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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산MTB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슈렉~/김종환
280랠리..
오랜 가뭄 끝에 반가운 단비가 온다.
랠리연습을 위해 돌아다녀본 저수지는 완전고갈상태,
숲은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280랠리를 위해 출발하는 지금 비가, 축복의 비가 오고,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출발한다.
“강원도는 40mm만오고 일요일 새벽부터 갠다던데..”
“자전거타기 정말 좋겠다. 시원하니.., 그쵸?”
조원장님과 대화를 나눠본다.
시원한 비를 맞으며 라이딩이라.. 생각만 해도 즐겁다.
밖에서 티탄엉덩이님과 다른 많은 분들이 배웅해준다.
같이 갔음 좋았을 건데.. 아쉽다.
한달 전 제천 100km를 완주하고 묘한 자전거의 매력에 빠졌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280랠리 참가를..
조원장님이 가자고 돌변하면서 참가가 결정되었다.
2주전 대회참가를 결정한날..
집사람이 묻는다.
“혹시 당신 무슨일 있어요?”
“아니..., 근데 왜?”
“엄마가 꿈을 꿨는데... 당신이 머리를 칭칭감고 누워있었데...”
“...”
“하하하 개꿈이잖어”
“아냐. 우리 엄마 꿈 잘 맞잖아!”
“글세 280랠리 참가한다고 신청하긴 했는데..”
집사람이 280랠리를 알아보고 완강히 반대한다.
하지만 난 가기로 결정했다.
2주전부터 랠리를 위해 연습에 돌입한다.
7시까지 근무해야하는 직업특성상 밤에 해야 한다.
혼자서 산길을 밤에 돌기는 무리라서 운동장주변을 밤12시 너머까지 매일 돌았다.
1주일 전 일요일에는 조원장님과 90km 정도의 코스로 가야산 등지를 다녀왔다.
프로바이크 상현님의 전문적인 자전거 점검도 받았다.
며칠간의 휴식 후 이제 출발인 것이다.
우릴 태운 승합차가 280랠리의 평창을 향해 비속을 달린다.
어제 밤에 준비한다고 잠을 설쳤는데... 여기서 자야한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어렵사리 한두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나니 평창이다.
새벽 두시의 평창운동장은 벌써부터 랠리의 뜨거움이 묻어난다.
새벽3시부터 검차가 시작되고 출발 준비의 자전거가 출발을 위해 바닥에 누워있다.
빗줄기는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고
이제 수백 대의 자전거가 어둠속 폭우에 조명을 밝히고 출발한다.
장관이다. 거대한 누의 무리 때처럼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 속에서 함께 달려 나가는 것이 묘한 설레임을 준다.
그래 한번 달려보는거야! 다짐을 하며 젖어가는 몸의 상쾌함으로 달린다.
이렇게 랠리가 시작되었다.
남병산 너머 28km 지점에 지원조가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산길을 간다.
빗길이라 조심스럽지만 즐겁기 만하다.
조원장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세창mt님, 미래짱님과 같이 쉬기도 하며...,
23km 지점쯤, 지도상 급경사 주의 구간에 들어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완전 진흙밭이다.
끌바로 내려가는데, 바퀴가 자동차 바퀴처럼 커다랗게 변한다.
눈덩이처럼 진흙이 달라붙어서 커지고 이내 바퀴가 구르지 않는다.
멈춰서 나뭇가지로 흙을 떼어보지만 이내 마찬가지다.
그냥 미끄러져 한참을 내려온다.
경사가 조금 나아지자 흙을 털고 잔차에 올라타 본다.
하지만 엄청난 경사와 미끄러운 돌과 바위에 두렵다.
핸들을 꽉 잡아야 했고 진동에 어깨와 팔이 무지 아프다.
지원조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다들 반갑게 맞아준다.
자전거를 살펴봐주고 아침을 챙겨주신다.
“어떠셨어요?”
“오. 익스트림하더군요. 진짜 재미있었어요!!”
마음속과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지원조가 고맙게도 이것저것 배려해준다.
“앞으로 산길로만 55km정도 가야합니다”
미숫가루물과 파워젤, 물을 받아들고 파이팅읕 외치는 배웅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빗속에 평창의 숲과 나무와 바위...,
그리고 예쁜 길과 가끔씩 가로질러 도망가는 조그마한 다람쥐...,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운무..,
차분하게 내리는 비, 가끔씩 돌풍을 동반한 세찬 비,
모두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끝없는 오르막과 팥죽처럼 되어 버린 내리막도로,
돌아도 돌아도 다시 산길인 끝없는 길에 점점 지쳐가는 나를 본다.
두 차례 심하게 넘어져서 팔꿈치와 무릅이 아프다.
이 정도는 이미 각오하고 온 280랠리가 아니던가?
노래를 불러보고 소리도 질러본다. 한층 기분이 좋아진다.
지루한 산길 끝무렵에서 체크포인트가 있어 체크하고 나왔다.
시원하게 포장된 콘크리트도로와 배추밭이 수려하게 펼쳐진다.
내리막 포장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리니 지원조가 손을 흔든다.
다들 천사처럼 보인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 지원조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프로바이크 박상현님이 자전거를 살펴보고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아
조원장님 자전거와 내꺼 자전거 모두 패드를 갈았다.
최악의 조건이라 브레이크 패드도 빨리 닳아지나 보다.
여기저기서 브레이크패드를 찿는 타지원조의 애타는 모습이 보인다.
물에 파워젤을 타고 아미노바이탈 가루도 타서 물백에 넣고
양갱과 바나나를 챙겨서 가방에 넣고 시간을 물어본다.
예정 시간보다 1시간정도 늦었다.
다시 배웅을 받고 운두령 정상에서 만나기로하고 길을 나선다.
절 옆으로 난 조그마한 콘크리트길 시작부터 끌바를 해야 했다.
아마도 평탄하지 않는 길을 예고하는 듯하다.
임도는 임도이되 자전거 타고는 올라가지 못할 길들 뿐이다.
끌바로 가면서 옆에 가는 사람한테 말을 걸어본다.
그분은 다섯 번째 오는 거라 한다.
하지만 완주는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지원으로 다닌다고..., 이번에도 완주는 못할꺼라고 한다.
단지 280랠리가 좋아서 해마다 온다고 한다.
끌바와 타기를 계속 반복해야하는 상황이 자꾸 반복된다.
타고내리기에 미숙한 나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험준한 싱글길 같은 길을 뒤로하고 밑으로 내려왔다.
화살표는 다시 산 쪽을 향하고 있다.
“울면안되 280-->” 이라는 모양이었다.
누가 장난쳤나보다 하는 의구심과 유머러스함에 미소 짓게 만든다.
세차게 쏫아지는 빗줄기에 배추와 채소밭이 미소 짓고 있는 듯하다.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콘크리트도로라서 너무나 고맙다.
하지만 얼마안가 길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그냥 걸어가기도 힘든 길들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밑으로 쭉 내렸다가 다시 위로 쭉 올리는 길도 반복되고
진짜 울고 싶은 길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가는데 갑자기 오른쪽 눈이 심하게 시려온다.
뭐가 들어갔나? 비벼보지만 마찬가지다.
10분 정도 지속되다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극심한 두통이 시작된다.
오른쪽 측두부의 극심한 통증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그만 달리게 만들려고 몸이 핑계를 찿고 있는 듯하다.
머리를 굴려 원인을 찿아 본다.
진단은 편두통으로 생각된다.
교과서에 나온 모든 유발 조건이 맞아 떨어지고 전구증상과 통증양상도 같다.
20분정도 두통이 있고 난 후 서서히 가라않는다.
이제 산길을 나와 도로에 접어든다.
내리막을 시원스레 달려본다.
하지만 젖은 몸이라 온몸으로 한기가 느껴진다.
갑자기 지나가는 아저씨가 파이팅을 외쳐준다.
정신이 번쩍 난다.
“이쪽길이 맞나요?”
“네 이 밑으로 해서 운두령 오르막이 나와요”
조금 더 가니 자전거가 많이 보인다.
.
다른 동호회 지원조인 분들에게 불어본다
“지금정도면 완주가능한가요?”
“네 지금정도면 가능합니다.
선두는 아니고 중간정도는 되시는 거 같아요“
다시 힘을 내어 달려본다.
조원장님이 100m 200m 멀어져간다
하지만 지쳐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젠 혼자다.
옆에 보니 나처럼 지쳐 보이는 사람이 지나간다.
“어디서 오셨나요?”
말을 걸어본다.
강진에서 왔다고 한다. 브레이크패드가 닳아서 운두령까지만 갈꺼라고 한다.
같이 농수로에서 자전거를 세차한다.
진흙이 가득 차 있는 배낭도 씻고 몸을 가슴까지 담그고 진흙을 닦아낸다.
기나긴 오르막이 시작되고 졸음이 몰려온다.
다행히도 차가별루 없다.
5초간 자다가 눈을 뜨는 것을 반복하며 서서히 올라간다.
운두령 정상에서 지원조가 걱정스레 맞아준다.
“괜찮으세요?”
고개를 끄덕여 답해주지만 말할 기운이 없다.
밥을 먹는데 잘 안 넘어간다.
벌써 준태씨와 한두섭님이 간다고 나서고 있다.
조원장님도 같이 간다고 한다.
같이 가자고 하지만 나보다 페이스가 빠른 사람들이다.
내가 짐이 될 거 같다.
그리고 내가 준비하는 동안 기다려야한다.
시간을 물어보니 6시가 넘었단다.
내가 예상한 시간에서 3시간이 초과된 상태이다.
지금정도 속도로 가도 잠을 한숨도 못자고 달려야 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먼저 보내고 혼자 가기로 결정한다.
“슈렉님이 알아서 결정하시겠지만 이제는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밤에 산길로만 90km를 가야합니다. 도움을 줄 수가 없답니다.”
“오다가 졸았다고 했는데.., 졸다가는 큰일 나요.”
“작년에 이마가 이렇게 찟어진 사람도 있었어요.”
조용히 회장 주영진님의 눈빛을 본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이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행간의 의미도 알고 있다.
옷을 갈아 입고 라이트를 챙기고 물과 초코바 등을 챙기면서 생각해본다.
밤, 혼자, 고독, 두려움, 고단함, 졸음, 산길, 90km, 비,
장모님꿈, 회장님 말과 눈빛, 현재의 속도, 완주가능과 불가능 등
뇌리를 스치는 수많은 단어들을 조합하며
“완주가능”이라는 단어를 돌출하려 애쓰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챙기는데... 물기가 가득하다.
켜지지 않는다.
받데리를 바꿔서 켜보는데 그래도 켜지지 않는다.
통신두절, 조난이라는 단어까지 뇌리를 스치게 된다.
“저...., 포기하겠습니다.”
이렇게 저의 280랠리에 도전은 실패로 돌아왔습니다.
끝으로
서엠클 280랠리를 몸과 마음을 바쳐 총괄 지위하신 서엠클회장 주영진님과
가게문을 닫고 헌신적으로 자전거를 돌봐주시고 잡일까지 하신 프로바이크 박상현님
가게문까지 닫고 지원조로 헌신적으로 나서 주신 친절한 정원씨,
우리마누라도 안 챙겨주는 밥을 챙겨주신 찔레꽃님
헌신적으로 운전과 잡일을 마다하지 않으신 헬리우스님
술먹다 잡혀와서 수많은 잡일을 마다않고 해주신 박상현님 친구 두 분
하프 출전하여 서러운 왕따를 겪으시며 시간초과 완주하신 세창mt님과 미래짱님
놀라운 투지를 보여준 서엠클의 에이스 이카루스님
놀라운 저력과 마지막까지 투지을 보여주신 한두섭님.
그리고 늘 저와 같이 달려주신 조승완님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멋진 감동의 후기 멋진 슈렉님 담엔 꼭 완주하시길....,핸드폰 인 잘하셨네요.
포기안하고 실패를 통해서 완주한다면 이 보다 큰 보람이 없겠지요. 화이팅입니다.
비가오면 모든 것이 허물어 집니다.. 체력도 빨리 고갈되고요... 내년에는 날씨만 받쳐 준다면 완주는 99.99퍼센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