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입구의 나팔꽃>
좀은 이른 아침,
낚시 가자는 두 남자를 뒤로하고 씩씩하게 압구정을 도착했지만
유난히 굵게 이는 바람에 이파리 큰 프라타너스만 이리저리 뒹굴 뿐,
아침에 갑자기 고장 나 버린 야수버스를 대신해서 올드한 현다우 버스만 느즈막히 도착한다.
급히 오는 바람에 커피도 못 싣고 오셨다니,,
오늘 압구정 커피는 뜻하지 않은 임시휴일이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은 따스한 차 한 잔이 몹시도 그립구만...쩝!!
간간히 자판기 커피를 공수해 나눠 마시기도 하고, 보온병에 타 온 보이차를 나누어 마시기도 하며
갑자기 다가 온 싸늘함을 정으로 감싸 마시고,
온 세상이, 온 가을이 내 것인양 모두들 잔뜩 기대에 찬 얼굴들로 서울을 떠난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넉두리 아닌 넉두리로 금새 파주 가까이에 온 듯 하다.
야산을 타고 이어진 저수지와 흐르는 계곡물이 하늘을 감싸 안아 그 위로 구름이 둥둥 떠 다닌다.
그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저수지 수면이 우리들을 반기고,
노랗게 더 노랗게,
붉게 더 붉게 물들어 가는 초목들이 가을을 둥글게 노래하며 버스와 나란히 달리기를 한다.
좀은 허름해 보이는 식당에 짐을 풀고, 모두들 삼삼오오 길을 떠난다.
마치 밤 새 좋은 꿈을 꾸고 산삼이라도 캐러 가는 심마니처럼.......
불과 얼마 전 까지도 황금빛 파도를 일렁이던 논에는
그동안의 고단함을 내려놓은 채 쉬고 있는 볏단들이 넉넉하고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어디에선가 나는 연기 냄새를 따라 몇 발짝 아래로 내려 가보니 작은 실개천이 얌전히 흐른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따라 무언가를 말리고 계시는 젊은 할머님,
그 할머님의 아들쯤 되어 보이는 착한 청년은 연신 경운기로 비료 포대를 실어 나른다.
심장을 다 태워 버릴 만큼의 붉음으로 치장한 맨드라미,
튼튼한 줄기에 곧게 매달린 채, 계절의 변화 앞에 고개를 떨구는 큼직한 해바라기...
앙상한 가지에 발갛게 익어가는 감이며, 대추며....
여유부리는 나와는 달리 여기저기에서 이젤 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뚜벅뚜벅 저수지 쪽으로 발을 돌리니, 어김없이 살아서 펄떡 거리는 월척을 낚는 화가들로
북적이니, 그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
꼬르륵~
허름한 외모와는 달리 커다란 뚝배기에 턱!! 하니 차려진 점심상이 제법 먹음직스러운데,
옆에 앉은 박 ㅇㅎ 샘. 청국장 한 숟갈 듬뿍 덜어 이것저것 넣어 쓰ㅡㅡ으으으쓱~~비벼
먹어야 한단다.
갓 구운 자반 한 마리가 게 눈 감추듯 없어지고, 한 ㅈㅅ 샘의 먹음직스러운 과일은
또 후식으로 더할 나위가 없어 모두들 허리띠를 풀어본다.
엉덩이 따끈따끈한 온돌방 식당이니 일어나기가 엄동설한에 화장실 가기보다 더 싫어하는
눈치들을 참기름에 비벼 먹으며 식사를 마친다.
오전에 벌써 저수지를 완성한 윤 ㅎㅇ 샘만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가끔 모든 이들의 그림들을
공짜로 관람하고 다닐 뿐, 모두들 제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않고 가슴을 열어 가을을 그린다.
햇살을 삼켜버린 하늘이 몸을 으스스 움츠려들게 해도,
세 찬 바람에 이젤이 와장창 넘어가고,
판넬이 두어 번 바닥에 내동댕이를 쳐도 말이다.
익어가는 가을날의 산고로 태어난 그림들을 전시하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하루의 고단함을 차창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부치는 이,
아쉬운 이별에 침을 튀어 가며 수다를 떠는 나 같은 이,
하나라도 더 먹여 보겠다고 애써 입에 넣어 주시고,
또 나눠 주시는 이를 태운 버스는 엉금엉금 압구정을 도착하고,
어느새 캄캄해진 서울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저만치 압구정의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들녀석이 나를 부른다.
웬 종일 잡은 망둥어 한 마리를 자랑스럽게 내 보이며.......^^
< 發郞저수지 사생에 참여하신 분들 >
곽경진(감사) 김나현 (부회장) 김명숙 김명식 김병길 김용선 나경심 박노해 박은미 박인희 박재순
박정식 박춘매 성영혜 손명환 손요왕 (수석부회장) 손흥식 송혜선 안모경 오숙현 유병화 윤혜언
윤희자 이연형 이옥정 이용환 (자문) 이원희 이은정 이준호 이춘오 정병미 정윤하 정인재 조순희
지송자 최경련 최정웅 추연태 한정선 한필균(자문) 홍종빈(부회장)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이상 41 명!!^^
잘~먹었습니다!!
한정선 회원님ㅡㅡ 포도 + 방울토마토 + 박카스 5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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