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궁금해 하면서도 궁금증에 대한 솔직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 그것이 바로 ‘성(性)’이다. 누군가에게 물어보자니 왠지 낯부끄럽고 그렇다고 가만히 모른 척 하자니 궁금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이런 우리 학생들에게 은희진 교수의 ‘성과 심리’가 바로 열쇠가 될지니 이제부터 ‘성과 심리’ 수업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성과 문화’, ‘성과 결혼’ 등 성을 다루는 수업들이 각 학교마다 있지만 우리 학교 은희진 교수의 ‘성과 심리’는 수업명 그대로 조금 더 심리적인 측면에 맞추어 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희진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성과 관련된 심리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여학교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수강한 학생들이 성적주체성을 확고하게 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예를 들어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혼전순결에 대해서도 ‘뭐가 옳다 그르다’라는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주고 싶었어요.”
레포트를 내줄 때에도 이론적인 것보다는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하도록 ‘나의 사랑의 역사’,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 ‘사랑과 성의 관계’에 대해 기술해보도록 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심리적인 면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며 학생들도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다고 했다. 이론적인 부분보다도 실제적이고 경험적인 수업내용을 중시했기 때문에 콘돔을 직접 사오라는 과제도 있었다는데, 약국에서 사오라는 의도와는 달리 나중에 보니 학생들이 자판기를 많이 이용했더란다. 어떤 학생에게선 ‘콘돔사오라는 과제 때문에 엄마가 의심했다’는 마냥 웃지 못 할 문자도 왔었다고.
“오히려 이론적인 내용을 듣고 싶었던 학생들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과 학생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최대한 다루려고 노력했어요. 성과 관련된 시사적인 내용의 영상도 많이 봤고요. 그런 수업방식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낸 비결이지 않을까 싶어요.”
은희진 교수는 삼십대인 자신은 이 수업을 통해 보다 젊은 여성인 학생들과 소통하는 느낌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결혼을 하여 아이들도 있는 자신이기에, 남성위주의 가치관이 남아있는 사회에서 남녀불평등한 결혼생활 등을 경험한 실제적인 이야기도 해줄 수 있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것이 자신에게 큰 의미라고. 우리네 세상이 많이 개방적으로 변했다고들 해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직 대다수의 여학생들이 ‘생각보다 보수적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레포트에서 처음에는 말 못했던 점들을 갈수록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해주는 것이 기뻤다고 은희진 교수는 말한다.
“‘성과 심리’ 수업은 모든 학생들이 신청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3, 4학년 때 수업을 듣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하고나서 말이죠.”라고 말하며 은희진 교수는 웃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조금 수위가 높은 영화를 보여준 적도 있는데 한창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어린 학생들에겐 영상이나 수업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수위가 높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란다. 아직 어린 학생들보단 사랑을 겪어본 상급생들이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이나 이해를 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청량한 목소리로 수업내용을 또박또박 설명해주는 교수님을 따라 수업을 듣자면 내가 궁금했던 점도 알게 되고 성에 관한 내 생각도 차분히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 학기동안 ‘성과 심리’를 수강한 한 수강생은 아는 선배가 좋은 강의라고 추천해서 듣게 되었다며 수강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어 “수업이 영화나 다큐를 많이 활용되어서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그리고 수강생들이 적극적으로 발표를 하도록 유도해 주셔서 더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성과 심리’ 수업의 좋은 점을 꼽았다.
‘성’이란 우리가 쉬쉬거리며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알아야 할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우리에겐 ‘지식인’이라는 똑똑한 상담원이 있지만 이리저리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을 찾아 클릭할 수고도 필요 없이 교수님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성과 심리’가 있다면, 다음 학기에 수강신청 해볼 만하지 않을까?
글.사진_학생홍보팀 학생기자 이지현(국어국문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