구들 이름은 하나도 안보이는것 같고 기억나는 이름들이 몇잇네 전기오븐 우리월초가 인기상을 받앗다니 역시 우리쥐띠들은 노는 데는 선수급이야 그지? ㅎㅎ일기 잘보앗데이~웅아~
부산 친구들은 전야제만 하고 다들 갔다더라. 전기오븐은 행운권 추첨으로 누군가가 타 놓은걸 마지막에 경매 할때 내가 샀었고, 우리 동기들이 49살 쥐띠보다 50살 돼지띠들이 더 많았어. 그래도 노는데는 도사여서 인기상을 받았지..그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해 한구가 찍어놓은 동영상 몇편을 퍼와야겠네...ㅎ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하셨군요. 이 글을 읽으면서 금춘햇살님이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금춘가족들의 번호를 그렇게 기억하시다니요.
아닙니다 김선생님. 기억력 다 잃었어요. 금춘가족 번호는 반이상 찾아서 붙인겁니다. 어떤 사람이 금춘가족인줄은 알지만...
햇살님 어릴적 일기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제각기 사는 곳과 하는일은 달라도 항상마음속에는 어릴적순수함을 잃지않은 초딩 동창들이 언제나 기억에 젤 많이 남는것 같아요. 앞으로 동창회의 발전은 계속되리라봅니다.잘 읽었구요. 전 이름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어쩜 그렇게 소상하게 기억을 잘하시는지 햇살님의 기억력이 대단해 보이십니다.
제가 요즘은 일기를 안 쓰지만 저도 20대부터 한 15년정도는 일기를 썼습니다. 어우동님의 글을 읽을때 그 문장력도 보통이 아니란걸 알았습니다. 무슨 글이든 많이 읽고 쓰면 발전이 되는것 같습니다. 저도 기억력 희미합니다. 사진에 찍힌 모습이 있어 그 동창들 이름 파악하고 금춘 명단 보고 번호를 찾았습니다. 아무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