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부가가치세 (value added tax/VAT)가 없습니다.-그 이유는

미국에는 부가가치세 (value added tax/VAT)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신 판매세 (sales tax) 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한국은 부가가치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미국은 판매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소비세의 일종이며, 간접세입니다. 그러나 납세자, 세금의 징수 방법 등에서 여러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판매세가 구시대의 방식이니 이를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판매세는 최종 생산물 판매자만 세금을 내는 것 입니다 (세금을 부담하는 이는 최종 소비자이고, 납부하는 이는 최종 생산물 판매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는 나무를 길러서, 그 나무를 잘라다가 파는 원재료 생산자 입니다. 나무 막대기 한 개당 1000원씩에 B에게 팝니다. 만약 B가 구입한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최종 소비자라면, 나무 막대기 가격에 판매세 (세율을 10%라고 가정하죠) 100원이 붙어서 1100원을 지불해야 하고, A는 이중 100원을 국가에 납부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조금 복잡하게, B가 목각인형 생산자라고 해보지요. A에게서 산 나무를 가공하여 인형을 만들어서 개당 2000원에 인형소매업자 C에게 팝니다. C는 500원의 이윤을 붙여 가격을 2500원으로 정합니다. 최종 소비자 D는 인형 가격 2500원에 판매세 250원 (2500원x10%)을 합한 2750원을 지불합니다. 인형소매업자 C는 자신의 매출액중 250원을 국가에 납부합니다. A - B : 1000원 (최종가격) B - C : 1000원 (원재료가격) + 1000원 (이윤) = 2000원 (최종가격) C - D : 2000원 (원재료가격) + 500원 (이윤) + 250원 (판매세) = 2750원 (최종가격) 재화나 용역이 생산되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는 위의 예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최종 단계에만 세금이 부과되므로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부가가치세입니다.   위의 예를 그대로 적용해 보지요 (부가가치세 = 10%) A – B : 1000원 + 100원 (VAT) = 1100  (최종가격) B – C : 1100원 (원재료가격) + 1000원 (부가가치) + 100원 (VAT) = 2200원  (최종가격) C – D : 2200원 (원재료가격) + 500원 (부가가치) + 50원 (VAT) = 2750원  (최종가격)   판매세와 부가가치세중 부가가치세가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도 하고요. 미국은 판매세 제도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미국이 왜 아직도 비합리적인 판매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길어집니다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판매세가 연방정부세가 아니고 주 정부, 지방 정부의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연방정부에서 부가가치세를 도입하자고 정책을 세운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학계에서는 부가가치세 도입에 대한 활발한 주장이 있고, 미시간 주처럼 변형된 형태의 부가가치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왜 미국의 판매세는 상품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걸까요? 세금이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는 측면도 있지만, 최종 가격 설정의 편의성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미국의 판매세는 국세 (federal tax)가 아닙니다. 따라서 각 주 (State) 마다 세율이 다르고,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 (County, City 등)가 각각 정한 세율에 따른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바로 이웃해 있는 도시마다 최종 상품의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품가격 (세금을 포함한 최종 상품가격)을 도시마다 따로 정해서 가격표를 붙여야 하는 불편함이 생깁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가가치세는 국세입니다 (지방세라 할지라도 같은 세율을 적용하고 국가에서 징수하여 지방정부에 재배분함). 그러므로 굳이 상품가격과 세금을 따로 구분하여 계산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EU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예 세법에 부가가치세를 가격에 포함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참고문헌 Mitchell, Daniel J.,  Beware the Value-Added Tax,  "Backgrounder,"  No.1852, 2005. Wikipedia, Sales taxes in the United States Wikipedia, Value added tax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제도 - 부가가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