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30년간 반신불수로 투병 생활을 한 남편의 자살을 도운 아내가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남편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생명은 신의 영역이므로 인간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주장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그 근거를 서술하시오. (600자 내외)
[학생 글] <전주 풍남중 이진명>
(1)【뱅상욍베르의 ‘나는 죽을 권리를 소망한다’ 라는 책이 있다. 평범한 청년이었던 그는 교통사고로 손가락 하나만 움직일수 있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대소변도 혼자 치울 수 없는 그는 어머니 없이 생활 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어머니에게 짐이 되고싶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병으로 인해 가정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큰병에 걸리면 수술비와 병원비로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가망없는 자에게 그만큼의 돈을 쓴다면 병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2) 힘들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덴마크 에서는 안락사를 인정하고있다. 물론 충동적인 결정이 아닌 ‘치유 불가능한 병에 걸려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환자가 온전한 정신으로 안락사를 꾸준히 요청할 때’ 라는 조건을 두고 있다. (3)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는 사람은 고통스런 죽음이 두려울 것이다. 또한 (4) 누가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보이고 싶어할 것인가. 자신의 의지가 있고, 가족들의 동의가 있다면 안락사를 고려 해볼 수 있다.
간혹 죽을권리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안락사를 인정하는 나라에가서 죽는 일이 있다. 안락사를 인정해주지않아 조국이아닌 머나먼 타지에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5)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자아를 가진 성인이라면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 생명이 소중한 것일지라도 그 생명을 소유자가 삶의 의욕을 잃는다면 육체는 그저 영혼 없는 빈 껍데기일 뿐이다. (6) 인권이 있기에 죽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학생 글 첨삭]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통스러운 삶을 막연히 연장하는 것이 환자에게 무의미하고, 가족에게는 경제적·심리적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환자의 고통이 배가될 수 있으므로 환자가 생명 선택권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학생만이 생명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므로 고통이나 행복 추구권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논제에서 예로 든 것은 절망적 환자였는데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학생들이 단순한 자살 문제로 일반화한 점도 아쉬웠다. 출제 의도와 논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진명 학생은 배경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설득력을 높였다. 다만, 도입부에서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곧바로 근거를 제시한 점과 감정에 호소한 글쓰기는 고쳐야 할 점이다.
(1) 근거 제시로 서두를 시작하기보다는 이에 앞서 ‘상황과 주장’을 제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최근 30년 간 투병 생활을 해온 남편의 죽음을 아내가 도운 사건을 둘러싸고 안락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죽음 자체를 꼭 죄악으로만 간주해야 하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 모두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추정적인 말보다는 단언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 ‘힘들게 된다.’
(3) 주장하는 내용과 논리적 연계성을 갖도록 고쳐 본다. → ‘~힘들게 연명하는 사람은 죽음 못지않게 삶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4)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보이고 싶은’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고, 주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한다. → ‘(그는) 누구에게도 꺼져 가는 자신의 생명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 안락사를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한다.’
(5) 논술문이 연설문과 다른 점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서문으로 바꾸어 본다. → ‘이것은 매우 비참한 일이다.’
(6) 인권과 죽을 권리 사이를 인과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죽을 권리가 인권에 포함되는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둘째와 셋째 문단에서 우리나라에도 안락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했으므로 마지막에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 ‘인권 속에는 죽을 권리도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안락사를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