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섬, 영종도
백운산 정상 조망 탁월, 종주트레킹 약 2시간 반 소요
영종도 백운산은 해발 255m의 그리 높지않은 산이지만 인천국제공항이 영종도에 들어선 이후 공항철도가 개통되고 인천대교가 건설되면서 신도-시도-모도 등 주위 섬과 인천대교 등의 경관이 탁월하여 각광을 받기 시작한 산이다.
백운산 들머리는 운서역 1번 출구에서 우측 철로 밑을 지나 은골카페거리 입구 부근이다. 햇내로 사거리 건너 좌측으로 10-20m쯤 가면 백운산 등산안내판을 만난다. 바로 옆 계단이 들머리이다. 산이 그리 높지않아 등산로도 완만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소나무숲 오솔길을 따라간다. 유의할 점은 숲에서 갈림길을 만날 때 마다 계속 좌측길을 따라가야 한다. 20분 쯤 가면 시야가 트이면서 우측으로 하늘고등학교가 보인다. 하늘고 뒤편길로 15분 정도 직진하면 정자가 보이고 우측으로 초소도 만난다. 초소에서 정상까지는 1km 거리. 이곳에서부터는 정상까지 외길이다.
등산로가 계속 아기자기하고 호젓하다. 하늘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소나무숲이 울창하다. 정자에서 약 30분 정도 오르면 체육시설이 있는 넓은 공터에 이른다. 이곳에 오르면 앞이 훤히 트이면서 인천국제공항 청사, 장봉도, 모도, 시도, 신도 등이 차례로 보인다.
체육시설에서 100m, 계단으로 3분 정도만 더 오르면 백운산 정상이다. 운서역에서 백운산 정상까지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정상에는 영종도 앞바다 섬들과 인천대교 등을 조망할 수 있도록 넓은 목제데크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으며, 그 바로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정자 바로 아래에는 옛모습을 복원한 봉수대도 보인다.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인천대교가 장관이다. 인천대교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로 해상다리와 연결도로를 포함하여 총길이 21,27km이며 해상구간만 12.3km이다.
인천공항 방향으로는 멀리 무의도 및 소무의도도 보이고, 우측 가까이에는 신도-시도-모도와 그 뒤로 장봉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 이정표에는 우측 운서초등학교 방향 2.97km, 직진하면 영종동주민센터 2.57km 거리표시가 되어 있다.
정상에서 2분 정도 만 가면 헬기장을 만나고, 숲길을 10여 분 더 내려가면 각종 체육시설이 있는 '만남의 광장'에 이른다. 이곳은 백운산 정상에서 700m 내려온 지점으로 용궁사까지는 1.1km 남았다. 만남의 광장에서 다시 500m정도 내려오면 갈림길에 이른다. 100m 우측으로 가면 약수암이 있고 좌측은 용궁사 가는 길이다.
용궁사 방향으로 진행하기 전에 약수암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산신제당'을 보고 올라오는 것이 좋다. 이곳 산신제당은 현재에도 운남동 일원 주민들이 매년 1회 백운산신에게 제례를 모시고 있는 제당이다. 이곳 영종도는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추측되는 신석기시대부터 산신제 풍습이 전해졌다고 하며, 이러한 행사는 부락민의 안녕과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뜻에서 대체로 음력 10월에 제를 올렸다고 전한다. 제(祭)에는 축문을 준비하고 깨끗이 청소해낸 우물에서 돼지를 산채로 목욕시킨 후 제당까지 스스로 오르게 했으며 제당에 켜는 촛불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았다고 전한다. 음력 9월 중순에는 당주(堂主)와 제관(祭官), 찬자(讚者), 알자(謁者), 축관(祝官)을 역학으로 풀어 선정했으며, 집안에 우환이 있는 자나 부정이 있는 자는 제당에 갈 수가 없었고 당사자는 밤에 목욕제개하고 제가 끝날 때까지 말을 하지않는 등 정성을 다하였다고 하며, 또한 준비에 필요한 비용은 전세대가 십시일반 참여하였다고 전한다. 영종도에는 모두 12개소의 이러한 산 제당이 백운산 정상 주변과 석화산, 금산 등에 있었으며 현재도 몇몇 곳에서는 그 제당이 남아있고 일명 당제 또는 산당제로 불리우면서 그 풍습을 이어오고 있다.
산신제당 위 갈림길에서 200m 정도 가면 다시 체육시설이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백운산 정상에서 1.4km내려온 지점으로 200m앞으로 직진하면 육각정이고 좌측으로 400m 앞에 용궁사가 있다.
드디어 용궁사다. 영종도의 주봉인 백운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용궁사는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10년(670년)에 창건하고 이름을 백운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구담사로 불리다 조선 철종 5년(1854년) 에 훗날 흥선대원군이 되는 흥선군 이하응에 의해 중수되면서 현재의 용궁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흥선대원군이 사찰의 이름을 바꾼 것은 옥부처와 관련된 설화 때문이다. 영종도에 고기잡이로 근근히 살아가는 손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쳐 놓았던 그물을 걷어올렸는데 조그만 옥부처 하나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그러자 어부는 "뭐 이런 것이 걸렸지"라고 투덜대며 바다에 던져버리고 다시 그물을 던진 후 건져 올렸더니 이번에도 먼저 건져올렸던 옥부처가 올라왔다. 이러한 일이 몇차례 반복되자 어부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옥부처를 바다에 던지지않고 백운사(용궁사의 옛 명칭)로 가져가 안치하였다. 그후 백운사 앞을 말이나 소를 타고 지나면 발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못한 채 서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이 앞을 지날 때에는 내려서 지나곤 하였고 백운사가 영험한 절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으며 어부도 고기를 많이 잡아 부자가 되었다. 이 옥부처는 바다 속 용궁에서 올라온 것이라 여기고 태평바위 위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관음전에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용궁사의 스님 말에 의하면 옥부처 원본은 일제시대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하며 현재 관음전의 청동모양 불상은 종이로 만든 지불(紙佛)이라고 한다.
관음전 바로 뒤 언덕에는 모형의 옥부처와 함께 넓고 평평한 바위가 있다. 정갈한 마음으로 이루고싶은 소원을 생각하면서 작은 돌맹이를 돌리면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경우 작은 돌이 움직이지않게 된다고 한다.
흥선대원군은 이러한 설화에 따라 절 이름을 용궁사라 짓고 직접 편액(扁額)까지 썼다. 요사채의 편액은 흥선대원군의 글씨이다. 흥선대원군은 이곳 용궁사에서 10년을 칩거했다고 한다.
기도가 잘 이루어지는 관음기도 도량으로 유명해서인지 용궁사에는 왕실에서도 자주 찾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중창기 때 관음탱화에 적혀있는 시주자 명단에는 대왕대비 조씨, 왕대비 홍씨, 경빈 김씨 등이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24대 임금인 헌종 왕실에서 관음탱화 제작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추측된다.
요사채 앞에는 마당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눈에 띈다. 높이 20m, 둘레 5.63m에 달하는 느티나무는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가 한 쌍을 이루고 있다. 특이하게도 할아버지나무는 할머니나무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이다. 용궁사의 역사 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 느티나무는 옛날부터 아이를 낳지못하는 여인이 할아버지나무에 와서 정성을 다하면 소원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용궁사에서 호젓한 숲길을 몇 분 내려오면 운남동에서 산행이 끝난다. 약 2시간 반 정도의 가벼운 산행이다.
인천광역시 중구에서는 필자가 넘어온 운서역-백운산 정상-용궁사-운남동 코스 이외에도, 운남동 방향 산허릿길을 따라 ‘백운산둘레길’도 조성해놓고 있다. 이 코스는 영종동주민센터-육각정자-용궁사-백운산 정상-헬기장-금산IC-허브주유소-원성골-육각정자로 도는 코스로, 하산길 곳곳에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산행 들머리인 운서역으로 갈려면 농협은행 지점 및 하나로마트 건너 정류소에서 11분(주중에는 17분)마다 버스가 다닌다. 203번 버스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려 산행을 마무리했다.
*영종도 백운산 오르는 방법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 운서역 1번 출구로 나와 운서역 광장에서 우측으로 조금 가면 용궁사 6km 방향 이정표가 걸려있다. 철로 아래길을 지나 햇내로사거리 건너 좌측으로 10-20m쯤 가면 백운산 등산안내판이 보인다. 바로 옆 계단으로 올라 조금 가면 들머리인 숲길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