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부스럭 거리기 시작한다. 캐나다 부부는 벌써 일어나 짐을 챙기고 있었고 시계를 보니 5시 반... 이건 일러도 너무 이른데 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간단한 세수만 하고 밖으로 나간다. 아직 어스름 어둠이 있었는데 한쪽이 빨갛게 물이 들더니 해가 뜨기 시작한다. 구름 한 점 없는 산 봉우리 위로 아침 해가 올라온다.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일출이다. 일찍일어난 보람이 느껴진다. 그렇게 일출을 바라보며 더 이상 해를 똑바로 쳐다 보지 못할 때까지 서 있다가 아침 식당으로 가니 일행들 모두 식사를 하고 있다. 엄청 간단한 식사( 오렌지 쥬스, 밀크커피, 그리고 빵 2조각)...


오늘은 동행이 생겼다. Paco가 내가 나서자 따라 나선다. 처음엔 행보를 같이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의 최난 코스를 만나면서 서로 말수가 줄어들고 paco가 쳐지기 시작한다. 다시 혼자 걷는 길...까마득하게 올라 이곳엔 산 양떼가 가득하다. 사람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Biakorri라고 불리는 성모상 앞에 도달하였다.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헌화하고 묵주를 봉헌하여 많은 묵주가 걸려있다. 풍화에 색이 바래고 그랬지만 온화한 모습의 성모 상 앞에서 잠시 기도를 하고 이 곳을 지나면서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꼭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서는 경고한다. 하지만 돌 위에 화살표나 이정표로 왼쪽으로 들어갈 일을 별로 없어 보인다.

약 4키로 정도 더 오르니 Cairn이라 불리우는 돌무덤 위에 이정표가 보인다. 버젓이 도로를 두고 이정표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라고 한다. 풀밭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온통 소똥 투성이다.

몇 미터 앞, 십자가가 서 있고 가리비와 지팡이 등이 놓여 있다. 제대로 온 것 맞군....십자가 앞에서 거의 실신하여 배낭을 베고 누워 버렸다. 잠시후 뒤에 온 Paco가 도착한다. Paco와 이곳에서 좀 쉬다가 안내서를 본다. 여기 부터가 최악 최악의 코스라 한다. 엄청난 경사와 비좁은 돌길....가자 1410미터 고지를 향해서...

정말 험한 길을 허걱 허걱 걸어 온다. 물통에 물도 다 떨어져가고 물이 필요한 걸 하고 생각할 때 롤랑의 샘이 나타난다. 참 신비로운 일이 500미리 페트병 하나 들고 온 내가 물이 떨어질만 하면 식수를 받은 곳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큰 통을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전 일정에 전혀 없었다. 이 롤랑의 샘은 스페인의 이슬람 교도와 전쟁을 위해 이 길을 군사들과 넘어가던 롤랑이 마셨다 전해지는 샘이다. 물론 롤랑은 다시 이 길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게되었지만 1808년 나폴레옹도 스페인 원정시 이 샘에서 물을 마셨다 하니 얼마나 의미 있는 샘인가? 병 하나 가득 담아서...^^ (500ml) 다시 paco와 함께 출발.... 이 샘을 기점으로 이젠 스페인 땅이다.

인적이 없는 산 속 길에는 여러 가지 지형 지물로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데 혹 다른 길로 접어들면 꼭 이런 앙증맞은 표시가 나온다. "X" 여기 아님.

아직도 6km정도 더 가야 목적지 roncesvalles가 나온다. 가장 높은 봉우리 Puerto de Lepoeder도 아직 남아 있다.
첫댓글 앗! 사진이 안 뜨네요!?
이젠 나오나요?
잘 나옵니다.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