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도는 부자자효(父慈子孝) 사상으로 ***
1996.04.01 글 / 임시현 회원
효의 사상은 주자(朱子)가 말하듯 “전통적 유교윤리인 부자유친의 기본덕목이다.”
동양철학에서 가치를 논하고 개인주의가 근본인 서양사상에서는 논리가 안 된다.
주자는 또 “효란 최선을 다해서 부모를 섬겨야하는 자식의 도리를 말하고 인륜을 근본으로 한
친애의 정신이다.”했으며 공자는 “효란 행인(行仁)의 근거이다.” 증자(曾子)는 “효란 중선의
으뜸이며 백행의 근본이다.”하였으니 인간사회의 최고의 선을 집약해서 표현한 말이라고 이해된다.
엄격히 말해서 효는 어버이와 자녀라는 혈속적(血屬的)인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나타난 것이어서
동양윤리에서는 효에 대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효는 부자간의 인륜관계에서 강조되는
부자자효(父慈子孝)로 가정생활에 있어서 부모는 자녀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성심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慈)와 효(孝)는 다 같이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에 근거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본능이 곧 자(慈)의 근원이며 부모의 자애에 대하여 자녀로서 자연적으로
우러나오는 경애(敬愛)와 보본(報本)의 정신이 효이다.
그러므로 효는 인륜을 바탕으로 한 친애의 정신이고 우리조상들은 효성여하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을 삼아왔기 때문에 효의 사상이 민간일상생활에 깊이 침투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중시된 효도의 방법으로는 부모님의 몸을 돌보아 편히 모시는 봉양. 보모님의 뜻에
어그러짐이 없이 행동하는 양지(養志). 입신출세하여 부모님의 이름을 빛내는 입신양명.
부모님에게서 받은 육신을 깨끗하고 온전하게 하는 보신. 표정을 항상 부드럽게 하여 부모가
편안한 마음을 지닐 수 있게 해드리는 것 등 방법이야 많다.
그러나 내가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는 효도는 평생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간직하도록 해드리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 않다. 마음으로부터 정성을 간직 하였을 때 효심이 생기고
마음속에 정성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효행이 나오고 효심과 효행을 바탕으로 하여 바람직스럽게
자기품성을 나타낼 때 효덕(孝德)이라 하며. 이 같은 제요소(諸要素)를 조화 있게 배합하여
인간본질에 자기성실을 다할 때 효도가 생긴다.
율곡(栗谷)선생은 말하기를 먼저 부모를 섬기고 형에게 공경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어른과 스승에게
공손하며 벗 사귀는 법도를 익혀서 하나하나 힘써 실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소학에서 먼저 효덕선행
(孝德先行)의 길을 밝히고 공부하는 훈구(訓句)를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예경. 서경. 역경.
춘추의 순으로 공부하되 그중 소학은 8세가 되면 공부를 한다고 하였다. 효행은 일생을 두고 하는 것으로
소학에서 효행을 다 배워 사람구실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닦은 다음에 공부를 배우기
시작하라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옛날에 효자 집에 효자문을 국가에서 세워준 것을 보면 효도란 쉬운 것이 아니다. 효심이 나올 수
있는 근원은 먼저 부모의 참 은혜를 깨달아야 한다. 이이(李珥)의 효사상요결(孝思想要訣)에서
“대체로 사람 된 자로 부모에게 마땅히 효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매우 드문 것은
부모의 은혜를 깊이 알지 못 하는 까닭이다.” 불가에서는 아버지 은혜는 태산과 같고 어머니 은혜는
바다와 같다고 하였으며. 불교경전 중 부모은중경에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법되어 있다.
경전의 요지는 세존(석가모니)께서 대중을 거느리고 인도 남방사막을 지나는데 오래전에 죽은
사람의 마른 뼈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세존은 땅에 엎드려 마른 뼈에 대고 절을 했다.
수행하던 많은 제자들이 귀하신 세존께서 어찌 하잘 것 없는 뼈다귀에 절을 하십니까?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이 한 무더기의 마른 뼈가 내 전생의 조상이거나 누대의 부모님 뼈일 수도
있기에 내가 지금 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설법하셨다.
내용을 요약해보면 남자의 뼈는 하얗고 무거울 것이요. 여자의 뼈는 검도 가벼운 것이니라.
그 이유는 여자가 한번 아이를 낳으려면 서말 서되의 엉킨 피를 쏟고 어머니는 여덟섬 너말이나
되는 흰 젖을 자식에게 먹어야 하기에 그 뼈는 검고 가벼운 것이니라. 다음은 어머니가 잉태한
첫 달부터 열 달까지 태아의 성장과정을 방사선진료 하듯 설법하였으며 다음 열 가지 은혜를 설법했다.
1. 배안에서 열 달 동안 길러주신 은혜. 2. 해산할 때 고통 받으신 은혜.
3.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으신 은혜. 4. 쓴 것은 삼키고 단것은 뱉어 먹여주신 은혜.
5.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주신 은혜. 6.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
7. 더러운 것 씻어주신 은혜. 8. 먼 길 떠난 자식 걱정하신 은혜.
9. 자식위해 모진일도 다하신 은혜. 10. 끝까지 사랑하시는 은혜.
그밖에 부모는 늙어서 죽을 때까지 자식 잘되기를 기원하고 자식의 모든 뒷바라지를 한다는 것과
자녀가 병이 나면 부모는 병이 난다는 것이며. 자녀가 부모의 은혜를 갚은 다는 것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할 수 없으며 부모에게 효행을 하면 천상에 갈 것이며 불효를 하면 지옥에 갈 것이라는 내용의 경이어서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보아야 할 경전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동요 중에 “어머니 은혜”도 그 가사가 모두 이 경전에서 추린 말이다. 조선왕조 22대왕
정조는 참화로 죽은 아버지사도세자를 수원 화성군에 능을 모시고 그 옆에 용주사를 세워 능사(陵寺)로
삼고 부모은중경비(父母恩重經碑)와 김홍도의 은중경불화(恩重經佛畵)를 모셔놓아 지금도 유명하다.
어느 정도 부모의 은혜와 자비를 알았으면 다음에는 마음과 행동으로 가는 길이다.
어느 법사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가 생각하기는 쉬워도 행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한 달에
한 번씩만 부모님의 발을 씻겨 드려 보아라. 계속하면 천하에 제일가는 효자가 되는 길이다.”
부모의 발을 물에 담그고 만지면 부모자녀간의 기(氣)가 통하고 부모의 육체가 한해 두해
세월 따라 늙어가는 피부를 몸소 마음으로 늙게 되어 즉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를 깨달을 때
효심을 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욕양이친불대(子欲養而親不待)”자녀가 효도를 생각하고 준비할 때 부모는 자녀의 효행을 기다리지
않고 떠나간다. “충효(忠孝)는 일체(日體)이며 효문(孝門)에서 충신이 나온다.”라고 했다.
효의 실천이 곧 나라 사랑의 길이며 충과 효는 같은 뿌리이다. 효자 상을 현대사회에서 강조
하는 가치는 인간존엄성 전락에 대한 치료제이고 물질만능의 사고방식에 대한 진정제로써 이기적
개인주의에 대항하면서 기능만을 인간평가의 전부로 생각하는 풍토에 대한 각성제가 되고 결국
충효사상은 현대산업사회에서 나타나기 쉬운 인간성의 상실을 막아주고 사회를 정화시키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기에 우리 모두는 동거 동락하는 운명체임을 깨닫고 효 사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데 힘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