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것을 '버스킹'(busking)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주요한 도시들에는 버스킹이 도시 풍경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죠. 이제 한국의 서울도 버스킹에 있어서는 상당히 활성화된 도시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서울의 버스킹 현장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지난 10여년간 서울을 방문했던 국제적인 락 밴드들은 한국의 관중들만큼 잘 놀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관중들도 드물다고 하는 소감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버스킹 현장에서도 한국의 관객들(혹은 행인들)은 신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연주를 하고 있는 뮤지션들을 압도하는 경우까지 존재합니다. 아마도 관객의 호응도만 놓고 보면, 이제 서울의 버스킹도 거의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입니다.
롤랜드 큐브 스트리트가 가져온 길거리 혁명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버스킹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쿠스틱 기타를 위주로 한 소음량의 조촐한 공연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버스킹은 그 다양성과 음량의 파워 면에서 전세계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무엇보다도 일본의 전자악기 생산업체 '롤랜드'(Roland Corporation, ローランド株式会社) 사가 근년에 출시한 앰프 제품인 '큐브'(Cube) 시리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큐브 시리즈는 일종의 소형 앰프인들데요, 그 작은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정교한 음색과 음량을 제공합니다. 가격 또한 수십만원대로서, 주머니가 얇은 젊은 뮤지션들이 아주 많은 부담 없이도 장만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특히 큐브 시리즈의 대명사가 된 '큐브 스트리트'(CUBE STREET) 모델은 기타 1대와 마이크 1대를 동시에 꽂아서 사용하는데도 음의 찌그러짐 현상이 거의 없고, 마이크에는 각종 이펙터 효과도 걸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단 1번의 밧데리 충전으로 무려 10시간 이상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이르면 거의 할 말을 잃게 됩니다(공식적으로는 최대 15시간이라고 홍보).
그리고 마치 여행용 가방처럼 생긴 케이스에 담아서 바퀴를 이용하여 가볍게 핸드 캐리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은 버스킹 뮤지션들에게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발길을 옮길 수 있도록 합니다.
불과 2~3년만에 전세계 길거리 문화의 지형을 바꿨다는 점에서, 저는 이 제품이 21세기 10대 발명품 중 하나로 기록돼야만 하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사진) '큐브 스트리트'의 카탈로그 사진(상) 및 버스킹 현장에서의 사용 모습(하).
사실 롤랜드 사가 이 작은 앰프의 성능을 놀라운 수준으로 만든 것도 중요합니다만, 이들이 어떻게 길거리 뮤지션들이란 시장을 타겟으로 했던 것인지, 그 제품 개발의 기획의도가 더욱 놀라울 따름입니다.
롤랜드가 큐브 시리즈들을 내놓자, 기존에 버스킹을 즐기던 포크 뮤지션이나 기타리스트들 뿐만 아니라, 상당한 양의 장비들을 갖춰야만 공연이 가능했던 각종 밴드 뮤지션들이나 클럽형 DJ들도 가벼운 마음과 준비만으로도 삼삼오오 길거리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버스킹 뮤지션의 시장 자체가 몇배로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이 아마도 지난 2~3년간에 이뤄진 커다란 변화로 생각됩니다.
다양한 공연들
그러면 이제 버스킹의 현장들로 다가가 보겠습니다. 먼저 홍대 로데오 골목에서 어느날 새벽에 이뤄진 공연부터 보시죠.
(동영상) 포크송을 잘 부르던 스웨덴 아가씨가 가세한 공연. 2012년 7월의 어느날.
(동영상) 지나가던 젊은이들이 춤을 추며 동참한 모습. 이들은 클럽에서의 흥분을 그대로 간직한 채 버스킹 현장으로 오곤 한다. 하지만 이날 너무도 신이난 춤꾼 관객들이 불법(?)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심지어는 경찰관 아저씨들의 순찰차까지 친절(?)하게 안내한 덕분에, 얼마 후 되돌아온 순찰차에 의해 이 공연은 강제 해산당하고 말았다. ㅠ.ㅠ 이곳은 원래 거의 보행자 전용도로만큼이나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곳인데, 이상하게도 이날은 수시로 차량들이 오갔다. 아마도 한가한 여름밤에 손님을 찾아 헤메이던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고 달려오셨으리라...
그런가 하면, 주차장 한쪽의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자신들의 시간을 즐기는 뮤지션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동영상) 2012년 6월의 어느 날, 보사노바 풍의 멋진 자작곡을 들려준 2인조. 이들은 원래 어느 락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드러머라고 한다. 이들은 유일한 관객이었던 필자를 위해 촬영에 협조해주었다.
위의 동영상에서 좌측의 드러머가 연주하는 악기는 원래 페루의 민속악기였던 카혼(cajon)이란 악기인데요, 최근 버스킹 공연에서 아프리카 악기인 젬베(Jembe)와 함께 타악기 주자나 드러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대용 리듬 악기입니다(젬베는 이 게시물의 맨 마지막에 소개되는 밴드 시에스타의 공연을 참조할 것).
여담입니다만, 저도 최근의 음악계 사정에는 무지했기 때문에, 처음 카혼을 보고 젊은이들이 포장마차에서 사용하는 의자를 들고 온줄 알았더랬습니다. 그리고는 "기가 막힌 발상"이라고 속으로 감탄한 적이 있었죠.. 꼭 포장마차 의자처럼 생겨서 말이죠.. ㅠ.ㅠ
하여간, 저 의자처럼 생긴 나무통(=카혼)이 생각보다 비쌉니다.. 좋은 것은 100만원도 넘는다네요 ㅠ.ㅠ
한편, 한국에서 '버스킹의 성지'라고 하면 아마도 홍대 정문 앞에 위치한 놀이터를 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언제나 다양한 뮤지션이나 DJ들과 댄서들, 혹은 각종 퍼포먼스를 즐기는 이들로 넘쳐납니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여기저기에 무대가 형성되면서 입추의 여지가 없죠.
그런데 가끔은 아주 색다른 이벤트도 진행됩니다. 이번에 보실 동영상은 일명 '인간 샌드백'이라는 이벤트(?)인데요. 전문적인 권투선수가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1만원을 받고, 그 고객에게 맞아주는(?) 이벤트입니다. 가령 헤드기어를 쓴 선수가 양손을 전혀 안 쓸 경우엔 1만원에 1분, 왼손 잽으로만 견제할 수 있는 경우엔 3분 1라운드 같이 다양합 옵션의 선택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하여간 다소 황당한 그런 이벤트입니다.
(동영상) '인간 샌드백' 이벤트에서 이런 전문성을 지닌 손님이 나타나면 상당히 곤란할듯하다.
마지막으로 보실 공연은 요즘 한국 최고의 젊은이들의 거리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는 이태원의 밤거리 풍경입니다. 이곳은 홍대앞보다 버스킹 뮤지션들의 수는 적지만, '시에스타'(CIESTA)라는 밴드가 주말이면 어김없이 이곳에서 흥을 돋구어줍니다.
그럼, 밴드 시에스타의 흥겨운 공연 모습을 보면서, 서울의 버스킹 여행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이태원답게 분위기가 완존히 뜹니다~~
(동영상) 이태원의 새벽엔 모두들 클럽에서의 흥겨움을 그대로 거리로 안고 나온다. 이태원의 한 풍경으로 자리잡은 '밴드 시에스타'(Band Siesta)는 드러머가 버스킹을 할 때 젬베를 사용하며, 여타 멤버들은 각 악기별로 롤랜드 '큐브' 시리즈의 다양한 모델들을 사용하고 있다. 2012년 8월 4일 새벽에 촬영.
(동영상) 시에스타의 이날 밤 공연에서는 뮤지션들과 관객들이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 연출됐다.
첫댓글 무더운 여름밤...
괜히 집에서 에어컨 전기 낭비하지 마시고요...
편의점에서 소주 2병과 PT병 맥주 대자 1병, 그리고 종이컵 20개 사들고..
이태원의 여름 밤거리로 나가보세요~
(안주까지 사는 건 살짝 촌스런 일이겠죠 ^ ^)
자신의 상황에 알맞게(1천원부터 1만원까지, 혹은 그 이상도 말리진 않음.. 동전도 가능..)
버스킹 뮤지션의 기타 박스에 지폐부터 동전까지 살며시 밀어넣은후..
소주에다 맥주를 말아서..
주변의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잔을 돌려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그곳에 있습니다 ^ ^
10년 묵은 체증이 그냥 씻겨 내려가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저는 지난 4~5년 사이에
한국사회에서 수준이 발전한 분야는
클럽문화 하고 버스킹 문화가 확산된 것 밖에는 없지 않나 싶어요...
이 분야들이라도 발전이 안 되었으면..
이 험난한 21세기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또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말이죠...
돈 없으면
재밌게라도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