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 거주하고 있는 전 롯데 야구선수 정학수씨(47). 특유의 타격폼으로 80년대 중후반 최동원 김용희 김용철 등과 함께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 배트 대신 골프채를 들고 본고장 미국의 그린을 누비며 3년 뒤 시니어 PAG 투어 참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시니어 PGA는 만 50세부터 자격이 주어진다.
정씨는 8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2001년 PGA(미국프로골프) 티칭프로 라이선스를 따내며 PGA 정식멤버가 됐다. PGA 멤버는 1916년 설립된 PGA 87년 역사 동안 전세계적으로 2만 9,000여명에 불과할 만큼 어려운 관문이다.
정씨는 “통과해야 하는 5∼6개 과정마다 PGA에서 두고 있는 검사관의 까다로운 합격증을 받아야 한다. 프로숍 운영경력은 물론 토너먼트 대회운영,경기진행까지 그야말로 골프장 하나를 자유자재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됐을 때 주어지는 자격이다”며 “한국인에게는 한 개 과정마다 숙지해야할 5∼6권의 두꺼운 전문 원서와의 씨름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하루 24시간 골프채를 잡고 살아도 길게는 5∼6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PGA 멤버과정을 2년 안에 끝낸 그의 억척스러움이 엿보인다.
정씨는 요즘 넉넉한 생활은 아니지만 골프 스쿨에서 시간당 12달러 정도의 보수를 받으며 한국인 꿈나무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각종 PGA 마이너대회에 참가하며 시니어 PGA 참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정씨는 ‘한국에서 생활했으면 야구 지도자로 편히 살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남들과는 분명 다르게 살고 싶었고,지금은 그 꿈을 이뤘다”며 “3년 뒤 시니어 투어에서 당당히 한국인을 대표로 활동할 것을 생각하면 더욱 뿌듯하다”고 밝혔다.
정씨는 또 “정지된 공을 쳐낸다고 야구보다 쉽게 보면 안된다. 중요한건 어느 날 갑자기 모든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야구와 가장 다른 점이다. 그야말로 한순간도 내 자신을 게을리할 수 없다”며 새로운 인생에 대한 도전정신과 집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