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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죽도록 싫어하는 내게 남편이 트레킹을 권했다. 휴일이면 내 손을 붙들고 한 번이라도 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남편의 애원 아닌 애원에도 귀찮아서 혹은 죽도록 움직이기 싫어하는 몸뚱이를 핑계로 거절하곤 했다. 결혼 3주년, 못 이기는 척 남편을 따라나선 트레킹. 그냥 만사가 귀찮았던 나는 모든 시간이 빨리빨리 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할 일이 태산인데 저녁때 다리 엄청 붓는 거 아냐. 그냥 걷기만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동네 근처 마트를 갈 때도 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걷기를 싫어하는 나였다. 신두리의 넓은 길을 걸어 황금산에서 트레킹 코스를 밟고 멋진 바다를 감상하자는 남편의 말에 애써 기분을 업시키고 걸어보기로 했다. 살랑살랑 봄기운이 전해져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과 함께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걷자니 어느새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트레킹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새롭고, 마주치는 사람들이 정겨웠다. 현실적인 걱정으로 불편했던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 해변 트레킹을 위해 조금 험한 코스를 지날 때는 발 한짝 내딛기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곧 길에 적응했다. 자연 앞에서 우리 부부는 겸손해졌고, 넒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개운한 첫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벌써부터 내가 마주했던 자연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 다음에는 어디를 거닐어 볼까?” |
● 산을 둘러싼 바다, 충남 서산 황금산 트레킹
step 4 자신감 갖기 흙길, 돌길을 거쳐 드디어 몽돌해변이 펼쳐진 바다로 내려가는 길. 산길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출발할 때 그냥 운동화를 신겠다는 걸 굳이 등산화로 갈아 신으라라고 해서 남편에게 짜증을 부렸는데 돌길을 걷다 보니 새삼 등산화를 갖춰 신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막길이라 조금 수월했지만 오르막길보다 더 위험한 것이 내리막길이라고 한다.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 거의 뛰어 내려가다시피 하는 나를 남편이 진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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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봄 트레킹 코스 best 10 1 웅장한 산세와 산나물 트레킹 명소 양평 용문산 2 꽃길을 사뿐사뿐~ 남원 바래봉 철쭉 군락지 3 트레킹 후 소원 성취하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 산행 4 태고의 신비 제주도 거문오름 & 해안가 트레킹 5 빼어난 풍경의 완도와 보길도 동천석실 트레킹 6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양양 주전골 12폭포 트레킹 7 산행과 낙조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부안 월명암과 솔섬 낙조 8 진달래 군락지와 산림욕장이 있는 김포 문수산 9 비경 트레킹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영월 단종릉부터 정선 아우라지, 동면약수터 10 역사 유적과 함께하는 트레킹 천국 전남 순천 조계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