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증거없이 허위진술로 죄 만들어"…100쪽 넘는 PPT로 공방 대검, 변호인단 기자실 내 브리핑 일방적 불허
눈 감은 정진상 실장© 제공: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박재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8시간 10분 만에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부터 10시 10분까지 정 실장의 심문을 진행했다. '역대 최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 심문에 맞먹는 수준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9시간 가까이 심문을 받고 구속됐다.
심문이 늦게 끝난 만큼 정 실장의 구속 여부는 19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정 실장은 심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성실히 임했다"며 "어떤 탄압 속에서도 역사와 민주주의는 발전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입장문에서 "이재명의 결백함은 드러날 것"이라고 언급한 이유로는 "그건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심문은 정 실장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 부패방지법 위반, 부정처사후수뢰, 증거인멸교사 등 4가지 혐의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길어졌다. 양 측 모두 100페이지가 넘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왔다.
검찰에선 검사 5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약 3시간 동안 뇌물 전달 경위 등에 대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민간업자 남욱 씨 등의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정 실장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정 실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실장 측도 100여 쪽 분량의 반박 의견서를 내며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검찰이 객관적 증거 없이 대장동 일당의 허위 진술만을 근거로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 실장도 재판부에 그간 성남시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근무해 온 점을 직접 강조했다. 정 실장 측은 심문이 끝난 후에도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장외 변론을 이어갔다. 심문에 참여한 이건태 변호사를 비롯해 민주당 박찬대·김의겸 의원이 참석했다.
이 변호사는 "사건의 핵심은 '유동규의 변경된 진술'인데, 이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데다 방어권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건이라 (재판부에) 영장을 기각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5일 검찰 조사 당시 유 전 본부장과의 대질조사를 신청하고 85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다음 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도 거론하며 "검찰은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통과의례로 피의자신문 조서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권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정 실장 측은 심문에서 검찰이 유 전 본부장 등 핵심 당사자들의 진술이나 녹취록 외에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김의겸 의원은 "가장 비논리적인 부분은 유동규가 정진상에게 성남시 비서실에서 돈을 줬다는 것"이라며 이를 탄핵하기 위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부패 방지 목적으로 비서실 내에 설치한 음성 녹음 기능이 있는 폐쇄회로(CC)TV 도면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 측은 '이 대표와의 관련성이 없다는 부분도 소명했느냐'는 질문에는 "대장동 관련 사람들 진술에 따르더라도 이 대표에게 직접 뭘 했다는 것은 없다"며 "정진상 본인의 억울함을 진술하면서 객관적 자료로 다투고 있다면 그 이상 다툴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서울고검 현관 '임시 폐문'© 제공: 연합뉴스
당초 정 실장 측은 심문 직후 서울중앙지검 기자단이 상주하는 서울고검 청사 안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대검찰청이 "사건 관계인이 청사 내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불허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불발됐다. 이후 검찰은 고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에 '임시 폐문'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이고 문을 걸어 잠갔다. 내부 투표를 통해 회견 수용 결정을 내렸던 기자단은 "정 실장 측의 기자실 진입 자체를 막으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사전 설명과 조율 없이 기자실이 있는 서울고검 출입구를 봉쇄한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대검에 공식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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