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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 I, II』,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병훈·박시룡 옮김, 민음사, 1992, 축소판
『Sociobiology: The new synthesisI』, Edward O. Wilson, Belknap Harvard, 25th anniversary edition, 2000
번역본은 축소판인 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원서는 원판이다. 하지만 번역을 검토한 부분은 원판과 축소판이 똑같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인간의 사회행동에 관한 장(이 축소판에서는 제26장)은 그것이 주는 비상한 흥미와 해설로 말미암아 조금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 (『사회생물학 I』, 3쪽)
옮긴이 이병훈은 이 책을 번역함으로써 사회생물학을 최초로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것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많은 분량과 내용의 어려움으로 결국 책이 출간된 것은 1992년 12월, 번역을 시작한 지 8년만이었다. 내용이 생물학의 여러 분야는 물론 철학, 사회학까지 걸쳐 있어서, 후자에 어두운 옮긴이들에겐 걸리는 데가 많아 문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사회생물학 대논쟁』, 176쪽, 이병훈의 글 중 『사회생물학 I, II』 번역 출간에 대한 이야기)
고난의 행군 좋아하시네. 당신들이 엉터리로 번역한 덕분에 고난의 행군은 이 번역본을 읽을 독자들이 하게 생겼다. 철학과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번역이 어려웠다고? 내가 보기에는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 부족하거나 너무 성의가 없어서 번역이 개판이다.
한국어판 기준으로 5쪽 정도 번역을 검토하다가 더 이상 검토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아래에 있는 상세한 번역 비판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생물학 대논쟁』에 실린 이병훈의 글을 보면 자신이 사회생물학을 소개하는 글을 여러 편 써서 논쟁에 기여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나는 이병훈의 글을 본 기억은 없다. 당장은 “번역이나 제대로 하시지”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물론 번역을 개판으로 한다고 글도 개판이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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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박시룡(641쪽): 거시적 관점에서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은 각각 생물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고, 역사, 傳記 그리고 픽션은 인간사회학에 대한 조사서가 되며, 또 인류학과 사회학은 단 한 종의 영장류에 관한 사회학이 된다.
Wilson(547쪽): In this macroscopic view the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shrink to specialized branches of biology; history, biography, and fiction are the research protocols of human ethology; and anthropology and sociology together constitute the sociobiology of a single primate species.
l “this macroscopic view”에서 “this”를 빼먹고 “거시적 관점”이라고 번역했다. 그냥 거시적 관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 문장에 나오는 “in the free spirit of natural history”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this”도 빼먹지 않고 번역해야 한다.
l “humanity”는 “인문과학”보다는 “인문학”이 어울린다. 예컨대 도덕 철학이나 예술 비평은 인문학에 속하지만 인문 과학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l “specialized branches”를 그냥 “한 분야”라고 번역했다. “specialized”를 빼 먹었다.
l “research protocol”을 “조사서”라고 번역했다. “연구 계획안”이 더 정확한 번역이다.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시안이라는 뜻으로 쓴 것 같다.
l “human ethology”를 “인간사회학”이라고 번역했다. “ethology”는 “사회학”이 아니라 “행태학” 또는 “동물행동학”이다.
l “sociobiology(사회생물학)”를 “사회학”이라고 번역했다. 실수로 보인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너무 많이 나온다.
이병훈·박시룡(641쪽): 아프리카에 일찌기 호모가 살았던 것 외에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類人猿이 살았을 당시 2종 또는 그 이상의 人科의 種들과 함께 존재했었다.
Wilson(547쪽): Two or more species of hominids did coexist in the past, when the Australopithecus man-apes and possibly an early Homo lived in Africa.
l “possibly”를 빼먹었다. 원문의 조심스러운 표현이 단정적 표현으로 바뀐 것이다.
l “man-apes”를 “類人猿(유인원)”으로 번역했다. 엄밀히 번역하자면 “인간-유인원”이다. 인간과 유인원의 중간이라는 뜻인 듯하다.
l “early”를 “일찌기”라고 번역했다. “살았던”을 꾸미는 말로 잘못 안 것이다. “early Homo”가 한 쌍이며 “초기 호모”라는 뜻이다.
이병훈·박시룡(641쪽): 그러나 그 가운데 오직 하나의 진화 계통만이 후기 빙하기까지 생존하여 가장 발달한 인간의 사회적 특성의 출현에 참여했다.
Wilson(547쪽): But only one evolving line survived into late Pleistocene times to participate in the emergence of the most advanced human social traits.
l “Pleistocene”는 “빙하기”가 아니라 “홍적세”다.
이병훈·박시룡(642쪽): 현대의 인간이 왜 <벌거벗은 원숭이>였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Wilson(547쪽): It is still not known why modern man is a “naked ape.”
l “ape”는 “원숭이(monkey)”가 아니라 “유인원”이다. 사회생물학을 다루는 책에서는 이런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이병훈·박시룡(642쪽): 인간이 벌거숭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몸의 열기를 식히는데 예외적이라 할 만큼 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되는데 인간의 몸은 다른 어떤 영장류보다 훨씬 더 많은 2백-3백만개의 땀샘을 갖고 있는 것이다.
Wilson(547쪽): It is associated with man’s exceptional reliance on sweating to reduce body heat; the human body contains from two to five million sweat glands, far more than in any other primate species.
l “five”는 “3”이 아니라 “5”다.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이런 식의 실수를 이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병훈·박시룡(642쪽): Homo sapiens의 생식, 생리 및 행동 또한 특이하게 진화하였다.
Wilson(547쪽): The reproductive physiology and behavior of Homo sapiens have also undergone extraordinary evolution.
l “reproductive physiology and behavior”는 “생식, 생리 및 행동”이 아니라 “번식[생식] 생리와 번식 행동”이다.
이병훈·박시룡(643쪽): 구세계 원숭이와 유인원 각 종들은 可塑性인 사회 조직을 형성해 온 것에 비해 인간은 여러 가지 인종적 특성을 각기 살리는 다양한 종족으로 발전해왔다.
Wilson(548쪽): Individual species of Old World monkeys and apes have notably plastic social organizations; man has extended the trend into a protean ethnicity.
l 여기에서는 “원숭이”와 “유인원”을 제대로 구분해서 번역했다.
l “notably”를 빼먹었다.
l “비해”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이 원숭이와 유인원의 그런 경향을 확대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trend”를 빼먹고 번역했다.
l 원문에는 “ethnicity”만 나오는데 번역문에서는 “인종”과 “종족”이 나온다.
이병훈·박시룡(644쪽): 구세계 원숭이와 유인원은 공격과 성적 상호작용을 조정하는 데 행동학적 척도를 이용하고 있으나 인간에 있어서 그 척도는 다차원적이며 문화적으로 조절될 수 있고 또 한없이 세밀해졌다.
Wilson(548쪽): Monkeys and apes utilize behavioral scaling to adjust aggressive and sexual interactions; in man the scales have become multidimensional, culturally adjustable, and almost endlessly subtle.
l 원문에는 “구세계”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굳이 이런 단어를 삽입하지 않아도 된다.
l “behavioral scaling”를 “행동학적 척도”라고 번역했다. 도무지 그 뜻을 알 수 없는 번역이다. “행동의 정도[크기, 비율] 조절”이라는 뜻인 듯하다.
이병훈·박시룡(644쪽): 비교사회생물학의 과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이러한 역할과 특징을 가능한 한 면밀하게 추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Wilson(548쪽): It is the task of comparative sociobiology to trace these and other human qualities as closely as possible back through time.
l 원문에는 없는 “역할과”가 난데 없이 삽입되었다.
이병훈·박시룡(644쪽): 이 작업은 전망을 더 밝게 한다든가 혹은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이외에도 각 인류가 사회 조작을 통해서 다윈의 적응도를 증가시킬 수 있었던 행동과 규칙들을 알아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Wilson(548쪽): Besides adding perspective and perhaps offering some sense of philosophical ease, the exercise will help to identify the behaviors and rules by which individual human beings increase their Darwinian fitness through the manipulation of society.
l “adding perspective”를 “전망을 더 밝게 한다”로 번역했다. 새로운 전망 즉 새로운 접근법을 추가한다는 이야기다.
l “ease(용이함)”을 빼먹고 “철학적인 의미”라고 번역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철학적으로 용이하게 한다”는 뜻인 것 같다.
l “individual human beings”는 “각 인류”가 아니라 “개인”이다.
이병훈·박시룡(645쪽): 그룹의 크기, 계층구조의 성질들, 그리고 유전자의 교환속도 등을 포함하는 사회조직들의 매개변수들은 어떤 다른 영장류 사이에서보다 인간의 집단들간에서 변이가 훨씬 크다. 즉, 인간의 집단 사이에서의 변이가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의 종들 사이에서보다 크게 나타난다.
Wilson(548쪽): The parameters of social organization, including group size, properties of hierarchies, and rates of gene exchange, vary far more among human populations than among those of any other primate species. The variation exceeds even that occurring between the remaining primate species.
l “population”을 “집단”으로 번역했는데 “population(개체군)”과 “group(집단)”을 구분해서 번역하는 것이 좋다.
l “among those of any other primate species”를 “어떤 다른 영장류 사이”라고 번역했는데 “다른 어떤 영장류 종의 개체군들 사이”라는 뜻이다. 번역문만 보면 원문에서 의도한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
l “even(심지어)”을 빼먹었다.
l “즉”은 어울리지 않는다. 앞 문장에서는 “영장류 한 종의 개체군들 사이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뒤의 문장에서는 “영장류 종 사이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문장이 등가임을 뜻하는 “즉”으로 연결할 수 없다.
이병훈·박시룡(645쪽): <쿵-부쉬맨 !Kung-bushman>들의 한 작은 종족에서도 지도자와 그리고 사냥꾼과 치료사들 가운데 아주 뛰어난 전문가들인 <상류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개체들이 있다.
Wilson(549쪽): Within a small tribe of !Kung Bushmen can be found individuals who are acknowledged as the “best people” – the leaders and outstanding specialists among the hunters and healers.
l 앞에서는 “ethnicity”를 “종족”으로 번역하더니 여기에서는 “tribe”를 “종족”으로 번역했다. “부족”으로 번역하는 것이 낫다.
l “best people”을 “상류사람들”이라고 번역했는데 “가장 나은 사람들”이 더 어울린다.
l “individual”를 “개체”라고 번역했다. 엄밀히 말해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개인”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병훈·박시룡(645쪽): 즉, 장기간에 걸친 긴밀한 사회화 기간, 의사전달망의 자유로운 연대성, 개체간 유대의 다양화, 특히 고도의 문화권들 내에서의 장거리와 역사적 시기에 걸친 의사소통의 능력, 그리고 이들 모든 특성으로부터 나오는 기만, 조작 및 이용하는 능력들이다.
Wilson(549쪽): the long, close period of socialization; the loose connectedness of the communication networks; the multiplicity of bonds; the capacity, especially within literate cultures, to communicate over long distances and periods of history; and from all these traits, the capacity to dissemble, to manipulate, and to exploit.
l “loose connectedness”를 “자유로운 연대성”이라고 번역했는데 “느슨한 연결”이라는 뜻이다.
l “literate cultures”를 “고도의 문화권들”이라고 번역했는데 “문자를 쓰는 문화권들”이라는 뜻이다.
l “exploit”를 “이용하는”로 번역했는데 “착취하는”이 더 엄밀한 번역이다.
이덕하
201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