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
초조하게
손에 깍지를 끼고 까페에
앉아있는 지민...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하다...
명... 윤...하....
내...
약..혼..녀...
물론 그의 의지는 아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전에
짝지워둔 것...
반항할 의지도.. 아무것도 없던..
그냥.. 될대로 되라하던..
그..때의.. 그 여자...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석.. 알면..분명.. 오해할텐데...
"윤.....지민?"
붉고 긴 생머리..
딱 달라붙는 섹시미가 돋보이는
검은색 옷을 입은 여자가
지민에게 말을 건다.
"..오랫만이군.."
"역시.. 지민씨 맞구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며
그의 맞은편에 앉는 윤하.
"갑자기 한국엔 무슨일이야?"
"피이..여전히 냉정한건 여전하구나?
무슨 일이긴..
어머님 소식듣구 달려온거지...
많이.. 힘들었지?"
"... 뭐 그냥.."
"힘든거 다 알아..
그래서 내가 왔잖아..^^
우리 지민씨 위로해주려고..."
하면서 옆에 끌고 있던
큰 여행가방을 슬그머니 보여준다.
".. 난 괜찮으니까..
미국으로 돌아가. 학교
계속 다녀야 하잖아."
"응? 몰랐어? 나 휴학하고 온거야..
오빠하고 계속 같이 있을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짐 싸들구 온거지..^^"
... 뭐... 라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린 지민..
"아, 맞다. 그리고 오빠 집에
가정부 두고 있어?"
"..!!
어..어떻게 알아..?"
"응? 아까 전화했었잖아..
어떤 여자가 받더니 가정부라고
하더라고...
뭐 그런일에 돈을 쓰구 그래?
돈 나갈 걱정은 하지마..^^
내가 내보냈으니까.."
"뭐..뭐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지민..
"에고.. 왜그렇게 놀라?
아직 계약금이 남았다고
하길래 내가 준다고 했어.
누구신데 준다는 말씀을
하시냐길래
약혼녀니까 라고 했고..
뭐가 잘못된거야? 응?"
"제길..!!!"
거세게 뛰어나가는 지민..
그리고 놀라 뛰는 지민을
바라보기만 하는 윤하.
바..바보녀석..!!
왜 말을 안한거야..!!
젠장.. 다 알고 있었다는 거 아냐..!!
[잘은 모르겠지만..
명....윤하씨라고...]
아직 안간거지? 그렇지?
가지마.. 제발..
나한테 한마디 물어라도
봤어야 할 것 아냐..!!!
[콰아아앙----!]
현관문을 열어제치는 지민..
.... 없...다 ....
"제..제길...!!!!"
[쾅!!!]
손으로 현관문을 쳐댄다.
요란하게 온 집안을 울리는 굉음..
"뭐..뭐야, 지민오빠..
가정부.. 내보낸 게 그렇게
잘못한거야?"
언제 따라왔는지 그의 뒤에
서있는 윤하..
잠시 서있던 지민..
다시 밖으로 튀어나간다.
"지..지민오빠..!!"
[누구..시길래
제게 계약금을 주시겠다는 건지..]
[나요? 아.. 아직 말을
못들으셨나보군요...
나..윤지민씨 약혼녀거든요..]
[..... 네...?]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그리로 넣어드리죠, 돈..]
약.. 혼...녀.....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왜 나는 가정부라고 대답했을까..
하긴.. 그 말이 아니면..
다른말로 대답할 말도 없는걸..
약혼..녀라...
물론.. 이사님의 의지가 아니겠지..
나도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어..
부잣집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정혼자를 정해둔다고...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어른들 입으로..
알아.....
아는데....
난... 그 여자에게...
아무런 말도... 못했어...
나가라는 말에... 고개숙이며
알았다고만 했어..
난... 도망치고 있는걸까...?
피하고.. 싶은거야..?
[투둑.. 툭...]
콧잔등에 하나둘씩 내려앉는 빗방울..
큰일이다...
집은 넘어갔고.. 여관이라도 잡아야
할텐데...
유림은 짐이 든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 겨우 어느 건물 앞
게단에 쪼그리고 앉았다.
난.. 비.. 에.. 약한데...
어려서부터 폐렴에 자주 걸리곤
했었기 때문에
비에 에민하게 반응하는 유림이다.
오도독..오도독..
입술을 떨려오고 있었다..
추... 워....
"쳇... 내가 식용유나
사서 나르는 꼴이라니..."
투덜투덜 대며 편의점에서
나오는 신우.. 손에는
하얀 비닐봉투가 들려있다.
"가정부 아줌마는 하필 오늘같은 날
휴가를 가고 난리람.. 젠장.."
우산속에서 빙글빙글 비닐봉지를
돌리며 길을 걷는데..
건물 앞에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쪼그리고
앉아있는 사람이 보인다.
"..?"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서히
다가가는 그...
"이런... 비를 피하려면
제대로나 피하지.. 비 다맞는구만.."
하며 몸을 옮겨주려고
손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드는데...
"... 누..누나..!!!"
<< 22 >>
콰앙---]
거세게 현관을 미는 지민..
소파에 깍지를 끼고
가만히 앉아있는 신우...
"빨리 왔네..전화한지 5분도
안된 것 같은데.."
".. 유림이 어디있어.."
"....
따라와.."
이미 평소의 신우가 아니다.
차갑고 차가워서..
마치.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듯..
2층 예전에 유림이 쓰던 방..
하얀색 티를 입고서
하얗게 창백해진 얼굴로
자고 있는 유림..
아무말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가볍게 안아올린는 지민..
".. 실례했다."
가만히 서있는 신우를 지나
방을 나가려는데..
"윤하... 만났어?"
".....
그래.."
"어떻게 할건데?
그녀석한테..누나 존재 들어가면..
그것또한 위험해..
그녀석 성격에...."
"... 내가 알아서해..
걱정해줘서 고맙다."
"누가..형 걱정 한대!!!!"
참고 있던 분이 터져나온다.
"누가..
누가..누가 형따위 걱정한다고 했어!!
가여운 우리 누나...아니..
유림이..!!! 윤하 존재알고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 것 같아!!
빗속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덜덜 떨고 있었어...
그런데도..형은.. 나타나지 않았잖아..!!
이렇게 아프게 할거면..
차라리 포기해버려!!!!!"
목이 메어온다...
고개를 숙인채 있던 지민..
"....
미안해..."
라는 말만을 남기고
방을 나간다.
"... 제길...!"
미안해..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데..
주위에서 도와주질 않아...
널...
사랑하게 두질 않아....
..따뜻해..
아까는 너무 추워서..
몸이 얼어버릴 것만 같았는데...
단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엄마의 품처럼 느껴져...
여긴.. 어디..지?
살그머니 눈을 뜬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찔한다.
지민의 품에 안겨 침대에
누워있는 유림...
"이..이사님..!!! /////"
"어.. 깬거야?"
유림을 팔배게하게 하고..
눈을 붙이고 있던 지민도
정신이 들었다.
"깰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이 잠꾸러기야..뭘 그렇게
오래자냐?"
"그..그것보다..
제..제가 여길 왜...
어..어떻게 제가 있는 곳을..
아..아니 그것보다..
제가 어떻게 된거죠?"
"어..어이 어이..
하나씩만 질문해.. 나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 아냐.."
"앗..// 죄송해요.."
유림은 급하게 지민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몸을 들썩이지만
지민이 그러도록 두지 않는다.
"이건 나혼자 두고 가버린
벌이야.. 누구 죽게 할 일 있어?"
그러면서 유림을 가득 안는 지민...
"그.. 아가씨...는..요..."
"...
잠깐 보냈어.. 내일 다시
오겠다고 했어.."
"... 그럼... 저.. 나갈게요.."
다시 몸을 움직이지만
지민이 꼼짝 못하게 만든다.
"싫어.. 가려면..
나 죽이고서 가...."
"이..이사님..."
"자아.. 그럼 나는 잔다..."
가슴에 유림의 얼굴을 묻고서
미소띈 얼굴로 눈을 감는 지민..
나 여기 있으면 안된다는 거 알아요..
그 아가씨가 알게되면..
이사님도 힘들고...
그렇지만...
지금 난...
정말.. 죽도록 행복한데요....
어떻게... 하죠...?
[그 아가씨.. 누구야?]
유림을 안고 집으로
들어오는 지민을 기다린 윤하..
[사랑.... 하는.... 사람이니?]
[.. 그래 ...]
[... 아주..쉽게 말하는 구나...]
[... 너한텐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난.. 이녀석..
포기할 수가 없다..]
[.. 그래.. 이해해..
우리... 3년넘게 보지 못했으니까..
잠깐 다른 여자에게
눈 돌아갈 수 있어..인정해... 하지만..
이젠 그만해.. 내가 왔잖아...
너.. 나 쉽게 버리지 못할 거란거 알아..
그만큼 너.. 잔인하고
나쁜 인간..아니잖아...]
[....]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
며칠뒤에.. 다시 올거야...]
머리칼빛처럼 붉은 와인을
부어넣는 윤하...
윤지민..
그리 쉽게.. 날 버리지 못할
거란거 알아...
차가운 척 하지만...
당신은.. 너무.. 착하거든...
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당신을
선택한 나를....
버릴 수는.. 없을테니까...
당신의 행복또한...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걸...
곧.. 알게 해줄게...
"...."
아침에 눈을 뜬 유림..
곁에서 여전히 자신을 안은채
천사처럼 자고 있는 지민을
미소진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본다.
왜이렇게 예뻐요...
너무 예뻐서..깨져버릴 것 같잖아..
너무...예쁘잖아요...
유림은 떨리는 입술을
그에게 포개었다.
그리고는 방을 나와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여는데..
[RRR..RRRR..RRR]
"여보세요?"
[명윤하예요..
나.. 기억하죠?]
"!!
..네... 그런데 무슨일로..."
[지민씨에게..당신과
지민씨 관계..모두 들었어요.]
"..!"
[잠깐.. 만나줄 수 있어요?]
<< 23 >>
...까페...
"^^ 안녕하세요."
예쁜 미소로 날 반기는 이사람..
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워...
유림은 조금 경직된 행동으로
자리에 앉았다.
"차.. 먼저 마실래요?"
".. 바..빠요..
용건 말씀하시면.. 바로
일어날 겁니다."
"쿡.. 너무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말아요...
화낼 사람은 난데... 이거
입장이 바뀐 것 같잖아.."
삐뚤어진 말이어도..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미소지을 수 있을까...
유림은.. 오한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는 알죠?"
"...."
"나 참... 3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대사를 내가 하고있다니..
기가막혀..."
"...."
"지민씨... 떠나요."
"..."
"내가 하려던 용건은 이것뿐이예요..
알겠지만..
그곳은 당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야..
3년전부터.. 이미 내 자리였다구요.
잠시 자리를 비웠던 것 뿐이고..
명.윤.하 이름표는 여전히 붙어있어.
남의 자리에 앉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지..^^"
"...
항상.. 이런식이예요?"
"... 뭐?"
"그렇게 이사님 앞에서
자신이 없나요? 정말 이사님과
사랑하는 사이라서..그래서 결혼할
사이라면... 당신이 찾아가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윤지민 이사님 아닌가요?
가서... 철거머리같은 계집 하나가
당신 옆에 붙어있으니 떼어내라.
이렇게 해야 맞는 거 아니예요?"
"... 뭐...뭐???
지금 뭐라고 했어요?"
홍조가 띄어지는 윤하의 얼굴..
유림을 너무 만만하게 본 탓이다.
"못알아들었으면
먹은 당신 귀나 탓해요, 다시말해줄
기력 없으니까..
아까..3류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대사라고 했죠...
알긴 아나 보군요..
그래서요? 드라마에서는...
부잣집 여자가 가난한 여자더러
떠나라. 명령해서 그 두사람이
헤어지면.. 그 잘난 여자와
얼씨구 좋구나.. 행복해지던가요?
제가 보기엔 단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결국 상처받는 건 당신입장이 아니던가요?"
"...뭐..뭐야?"
[짜아아악...!]
부풀어오르는 유림의 볼...
손바닥을 가져다 대며
볼을 쓰다듬으며..
냉소를 띄는 차가운 얼굴로 노려보는 그녀..
평소의 유림이 아니다...
"가엾은 사람..."
차갑게 노려보는 유림..
윤하를 스쳐 지나 걷고...
"지민씨...
위험해질지도 몰라."
..... 뭐....?
"...훗.. 뭐라구요?"
유림이 고개를 돌린다.
따라서 고개를 돌리는 윤하..
"지금 농담해요?"
"내가 지금 이상황에서
농담하구 있을 것 같아요?
..후우...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이런 말까지 하게되다니...
지민씨 그룹에 재산을 노리는
사람이 있어요.
내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데..
나만 입을 열면...
지민씨는 고사하고
그 집까지..몽땅.. 끝이야.."
"...."
"쳇.. 이런식으로
유치하게 나오고 싶진 않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군요...
자아, 잘난 설유림씨...
어떻게.. 할거죠?"
".....!!"
눈앞이 보이지 않아...
팔을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이지 않아..
발을 떼고 싶은데.. 뗄 수가 없어..
멍한 표정으로 그자리에 굳어버린 유림..
".... 실...례...해...요..."
간신히 이 한마디만을 남기며
비틀..비틀.. 자리를 뜬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활보하는 유림..
억... 울...해....
단지 돈이 많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고..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능력이 좋아서 부잣집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모두들 자기잘났다고
콧대나 높이고 있어...
돈보다....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아픈건....
내 죽기보다 싫어...
"어.. 왜이렇게 늦게 왔어..
나 배고파..^^"
유림을 기다리다
먼저 요리를 시작한 지민...
차갑게 굳어버린 유림...
자신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싸는
지민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친다.
"건드리지마."
"...? 유림..아?"
"나...!
이제.. 당신이 질려버렸어.
실컷 가지고 놀다보니까..
이제.. 재미가 없어졌어.
... 떠날래.."
<< 24 >>
"..떠날래.."
"... 뭐..뭐야?"
"귀 먹었어?
떠.난.다.고...."
".....
다시 말해봐..."
"백번이고.. 천번이고..
만번이라도 말해주지..
떠난다고!"
"다시!"
"떠날거야!!"
"다시!!!!"
"떠날거라고!!!!"
[짜아아악---!]
조용한 거실의 울림...
붉게 부풀어 오르는 유림의 얼굴...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그녀의 차가움....
"말해.. 이유가 뭐야...."
".. 말했잖아..
질렸다고.. 내가 하자는대로
움직여주는 니가...
재미없어서...."
"......"
얼음이.. 서있는 것 같다....
시험을 볼때 앞에서 감독하는
시험관처럼...
조금의 인정도 베풀어 줄 것 같지 않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그 모습이다....
"... 갈게.."
싸두었던 짐은 풀어지지 않은채
놓여있었고, 유림은 가방을
든채 집을 나와버리고 만다.
[콰당....]
... 갔다....
가... 버렸다....
젠장... 가버린 거야...
정말.. 가버린 거야...
그런..... 거야.....
아무런 미동도 없는 지민..
몇분이고.. 몇시간이고...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일 줄 모른다....
[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
[또.각.또.각.또.각.또.각]
[또...각...또...각...또.....각....]
점점 속도가 느려지는 그녀의 발걸음...
지민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어느정도 떨어진 공원까지 걸어온 유림..
[아.... 아아악----!!]
그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은채...
절.규. 하고 있었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윤하..
[덜컥]
갑자기 현관문이 열린다.
인기척도 없이 열린 문에 당황하지만
곧 얼굴에 미소가 돈다.
"아.. 지민씨..^^"
쪼르르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길
바라지만.. 인형처럼 굳어버린
그의 표정에서.. 그녀는 그럴기력을 잃었다.
"어..어쩐일이야?"
"... 니가 한짓이야?..."
"... 뭐..뭐가..."
"다 알고 있으니까 모르는 척 말아..
빨리.. 말해..."
"대체.. 뭘 말이야? 왜그래, 지민씨.."
"설.유.림...
만난적.. 있어..?"
"...."
".. 빨리.. 대답해라."
"훗.. 그사람이 와서 쪼르르 일러?
내가 괴롭혔대? 혼내달래?
나 참..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군..
정말.. 자기 분수도 모르는 여자잖.."
[짜아아아악------]
[털썩...]
엄청난 힘이 실린 지민의 주먹에
윤하는 바닥에 나가떨어진다.
"니가 뭔데 그녀석을 만나..!!
니가 뭔데 그녀석에게 상처를 줘..!!
니가..니가 뭔데..!!!!"
얼음장 같던 그의 얼굴이
인상으로 미간이 찌그러진다.
[짜아악!!]
또다시 울리는 굉음...
이번에는 윤하의 차례였다.
눈에는.. 눈물을 가득 안은채로..
"내가 왜 이런짓을 당해야 하는건데?
내가 뭔데 그사람을 만나느냐구?
그런 말을...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할 수가 있지?
난.. 내 모든 것을 버리고
너를 선택했어..!!!
내가 사랑하던..
신우 조차 버려가면서..!!!
우리 엄마 아빠가 선택한건..
주워온 자식인 신우가
아닌 당신이었으니까..!!
동정이었는지는 몰라도..
당신은 그런 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건데...
정말...
동정.. 뿐이었어? 그래??
정말...
그것뿐이었어????
그랬냐구, 이 병신아----!!!"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때린다.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을만큼
미세하지만...
가슴이.. 저리도록 아파온다...
너무.... 아파서.....
여린 자신들의 영혼들이...
너무도.. 가여워서....
"누...누나?!"
또다시 비를 맞고 신우의 앞에
나타나는 유림..
"또.. 비맞은거야?
왜..이번엔 또 뭐야..!!!"
짐가방이 들려있는 유림의
손을 보며 외치는 신우...
하지만 고개를 숙인 유림은
아무런 말이 없다...
"젠장..
대체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자주 싸움을 할까..
형 또 화내기 전에 전화해야겠군.."
하며 돌아서서 전화기를 향해
달려가려는데..
"... 누나?"
손으로 신우의 티셔츠를
꼭 붙잡은 유림...
"전화... 하지.. 마...."
<< 25 >>
쇼파에 앉은 유림과 신우..
어두워진 신우의 얼굴..
".... 그래서..
형하고 헤어지겠다고?"
끄덕...
"웃기지마!!
누나.. 형없이 살 수 있어?
형은.. 누나없이 살 수 있대?
서로 서로 없으면 단 하루도
살지도 못하는 주제에
웃기고들 있네..!!
빨리 들어가!! 그렇지 않으면..
내가 데려다 줄까?
일어나!!!!"
강제로 유림의 손목을 끌어붙드는
신우.. 그리고 온몸으로
그런 신우를 막는 유림...
눈물 가득한 얼굴로...
안된다고.. 하지 말라고..
거세게 고개를 흔들고 있다.
"도대체...
왜이렇게 바보같아...
왜이렇게... 아파하는거야..!!!"
유림을 가득 품에 안아버리는 신우...
그 안에서..
한없이 흐느끼는 유림이다..
아침일찍부터..
백화점에 출근한 지민..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다.
그리고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거칠게 버튼을 눌러대는 것이다.
[띵----]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튀어나가듯 들어가
안내원의 손목을 붙드는데..
"유..윤이사님..??"
유림이 아니다..!!!!
"여..여기에서..
이 시각에 일하던 직원..
어..어디갔습니까?"
"아...설유림씨요?
유림씨.. 오늘부로
회사 그만 뒀는데.."
"...!!!!!"
젠장...
이젠 아주 내 앞에서
없어지기로 결심한거야?
너 혼자 도망가버리면..
그러면 끝인건가?
왜이렇게 이기적이야...!!!
심장이 터지도록...
어디론가 달려가는 지민..
"... 없어.."
".. 어디갔어..!!!"
회사도 내팽겨둔채
신우의 집으로 달려온 지민..
"... 어제 잠깐 들렸지만...
어딜 간건진.. 나도 몰라.."
"..제길...!!"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어대며
다시 나가려는데..
신우의 말이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림이... 다시 찾아와..."
"...."
"울었어.. 어제...."
"...!!!"
"... 우리 누나..
더이상.. 슬프게 하는 날에는...
그땐 내가...
형.. 죽여버릴거니까..."
천천히 신우를 돌아보는 지민..
"절.대...
포기하지 않아...
그 어디로 보내지도 않아...
찾을거야.. 찾아서..!!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내가 꽉... 붙잡아둘거야...!!"
"...."
털썩...
힘없이 바닥에 짐을 내려놓는 유림...
신우에게 갑자기 돈을 빌려
얻은 오피스텔...
만나선 안돼..
내 존재를..
찾게 해서는 안돼....
내가 잊혀질때까지..
나타나면... 안돼....
.......
....
...
..
.
하지만...
보고싶어지면...
그땐..
어떡하지...?
침대에 쓰러지듯 엎어지는 유림...
그리고는 조용히 배게를 적신다..
<< 26 >>
며칠동안..
지민은 유림을 찾아다니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관이라는 여관은 모두 뒤져서
설.유.림 세글자만을 찾았고..
혹시 갔을 지 몰라
호텔이라는 호텔을 모두 뒤져서
설.유.림 세글자만을 찾았고..
부동산.. 경찰서..사람찾아주는 시설..
할 수 있는 거라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지만 여젼히...
유림은... 없다...
"네..제가 찾는 사람입니다...
..예.. 없군요.. 알았습니다..."
여전히 헛탕이다.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테이블에 놓여있는 세갑의 담배..
마지막 갑의 마지막 담배를 무는 지민...
깊은 연기를 뿜어내고..
[띵동---]
"...."
벨이 울리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에이...
오늘도 아무대답 안해주는거야?
자꾸그러면 나 섭섭해..."
윤하다.
며칠째 계속 오피스텔을 찾아오고 있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담배갑들과
거실을 가득 매운 담배 연기로
미간을 찌푸리는 윤하..
"푸우우우.. 무슨 담배를 이렇게 펴?
.... 또...
찾고 있었던 거야?"
"...."
"바보같아...
널 떠나버린 사람이잖아..
이렇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는건..
작정을 하고 앞에 나타나지
않는 다는 거잖아...
뭘 이렇고 혼자 고생하는거야.."
핀잔주는 듯한 말투를 지껄이며
그의 옆자리 쇼파에 걸터앉는 윤하..
그러나 그녀가 앉음과 동시에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 너라면 그렇게 할거야?"
"응..?? 무슨 소리야?"
"너라면...
내가 만약.. 너를 떠나서...
아무연락 없이 숨어버리면..
그래. 잘가라. 언젠간 만나겠지.
내 세상이구나.. 할 수 있느냐고.."
"뭐..뭐라구?"
화끈..화기로 달아오르는 그녀의 얼굴...
"내 앞에서 사랑 어쩌느니
떠들고 있지만..
너... 정말 신우를 사랑했다면..
단지 너의 부모님이 나를 선택하셨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로 왔을까?
넌..신우.. 또 나에게도..
사랑따위.. 그 비슷한 감정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어..
단지..
얼마나 너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상처 덜 받을 수 있을까..
찾고 있었을 뿐이었지...
니가 선택한 건 내가 아니라...
편한 너의 보금자리였잖아.. 아니야?"
"...!!!!!"
굳어버린 윤하의 얼굴...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현관을 나와버리는 지민...
[띵.동----]
"네-- 누구세요?"
신우가 들려오는 벨소리에 달려가
인터폰을 본다.
"어..형!!"
"잘 지냈냐?"
힘이 없는 목소리로 거실로 들어서는 지민..
"나야 뭐...
형 왜그렇게 말랐냐? 밥도
못얻어먹구 살아?"
"못얻어먹긴...
그보다...
그녀석하고는... 연락.. 돼..?"
"... 두절이야...
유일한 통신이던 핸드폰도 꺼버리고..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도무지 알 수가 없어.."
".... 정말.. 미쳐버리겠군.."
"마실것 좀 줄까?"
".. 음... 목이 탄다.."
"그래.. 기다려.."
하며 부엌으로 들어가려는데...
[RRRR...RRRR..]
거실 전화가 울린다.
"어, 잠깐만, 형.. 전화 좀 받구.."
"네.. 여보세요.."
[... 누나야 ....]
"..!!!!"
순간 커지는 신우의 동공...
힐끔 지민을 보지만
지민은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잘.. 지내니?]
"응.. 나야 뭐 그렇지..
누.. 아..너도.. 잘..지내?"
그제서야 신우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지민..
[나야 뭐..^^ 요새는 밖에두
안나가두 집에서 놀고먹는데..
나..오피스텔 얻을 수 있게..
돈 빌려줘서..정말 고마워...]
"아니야.. 우리사이에 뭘 그런걸
가지고.. 나중에 꼭 갚아..알았지?"
[..그래..^^]
"그럼 요즘은...
아르바이트도 안하고...
무슨 낙으로 살아? 아르바이트 귀신이..^^"
"...!!!"
눈동자가 흔들리는 지민...
그런 지민의 모습에 아차..하는 신우..
신우를 찾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면
가리지 않고 했던 유림임을 지민이
모를리 만무한데...
"그거... 유림이지..!!!"
벌떡 일어서 신우에게 다가서는 지민...
"시..신우야?"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유림..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녀는.. 그자리에서 굳고 만다..
[그거... 유림이지!!!!!]
<<27>>
신우의 전화기를
거세게 빼앗는 지민..
"유림아...!! 유림아..!!!
대답해.. 대답 좀 해봐..!!
윤지민이다... 대답해...!!!!!!"
"........"
뭐라 말해야 하는데...
말을 할 수가 없어...
차갑게 한마디라도 해야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
그렇다면 거칠게 수화기라도
내려놓아야 하는데...
마치 접착제를 붙인듯이...
손이.. 떨어지질 않아....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손으로 강하게 막으며
억지로 참고 있지만..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그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수화기 저편에서 발악하는
지민의 목소리를 들을 뿐이다.
"제길..!!!"
끊어져버린 전화...
지민은 수화기를 던지다시피
내려놓더니, 무언가 생각난듯
다시 수화기를 집어들어
어디론가에 급하게 전화한다.
"네..!! 전화국이죠.!!
여기... ***-**** 번호입니다..
방금..이 통화 바로 전통화..
전화번호.. 빨리 추적해주세요...
어서..!!!!"
"....."
아무말 없이..
지민을 바라보기만 하는 신우였다.
조용한 정적속에..
신우와 지민은 아무런 말이 없다...
[따르릉...]
"..!!"
"여..여보세요!!
네..!! 네.. 추적됐습니까?
네... 네.. 알았습니다..
고마워요!!!!"
[딸깍...]
수화기를 내려놓고 튀어가듯
현관으로 달려가는 지민..
그런 지민을 신우가 부른다.
"형..."
"..?"
그리고는 말없이 손바닥을 들어보인다.
"... 꼭.. 데려와..^^"
"...
물론이다.."
달려나가는 지민의 모습을 보면서..
신우..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괜히 불안한 유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들떠오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유림이었다.
[띵동.... 띵동..띵동...]
"...!!!!"
그래... 이사님이라면..
날 찾아내고도 남을테니까...
유림은 인터폰으로 다가간다.
수화기를 들어
인터화면에 모습이 비치자
왈칵.. 또다시 눈물이
쏟아진다.
대체 얼마나 그리웠던 얼굴인데..
얼마나.. 얼마나
만지고 싶었던.. 얼굴인데...
유림은 인터폰 화면에
손을 대어본다.. 하지만...
만질수가.. 없다...
[쾅쾅쾅---! 쾅쾅---!]
"안에 있는 거 알아..!!
문열어.. 열어, 유림아..!!!!"
애원하듯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만..
묵묵부답...
유림.. 천천히 다가가
현관손잡이에 손을 대보지만..
돌릴 힘 만큼은...
절대로 나지 않는 것이다...
동그란 구멍으로 그의 얼굴을
보면서.. 가슴아파할 뿐이다..
"문열어.. 열어.. 열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부셔버린다..!!!"
"....."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거세게
돌리는 유림...
몸을 돌려 현관문 벽에
몸을 댄체 스르륵.. 주저앉는다.
한참을 두드리던 지민...
현관문 벽에 몸을 기대고...
두 사람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등대고 있는 것이다..
"봐봐.. 나 왔어....
니가 어떻게 나에게서
달아나든.. 그곳이... 가까운 곳이든..
먼곳이든.. 때로는 하늘나라든..
나는.. 다 따라가..너를 잡으러 가..
나는 이미..
네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나를 떠난 것이... 너의 본심이 아니란
것도..아직 맘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
또 소리가 새어나갈까...
두 손으로 입을 강하게 막는 유림...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 내일...다시 올게..."
그렇지만.. 그 말이 있고서도 오랫동안..
지민은 벽에서 등을 땔 줄 몰랐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오피스텔 건물을 나오고..
그의 발걸음 소리가 없어진 후에야...
현관문을 거칠게 열어제쳐 보는..
유림이다...
[띵동---]
신우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왔어? 빨리 왔구나..
전화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집으로 들어서는 여인..
".. 한국에 오면...
너에겐 절대로..연락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는데....
니가.. 먼저 깨버리는구나..."
들어서는 여인...
윤하다...
<< 28 >>
..
쇼파에 걸터앉는 윤하..
"정말 무슨일이야?
날 다 보자구 하다니.."
억지로 웃고는 있지만..
윤하의 미소에는 힘이 없다.
"잘.. 지냈어?"
"뭐, 그냥..^^ 공부 하고..
그러면서 지냈지, 뭐.."
"....
형... 사랑해?"
"..... 뭐..라구?"
"...형.. 사랑하느냐고.."
"...
왜 묻는건지.. 물어도 돼?"
"이유따위는 없어..
그냥 대답해줘..."
"싫어. 나만 말해야 하고..
너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거.. 싫어...
이유가 뭐야..
괜히 사람 기대하게 만들지 마..
너때문에 더이상 가슴아파하고
싶지 않아.. 나 완전히 널
잊어버리고 싶어.."
"그자리... 네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냐... 빠져나와.."
"... 뭐?"
"그 두사람...
네가 무슨 짓을 하든..
혹시... 두 사람을 죽인다 하더라도..
떼어놓을 수 없어...
그 정도로 사랑하고 있어, 두사람...
... 포기하고.. 형 놔줘.."
"...!!!"
구겨지는 윤하의 미간..
벌떡 일어서는 윤하..
현관을 나서려 하고..
"기..기다려봐..기다려봐, 윤하야..!"
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붙드는 신우...
거칠게 돌아선 윤하..
"왜..왜이렇게 모두들 잔인해?
내가 떠나서..
두사람이 사랑하면..
그렇게 행복하다면..
나는...?
지금까지 아무말 없이
버텨온 나는.. 대체 뭐가 되는데..!!!
오빠가 그러더군..
난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편한 보금자리를 찾고 있었을
뿐이었노라고... 그래..!!
솔직히 처음엔 그랬지만...
난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버렸단 말이야..!!!"
그리고는 결의스런 표정으로
마지막 한마디를 흘린다.
"절대.. 포기하지 않아..."
[콰아앙----]
"... 젠장...."
".. 나..또왔어..."
"...."
지민은 또다시 유림이 집을 찾았다.
이른 아침시간..
회사를 나가지도 않고
눈을 뜨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이미 새벽을 하얗게 지새워버린 그녀..
퉁퉁 부어버린 얼굴이지만
인터폰의 지민의 얼굴을 보자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왜... 도대체 왜이렇게
야윈거야...
나때문에.. 나같은 것 때문에...
당신이 아파하면 어떡해요...
내가....
내가.. 당신 대신..
아파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인터폰 수화기를 들고
손으로 막는 유림...
지민의 목소리가 울린다.
어제보다는 평온해 보이는 그의 모습..
"야...
억울하다....
누구는 인터폰으로 내 모습
실컷 훔쳐보고 있는데...
누구는... 얼굴은 커녕..
목소리도 못듣고 있으니 말이야...
이거.. 너무 불리한 계산 아냐?"
이젠 장난까지 치고 있다.
실실 웃으면서....
[딸깍....]
인터폰을 닫아버리는 유림...
그리고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다가간다.
".. 돌아가요 ..."
"..!!"
깜짝 놀라 대고 있던
벽에서 몸을 떼는 지민..
"유..유림아?"
".. 그래요.. 나 유림이 맞아요...
이렇게 찾아오는 거..
불편하고.. 정말 싫어요...
그러니까..
찾아오지 말아요...
나 당신 사랑한 적도 없고..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빨리.. 돌아가...
없어져 버리란 말이야..!!!"
이제는 흐느낌 소리가
흘러나오던 말던..
그냥 아무렇지 않게..
마음껏 흐느끼는 유림...
아무런 대답없던 지민..
입을 열어 하는 말...
"이런.. 어떡하지?
아봐..꼬마아가씨..
미안한데...
그거...
'설유림은 윤지민을 너무 사랑하고 있어요'
라는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거든?
드디어 내 귀가 썩어가나봐...^^
어제는 와서 아무것도
못건지고 갔지만..
쉬어버린 목소리라도.. 너 소리 들었으니까
됐다.. 내일은 얼굴 볼 수 있는거지?
나 내일 또 온다... 잘있어^^"
뚜벅뚜벅...
점점 사라져가는 그의 발걸음..
완전히 사라지자..
또다시 미친 사람처럼
벌컥.. 현관문을 열어제친다.
문에 무언가 걸려 바닥을 보니..
문앞에...놓여있는 강아지인형..
인형이 껴안고 있는 병..
그 안에는 반짝이는 조그마한
사탕들이 여럿 들어있다.
쪽지..
[임마.. 오늘이 화이트데이란다..
너 받을 사람도 없지? ^^
해피 화이트데이..^^
-지민-]
".... 지...민...."
인형을 꼭 끌어안는 유림...
왜이렇게 잔인해요..
난.... 당신....
만나면.. 안된단 말이예요...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사람 마음은...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야....
당신은...
너무 나빠요.. 그거 알아요?
너무.. 나쁘단 말이예요.....
<< 29 >>
붉은 빛 와인을 들이키고 있는 윤하...
[그 자리.. 네가 있을 자리가 아냐..
빠져나와.. 형.. 포기해..]
웃기지 마, 윤신우...
넌 나한테 그런 말 하면 안되는거야..
도대체 왜.. 왜 모두들 나에게만 포기하라는 거야?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배신당한건 나잖아.. 불쌍한 것도 나잖아..
그런데.. 왜... 모두들 그 여자만
감싸고 도는거야.. 왜..!!!!
또다시 와인잔을 입에 털어넣는다..
[RRR..RRRRRR...]
"... 여보세요..."
[하이, 윤하~ ]
".. 누구세요..."
[어? 벌써 까먹은거야? 오빠다~]
"...!! 미..민규오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윤하..
얼굴에는 놀라움과 근심이 함께 다가서는데..
"하..한국이야?"
[O-K~ 오늘 출국했어^^]
"오..오지 말라고 했잖아..!!!
왜 온거야.. 대체..!!"
[왜그러는거야... 너 보고싶어서
온건데..오빠의 마음을 모르는 거야?
섭섭하다, 명윤하..~]
"모..몰라..!! 어서 돌아가..!!
내가 부탁했잖아.. 지민오빠 백화점..
건드리지 말아달라구..."
[...내 이모님이자 너의 어머니가
원하셔.. 어쩔 수 없는 일이잖니..]
".. 안돼.!!! 돌아가!!!!!!!!"
[그래그래.. 나도 니 마음 변하기
전까지는 아무짓도 않할 생각이다..
맘 바뀌면.. 연락해.. 끊는다~]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자 마자
얼굴이 달아오르는 윤하..
그 사람에게.. 손대지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야...
지금.. 잠깐...
착각하고 있는 것일 뿐이야..
다시.. 나에게로...
올 사람... 내게로 올 사람이란 말이야...
"야~ 나 또 왔는데~"
오늘은 활짝 미소지으며 나타난 지민..
여전히 아무런 대답은 없지만
지민은 그저 싱글거리며
인터폰 앞에 서있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유림...
갑자기 일어난 몸살기로..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였다.
일어나서..또다시 차갑게
보내버려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아....
또다시 쑤셔오는 머리통에
탓을 돌리며 그저 가만히 누워있을밖에..
지민도 무언가 느끼긴 했는지..
"유림아.. 오늘은 아무말 안해줘?
뭐라고 말좀 해봐라..
웃어도 좋고.. 울어도 좋고..
아..우는건 싫어..
화를 내도 좋으니깐..
무슨 말이라도 해봐.. 목소리 듣고
싶단 말이야.. 응?"
[....]
무심한 인터폰은.. 침묵으로 답하고..
"쳇.. 너무 하는군..
너.. 자꾸 그러면.. 나 쳐들어간다..!!!"
하며 장난스레 현관고삐를 붙잡는데..
[달칵---]
"...??"
아무렇지 않게 문이 스르륵 열린다.
"뭐..뭐지..? 지..집을 잘못찾았나?"
고개를 들어 호수를 확인하지만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민은 튕겨나듯 집으로 들어섰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
유림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침대 한켠에 누워 하얗게 잠이 들었다.
눈시울을 적시기만 할 뿐..
지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서는 잘만 말하더니만...
지민은 조용히 유림의 곁으로
다가가 곁에 앉았다.
"임마... 왜이렇게 야윈건데?
나 싫다고 뛰쳐나가놓고서는...
잘먹고 살이라도 피둥피둥
쪄있어야 되는 거 아냐?
하여튼.. 너나 나나 속썩이는건
마찬가지다.."
가만히 유림의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바라만 보고 있다.
한모습..한모습.. 기억 저편에서
꿈틀거리던 모습들을 다 떠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예상대로.. 얼굴까지 봤으니..
내일은..목소리하고 얼굴..
풀사이즈로 볼 수 있는거지?
잠꾸러기 꼬마.. 내일 또 보자..."
살짝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일어서 몸을 돌려
현관 앞으로 서는데...
"..!!!"
무언가 그의 몸을 묶는다.
작고 하얀 두 손...
있는 힘껏 끌어안고서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제서야 고여만 있던 지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유..림... 아..?"
그러나 대답할 수 없는 유림은...
목을 넘어선 주체할 수 없는
울음때문에...
서서히 젖어가는 자신의 등을 느끼면서..
지민은 몸을 돌려 유림을
품에 안는다..
"보고...싶었어요..."
"......
그러길래 왜 뛰쳐나가냐?
이제서야 내 소중함을 알아버린거야?"
꽉 끌어안고 놓치않으려는 유림..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함께 눈물 흘리는 지민..
그리고는 속삭이듯.. 말한다...
"... 보고싶었어 ...
다시 만나서 반가워.. 속썩이는 꼬마아가씨.."
<< 30 >>
나란히 쇼파에 앉은 두사람..
"..돌아가세요.."
"..? 뭐..? 무슨소리야?"
"... 내가..
아무런 이유없이 이사님을
떠나려 한게 아니란거.. 아시잖아요.."
풀이죽은 목소리..
눈물 보이지 않으려고 숙인 고개..
"... 이유가 뭐였는데?"
"... 이사님 회사..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대요.."
"...!!"
"윤하씨가 잘 아는 사람이래요..
윤하씨만 말을 잘해주면..
아무일 없을거라고.."
"그래서?"
"...네?"
"그래서.. 그런 이유로
너더러 날 떠나라고 했다고?"
"... 네..."
"쳇.. 웃기는군.."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윤하씨도.. 정말 이사님을
생각해서 하는 말..."
"나는..!!!
물론 그딴 유치한 녀석들에게
당할 생각도 없지만..
설령 당해내지 못한다고 해도..
네가 없으면 내가 죽어.. 알아?"
"...."
"헤어지자는 말..
떠나겠다는 말같은거..
한번만 더하면..
정말.. 나 죽어버릴거야..."
".. 그런말.. 하지 말아요.."
또다시 울먹거린다.
"그러니까.. 나더러
가라느니.. 필요없다느니..
그런 소리 하지 말 하지말아..
누구 죽는 꼴 보기 싫으면.."
"....."
"어라~ 대답안하지~~"
".. 아..알았어요..."
"^^ 착한 꼬마아가씨로군요..^^"
"///
대신에...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 부탁?"
며칠만에 처음으로
윤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지민에게서 전화가 온것이다.
[그냥.. 잠깐 만났으면 해서..]
역시..!! 당신은 내가
아니면 안되는 사람이었어..!!
이제야 본래의 당신으로 돌아온거야..!!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차를 운전하는 윤하..
입에서는 콧노래도 흘러나오고 있고..
지민과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 주차장..
야외주차장안으로 차를 몰아
주차를 시키고는 차에서 내렸다.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지민의 차가 들어오고 있다.
또다시 환한 미소가 피어오르며..
"오빠~!!"
하며 가까이 다가서려는데...
차에서 내리는 지민...
그리고.. 유림...
윤하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채
웃고만 있다.
높은 집차였기에 내리기 힘들었던
유림을 번쩍 안아 올려 내려주는 지민...
너무도.. 행복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지민을 부른다.
"오빠..!!!"
"어? 윤하야..."
내려준 유림의 손을 꼭 붙든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토닥이며
살짝 손을 놓고
혼자서 걸어 나와
윤하가 올라있는 레스토랑
정문 앞까지 올라가는 유림이다.
불그락 푸르락 해진 윤하의
얼굴은 상관도 하지 않고
환하게 웃어보이는 유림..
".. 우리.. 오랫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