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름을 정할 때는 그에 타당한 이유나 재료, 술을 빚는 날의 선택과 함께 술을 빚는 횟수, 술에 생성된 독특한 맛과 향기 등 여러 가지 특성에 의한다.
예를 들면, ‘차마 삼키기 아깝다.’고 하여 석탄주(惜呑酒)가 있는가 하면, ‘달고 향기롭다.’는 의미의 감향주(甘香酒), ‘개미가 떠 있는 듯 하다.’고 하여 부의주(浮蟻酒)가 있고, ‘해일(亥日)에 세 번(삼회:三回)에 걸쳐 빚은 술’이라고 하여 이름 붙인 삼해주(三亥酒), ‘술 빚는 방법대로 빚은 술’ 이란 뜻의 방문주(方文酒), ‘술 빚는 법식대로 빚은 술’이란 뜻의 법주(法酒)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또 하루만에 빚는 일일주(一日酒)를 비롯 삼일주(三日酒), 칠일주(七日酒), 십일주(十日酒) 등 술이 익는 기간에 따른 술이름도 있다.
그러나 농주(農酒)는 앞서의 의미와는 다소 다른 술이름이다. 농주란 자전풀이 그대로 ‘농사일에 쓰는 술’이라는 뜻으로서, 이는 과거 우리 사회의 시대적·사회적 배경과 맥을 같이 한다. 과거 농경이 사회중심활동이었던 때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두레를 도는 ‘품앗이’라는 것이 협업체제의 일환으로 성행하였다. 이 품앗이에 주인된 이는 식사와 함께 마련하여 일군들의 땀과 갈증을 씻어주고 힘을 돋궈주는데 없어서 안될 것이 술이었다. 이 때문에 농주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거나 따로이 마련한 재료를 가지고 빚는 술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빚어 마시는 탁주 형태의 막걸리가 주종을 이루었다.
탁주와 막걸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술로서 감미와 산미, 고미, 삽미가 고루 조화되어 감칠맛과 청량감을 주며, 다른 술에 비하여 열량과 단백질이 풍부하므로 일한 뒤의 땀과 갈증을 씻어주고, 배고픔을 달래주기에 훌륭한 기호음료로 자리매김 되었던 것이다.

‘노비날’은 농삿일을 준비하는 때에 술과 밥을 내어 일군들을 격려하는 잔치이다.
농주에 사용된 재료로는 누룩과 쌀이 중심이었으나, 강원도 등 산간지방에서는 옥수수나 감자 등이 널리 이용되었고, 제주도 지방에서는 쌀이 귀하여 주로 좁쌀과 보리가 술의 원료로 이용되었다.
한편, 일부 산간지방과 남부 해안지방에서는 보리 재배가 활발하여 보리로 만든 막걸리가 인기를 끌었다. 농주로 사용되는 막걸리는 대개 한 번 빚는 단양주로서, 술이 익으면 물을 타서 거르므로 알코올도수가 낮아, 4∼5일이 지나면 산패하여 오래 보존할 수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신맛이 세고 알코올 농도가 4∼5%로서, 여름철에는 산패가 빨라 잘 빚지 않고 대개 9∼10월에서 이듬해 봄(4∼5월)까지 많이 빚는다.
때문에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쌀이나 찹쌀로 덧술을 하는 이양주를 빚어 술이 숙성되면, 청주를 떠내고 남은 찌꺼기에 물을 짜서 손으로 비벼 체에 걸러 만든 막걸리를 만들어 농주로 사용하였는데, 일반에서 빚어 마시는 단양주보다 훨씬 맛이 부드럽고 산미도 덜하여 마시기 좋았다.
농주는 대개가 막걸리였으므로, 주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게 마련인데, 쌀이나 찹쌀로 빚은 막걸리가 아니면 그 맛이 박하여 많이 마실 수가 없었다. 다만, 요즘에 와서 보리쌀이나 차좁쌀로 빚은 막걸리가 구수한 맛이 있어 젊은 층 사이에서 애음되고 있다.
막걸리(가양주)
• 술재료
멥쌀 5되, 누룩 2되 5홉, 물 2되 8홉, 엿기름 5홉
• 술 빚는 법
1. 멥쌀을 물에 깨끗이 씻어 12시간 이상 불렸다가 건져서 물기를 뺀 다음,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2. 누룩은 콩알 크기로 잘게 부숴서 하루 밤낮으로 햇볕을 쬐고 이슬을 맞혀, 곰팡이 등 잡냄새를 제거하고 살균한다.
3. 엿기름을 물에 담가 3∼4시간 불려 둔다.
4. 고두밥이 익었으면 고루 펼쳐서 온기 없이 차게 식힌 뒤, 엿길금물과 누룩을 함께 넣어 고루 섞고 오랫동안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5. 소독하여 준비한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철에는 4∼5일, 겨울철에는 6∼7일간 발효시키면 술이 익는다.
6. 술이 익었으면 물을 적당량 가수(加水)하면서 체나 술자루를 이용하여 걸러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